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전국 누비는 함정균 씨 “장애인 유튜버 더 많아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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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 전국 누비는 함정균 씨 “장애인 유튜버 더 많아졌으면”
[선입견 깨는 유튜버들 ①] '함박TV' 채널 운영하는 척수장애인 함정균 씨
'무장애여행' '장애인 이동권' 영상 제작..."일상 올리는 공간이었지만 보는 이용자 늘어...장애 인식 개선되기를 "
  • 박상연 기자
  • 승인 2020.04.20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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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로 자리잡은 유튜브는 사회적 소수자‧약자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기도 하다. 수백만 구독자를 거느린 스타 유튜버 사이에서 ‘나다움’을 찾는 유튜버들이 적지 않다.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노인, 외국인 등 각자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할 말을 하는 유튜버를 5회에 걸쳐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 함정균
ⓒ 함정균

[PD저널=박상연 기자] “장애를 즐겁게 표현하는 참신한 방송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장애가 있는 사람도 재밌을 수 있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이 되지 않을까요. 저도 그걸 하고 싶습니다.”

지난 17일 만난 척수장애인 함정균 씨(47세)는 ’장애‘를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 '함박TV'를 3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1인 유튜버다.

그는 7년 전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됐다. 2013년 3월 취미로 즐기던 오토바이를 타다가 고속도로에서 전복사고가 났다. 사고 당시 목을 심하게 다쳐 중추신경에 손상을 입은 그는 불완전마비로 상지와 하지의 움직임이 제한적이다. 마술사라는 이전 직업도 사고로 자연스럽게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사고 후 1년 정도는 병원에 누워 슬픔과 분노, 억울함 같은 심리적 변화가 크게 요동쳤어요. 그다음 1년은 조금씩 받아들이는 과정이었고요. 병원 생활 2년 정도 하고 퇴원 이후에 안정감을 찾았어요. 지금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었던 것처럼 장애를 받아들인 상태입니다.”

유튜브는 일상의 변화에 적응하려고 시작했다. 함 씨의 일상을 올리는 ‘함박TV’ 채널에는 특히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영상이 많다. 그가 함박TV 채널에 2016년 11월 첫번째로 올린 영상도 ‘전동휠체어, 유모차 노원역 4호선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기’이다. “처음엔 제가 보려고 올렸어요. 그런데 점점 보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마음 고쳐먹고 제대로 해보자고 생각했죠.”

함 씨는 2017년부터 영상과 미디어에 관한 대외활동에 적극 뛰어들었다. 시청자미디어재단과 방송콘텐츠진흥재단,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실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영상 편집을 배웠다고 한다. 

“2017년부터 영상촬영 관련 교육을 꾸준히 받았어요. 콘텐츠진흥원 경우에는 1인 크리에이터 교육에 특화되어 있어서 백만 크리에이터와의 멘토링 활동 등 교육 등이 유튜브 채널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많이 도움됐어요.”

유튜브 채널 '함박TV' 운영자 함정균 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 PD저널
유튜브 채널 '함박TV' 운영자 함정균 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 PD저널

함 씨는 '무장애여행'을 지향하는 여행 유튜버이기도 하다. '무장애여행'은 말 그대로 장애 없는 여행을 의미한다. 

“무장애여행은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 모두 편한 여행을 지향해요. 유모차 끄는 부모, 몸이 불편한 어르신 등 누구나요. 무장애여행을 영어로 하면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라고 하는데, 저는 다치고 나서 이 단어를 처음 알았어요”

휠체어를 타고 여행을 다니면 여행의 관점이 달라진다. 경기 여주의 신륵사, 전북 익산의 나바위성당을 둘러보면서 그는 장애인들도 탈 수 있는 투어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장애인의 이동권이 보장되어 있다고 알려진 여행지도 막상 겪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무장애여행을 표방한 여행사 ‘이지트립’에서 추천을 받아 전주를 갔어요. 저상버스도 많고 장애인 이동이 수월할 것이라고 해서 혼자 여행을 간 거죠. 관광지 코스를 빙 도는 119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버스 두대를 못타고 보냈어요. 제가 전주 여행 영상에 올린 걸 보시고 전주분들이 대신 사과해주시고, 이용자들이 시청에 민원을 넣었어요.”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에 눈 감는다면 장애인의 인권은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예지 당선자의 안내견 국회 출입이 논란거리가 될 정도로 장애인의 권리는 아직까지 쟁취의 대상이다. 

장애인 유튜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의 눈에는 장애인을 조명한 TV 프로그램이 여러모로 아쉽다고 했다.    

“장애인의 배리어 프리 여행을 위한 방송이 있기는 있어요. KBS<사랑의 가족>은 장애인 전문 프로그램이고, SBS <모닝와이드>에선 간혹 배리어 프리 여행을 다루긴 해요.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아직은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유튜버로 가장 뿌듯한 순간은 함박TV의 영상이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반응을 얻을 때다. “미국에 사는 한 이용자가 남긴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미국인 남편이 척수장애인인데, 제 영상을 보고 한국 여행 계획을 짜겠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저랑 직접 통화도 하고, 실제 남편과 한국 여행을 잘 하고 돌아갔다고 들었습니다.”

함 씨는 장애인 해외 여행상품 개발에 참여하고, 장애인 대상으로 영상 편집 강연을 하는 등 대외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장애인 분들이 더 많이 나와서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앞으로 장애인이 될 수도 있는 비장애인 분들, 지금 장애로 힘겹게 생활하시는 분들에게 지금보다는 더 나은 세상이 올 거라고, 희망 잃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좋아지고 있는 건 분명하니까요. 엘리베이터도 생기고, 지하철, 버스, 항공 등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게 느껴져요. 앞으로는 분명히 좀 더 나은 삶이 펼쳐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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