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채널A에 또 재승인 내준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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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채널A에 또 재승인 내준 방통위
방통위, 청문위원 '재승인 거부' 의견에도 TV조선에 '3년 조건부 재승인'
채널A에는 '4년 재승인' 의결...취재윤리 위반 의혹 진상규명 따라 '승인 취소 가능' 단서 달아
  • 이미나 기자
  • 승인 2020.04.20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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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20일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채널A에 대한 재승인을 의결했다. ⓒ 뉴시스
방송통신위원회가 20일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채널A에 대한 재승인을 의결했다. ⓒ 뉴시스

[PD저널=이미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TV조선과 채널A에 대해 모두 재승인을 의결했다. 특히 TV조선의 경우, 청문위원들이 '재승인 거부' 의견을 냈음에도 조건부 재승인이 의결돼 방통위가 또 다시 '봐주기' 재승인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방통위 전체회의 결과 TV조선은 3년의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총 11개의 재승인 조건 가운데 △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제고를 위해 사업계획서 및 추가개선계획에서 제시한 계획을 준수할 것 △ 재승인 3개월 이내에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재작성해 제출할 것 등 과락을 받았던 중점 심사사항과 관련된 조건은 이행하지 않을 시 재승인 취소도 가능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와 함께 지난 2017년 재승인 당시 부과됐던 조건인 '오보·막말·편파 방송으로 인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법정제재 건수를 연간 4건 이내로 유지할 것'은 인권보호 및 윤리성과 관련한 심의규정을 추가하고 대신 연간 5건 이하 유지를 조건으로 부과했다. 지난 재승인 당시 누락돼 논란을 불렀던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법정제재 선거별 2건 이내 유지' 조건도 추가됐다. 이들 또한 지켜지지 않으면 재승인 취소가 가능한 조건이다.

아울러 방통위는 '다음 재승인 심사에서 이번 재승인 심사와 동일한 중점 심사사항에서 연속으로 과락이 발생하거나 총점이 재승인 기준 점수인 650점 미만으로 나올 경우, 재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는 단서도 함께 달았다. 양한열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의결 주문에 붙여 방통위의 확실한 의지와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의 재승인에 비해 비교적 강력한 조건들을 붙었지만, 당초 청문위원들의 의견이나 최근 터져 나온 재승인 취소 여론에 비하면 여전히 방통위가 '봐주기' 식 행정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승인 거부'에 따른 후폭풍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0일 TV조선을 상대로 열린 청문에서 방통위 외부 인사로 구성된 청문 위원들은 "공정성 관련 문제에 대한 개선 의지가 미흡하고, 실효성 없는 방안을 반복 제시하고 있다"며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해 재승인 거부가 합당하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을 냈다. 이번에 방통위가 실시한 대국민 의견청취 절차에서도 접수된 총 17133건의 의견 가운데 약 75%(12850건)가 'TV조선의 재승인을 취소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회의에서도 김창룡 위원만이 "지난 10년간 수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여전히 시청자가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원칙에 따라 재승인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뿐, 다수의 의원들은 조건을 강화하는 선에서 조건부 재승인을 내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최근 야권 추천으로 상임위원이 된 안형환 위원은 "조건을 부과하는 것 자체가 행정권 남용"이라며 조건조차 붙이지 않은 재승인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통화에서 "재승인 거부가 가능한 조건이 갖춰진 상태였음에도, 방통위가 (재승인 취소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하고 위축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며 "재승인 조건이 일정 부분 강화됐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방송에 적합지 않은 방송사는 퇴출해야 한다'는 재승인 심사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소속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 및 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채널A는 4년의 재승인을 받았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재승인 심사 당시 과락도 없고 기준 점수도 넘겼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다만 방통위는 최근의 논란을 의식해 소속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 문제 등과 관련해서는 채널A 측의 의견청취 시 진술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향후 조사‧검증 결과와 수사결과 등을 통해 공적 책임‧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이번 재승인 처분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기자의 개인 일탈'을 주장했던 채널A 측의 설명이 사실과 다르거나, 향후 검찰 조사‧내부 진상조사 등을 통해 채널A 차원의 개입이나 '검언유착'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방통위 차원에서 재승인 취소를 논의하겠다는 의미다.

재승인 조건에도 이번 의혹과 관련한 채널A의 자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비롯해 외부 자문위원회의 검증 결과 및 재발방지 대책 등을 방통위에 제출할 것을 부과했다.

또 재승인 3개월 이내에 △ 보도의 공적책임 제고를 위한 내부 검증절차 등에 대한 전반적 개선계획 및 취재윤리 등을 담은 기자준칙에 대한 교육제도 계획을 제출하고 승인을 받을 것 △ 윤리강령‧방송강령 등을 재정비하고 내부규정을 위반한 기자‧PD 등에 대해 징계규정을 강화하는 등 관련 계획을 제출하고 승인을 받을 것도 함께 조건으로 달았다.

그동안 TV조선과 채널A에 대한 엄정한 조치를 촉구했던 언론시민사회단체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승인 의결을 하루 앞두고 두 종편의 재승인 취소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참여자 20만 명을 돌파하고,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여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세가 나타난 상황에서 방통위가 '언론 개혁'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20일 방통위 전체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TV조선에 대한 재승인 조건은 이전 재승인 기간에 비춰봤을 때 실효성이 전혀 없다"며 "채널A의 재승인 결정은 재승인 거부에 대한 행정 절차와 일부 위원의 주장을 핑계로 삼은 직무유기에 가까우며, 게다가 현재 방통위원 3명의 임기가 7월말이라는 점에서 오늘의 결정 사항에 대한 모든 이행 책임을 5기 방통위에 떠넘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방통위의 결정은 채널A와 TV조선 뿐 아니라 한국 언론 전체의 취재윤리 위반과 정파 저널리즘에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무엇보다 21대 총선 결과로 나타난 언론개혁의 민심에 눈을 감았다.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이틀 전 말했던 ‘무거운 책임감’에서 방통위만 자유로운가"라고 꼬집었다.

근본적으로 재허가‧재승인 심사 제도를 돌아볼 때가 됐다는 고언도 나온다. 3년에서 4년에 한 번씩 시행되는 방송사의 재허가‧재승인 심사는 방송평가 및 각 방송사의 재허가‧재승인 조건에 관한 이행실적 점검 등이 바탕이 되지만, 각각의 요소들이 갖는 작은 허점들이 결과적으로 재허가‧재승인 심사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재허가‧재승인 거부는 (방통위에겐) 상당히 큰 결정이고, 따라서 '거부'로 갈 수 있는 과정이 엄격하고 세밀하게 갖춰져야 한다"며 "이번 재승인 결과는 방송평가나 재허가‧재승인 이행실적 점검제도 등이 치밀하고 총체적으로 설계되지 못했다는 제도적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동찬 처장은 "재허가‧재승인 심사의 목적이 더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지난 심사에서) 고점을 받은 경우 이에 따른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든지, 중점 심사사항에서 과락을 받았거나 기준 점수에 미달한 경우 좀 더 강화된 심사를 한다든지 등 심사의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면 재허가‧재승인 심사는 지금보다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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