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불륜은 촉매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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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불륜은 촉매제일 뿐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상투성 벗어난 잔인한 부부의 관계 그려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0.04.17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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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한 장면.  ⓒJTBC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한 장면. ⓒJTBC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자꾸만 <동물의 세계> 같은 다소 과학적인 관찰을 통해 들여다보는 어떤 시점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화학실험실에서 샬레에 부부라는 화합물을 넣고 그 세계가 가진 실체를 낱낱이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뭉뚱그려져 있어 완전하게 보이는 부부라는 화합물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해 <부부의 세계>가 쓴 촉매제는 불륜이다. 불륜이라는 촉매제를 스포이트로 살짝 떨어뜨리자 ‘부부의 세계’는 급격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적나라한 민낯을 드러냈다.

 어느 날 늦게 들어온 남편에게 발견한 아주 사소한 불륜의 낌새는 순식간에 지선우(김희애)라는 인물을 의심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드라마는 그 의심이 사실이라는 걸 발견하게 함으로써 그가 믿었던 부부라는 완벽한 세계가 하나의 허구였다는 걸 폭로한다.

하지만 그 파장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남편과 연결된 친구와 동네 사람들 그리고 절친한 친구와의 관계까지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속여 온 그들 앞에서 불륜만큼 배신감에 떠는 지선우는 자신의 세계까지 파괴하는 폭력적인 파장에 맞선다.

남편은 물론이고 내연녀 그리고 그 내연녀의 부모들 나아가 남편 친구까지 모두 대적해가며 지선우는 실제로 피를 철철 흘리는 난타전을 벌인다. 결국 남편과 내연녀 그리고 그 부모들이 있는 자리에서 모든 걸 폭로하고 남편의 폭력을 촉발시키는 고육지책까지 쓰면서 지선우는 남편의 모든 걸 무너뜨리고 이혼하며 아이까지 지켜낸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한 장면. ⓒJTBC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한 장면. ⓒJTBC

아마도 대부분의 드라마라면 여기까지가 이야기의 끝이었을 게다. 하지만 총 16부작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의 6회분 내용이라는 사실은 이 드라마의 속도감을 말해준다. 첫 회에 불륜을 폭로한 드라마는 2회에 지선우로 하여금 복수를 결심하게 하고 3,4회에 이르러 맞불륜까지 등장하더니 5,6회에 이르러 그 불륜 사실을 만방에 폭로하고 이혼과 아들 양육권을 쟁취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아마도 그 처절한 싸움 끝에 이혼을 하게 되는 6회의 후반부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이대로 끝나는 건 아닌가 하는 당혹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6회의 말미에 이르러 2년 후 불륜녀 여다경(한소희)과 가정을 꾸려 다시 지성우의 동네로 이사온 남편 이태오(박해준)의 등장은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을 예고한다.

이 화학실험실에서 들여다본 부부의 세계란 우리가 드라마에서 흔히 보던 이혼하면 모든 게 마무리되는 그런 세계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혼을 해도 여전히 이어지는 관계들(이를테면 자식과 동네 사람들, 친구들)은 부부의 세계가 가진 질깃질깃한 애증의 관계를 끄집어내 보여준다. 

<부부의 세계>는 지금껏 불륜 소재 드라마들이 넘지 못했던 선을 가볍게 넘는다. 불륜이 주는 가정 파탄의 신파적 접근이나, 이혼을 통한 관계의 재정립 같은 보수적인 마무리가 아니라, 깨진 듯 보여도 여전히 이어져 있는 잔인한 부부의 세계를 탐구한다.

금기시되어 있는 ‘19금 드라마’를 택한 것도 의미가 있다. 19금이라는 과감한 선택으로 좀 더 적나라한 부부의 세계를 디테일하게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19금 드라마라는 제약에도 <부부의 세계>는 시청률이 가파르게 치솟아 6회 만에 18.8%(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19금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청층이 두터워졌다는 이야기다.

넷플릭스 같은 OTT를 통해 미드들을 접하다 보면 국내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19금 드라마’ 세계가 보편화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자연스럽게 국내 시청자들도 이러한 OTT 드라마들의 경험을 통해 19금 콘텐츠가 익숙해진 것으로 보인다.

<부부의 세계>라는 화학 실험은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까. 그동안 드라마들이 가보지 않았던 세계로 과감히 뛰어들까. 파격적 결과와 여기에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담아낸다면 이 드라마의  실험은 우리 드라마의 지평을 한층 넓힐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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