새내기 DJ 허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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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DJ 허지웅 
지난달 30일 시작한 SBS '허지웅쇼', 청취자 아픔에 공감하는 '웅디'와의 만남
  • 김훈종 SBS PD
  • 승인 2020.04.03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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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방송을 시작한 SBS 러브FM '허지웅쇼' 타이틀 화면.
지난달 30일 방송을 시작한 SBS 러브FM '허지웅쇼' 타이틀 화면.

[PD저널=김훈종 SBS PD] 그를 처음 만나 건 JTBC <마녀사냥>이었습니다. 아니, 연애상담 프로그램에 나와서 ‘나는 무성욕자’라고 당당히 말하다니! 게다가 예능에 나와서 ‘사마천과 궁형’을 언급하는 참신함이라니! 뭔가 색다른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능에 나와서 저런 인문학적 소양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지더군요. 

<필름2.0>으로 시작해 <GQ>, <프리미어>등에서 영화 담당 기자를 오랫동안 해왔다는 약력이 나타났습니다. 영화 주간지를 워낙 애독하던 저로서는 ‘아...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라는 기시감의 정체를 파악하게 되었지요. 반추해 보건대, 그의 기사는 <마녀사냥>에서 보여준 모습처럼 ‘에지’ 있으면서 동시에 인문학적 깊이가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아, 언젠가 라디오 DJ를 해도 참 잘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속사정쌀롱>, <동상이몽>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그를 섭외하더군요. 특히나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스타워즈 덕후’와 ‘깔끔 청소 덕후’의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사람 보는 눈은 다 거기서 거기인가 봅니다. 공효진과 조인성이 주인공으로 나와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허지웅은 라디오 DJ역할로 연기 실력까지 뽐내며 출연했습니다. ‘음...역시 DJ 감이야.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군’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김창렬의 올드스쿨>, <최화정의 파워타임>등을 연달아 연출하며 바쁘게 지내다 보니, 새 프로그램을 론칭할 짬이 좀처럼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지나, ‘허지웅 혈액암 투병’이라는 기사가 뜨더군요. 아뿔싸! 일면식도 없었지만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랜 기간 암 투병하고 계신 제 어머니 때문이었을까요. 하마터면 전화라도 걸어서 ‘힘내라! 그까짓 암 이겨내면 된다. 내가 도와주리다’라고 말할 뻔 했습니다. 전화번호를 몰라서 다행히도 오글거리는 문자를 남기지는 않았지만 말이지요. 그렇게 뇌피셜 속에 역사를 이뤄가던 우리는 드디어 만났습니다. 

3월 30일 월요일, SBS 러브FM <허지웅쇼>는 막이 올랐습니다. ‘허지웅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이란 주제로 시민 인터뷰를 했습니다. ‘마녀사냥에서 봤는데, 무성욕자라면서요?’ ‘청소도 잘 하고, 그 친구 아주 깔끔하던데요.’ ‘항상 지적이려고 노력하는 뇌섹남이에요.’ ‘실물을 봤는데 엄청 잘 생겼어요.’

다양한 인물평을 들으며 편집을 하다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역시나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였습니다. ‘허지웅씨요? 청년들을 이해하려 하고 위로하는 어른이요.’ 온갖 아르바이트를 통해 대학 학자금을 스스로 만들었던 기억 탓일까. 허지웅은 유독 청년들의 아픔에 공감하더군요.

대부분의 라디오 DJ들은 작가가 써준 오프닝을 읽습니다. 하지만 <허지웅쇼>는 DJ가 직접 오프닝을 씁니다. 독특하죠? 얼마 전, 오프닝이 유독 인상적이어서 여러분과 나누고 싶네요. 

아침에 메일 한통을 받았습니다.
꽤 오랫동안 읽고 다시 오랫동안 답장을 하고 나서야 집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어린 딸을 버려두고 집을 나갔습니다.
무얼 잊고 간 것인지 다음 날 밤 시간을 틈타 몰래 다시 돌아온 어머니는
강아지를 데리고 다시 집을 나갔습니다. 
딸은 이제 꽤 나이를 먹었습니다.
고된 삶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아직도 돈이 필요할 때 연락을 해옵니다.
본인이 전화를 하기도 하고 남자친구를 앞세우기도 합니다. 
그런 어머니에게 번번이 돈을 주는 아버지를 보면서 
딸은 기가 막히고 화를 참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딸에게 직접 돈을 요구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딸은 이 모든 게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합니다. 

답장을 쓰면서 ‘도리’라는 말의 뜻은 왜 늘 양쪽이 아닌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걸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어른이 어른답고 부모가 부모답고, 사람이 사람답기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허지웅쇼>,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허지웅쇼>에는 청취자의 아픔을 함께할 수 있는 공감하는 ‘웅디(청취자들이 뽑아주신 애칭입니다)’가 있습니다. 라디오의 본령은 ‘청취자와의 소통과 공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허지웅쇼>에는 DJ다운 DJ가 매일 오전 11시, 도리를 다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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