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캐릭터의 진화, 성인지 감수성 높인다 
상태바
여성 캐릭터의 진화, 성인지 감수성 높인다 
여주인공 전형성 전복하는 여성 캐릭터 늘어
과도한 표현 수위 연출은 눈살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0.04.21 1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JTBC '부부의 세계' SBS '아무도 모른다' 포스터 이미지.
JTBC '부부의 세계' SBS '아무도 모른다' 포스터 이미지.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눈에 띈다.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가 부쩍 늘어났을 뿐 아니라 캐릭터를 다루는 표현 방식도 다양해졌다. 최근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여성 배우를 원톱으로 내세운 드라마가 제작된 데 이어 여성 캐릭터의 전형성을 전복시키며 시청자의 눈길을 붙잡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여성 캐릭터는 다양한 역학관계를 외면하고, 수동적인 위치에 머무는 데 그쳤다. 특히 미니시리즈의 주요 장르로 자리매김한 로맨스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를 규정하는 클리셰가 넘쳐났다.

연애나 결혼 등 사적 관계 안에서 남녀 갈등을 그리다 보니 ‘신데렐라’, ‘캔디’형 캐릭터가 자주 소환됐다. 여성은 남성과 비교해 사회적·경제적 위치가 낮아 남성의 사랑을 얻으며 신분 상승을 이루는 게 골자인 스토리는 흔히 볼 수 있었다. 오히려 사회적 성공을 거둔 여성 캐릭터의 경우 ‘악녀’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현실에선 여성들의 사회적 성공이나 지위에 대한 욕망이 높아졌지만, 드라마에서는 대리만족과 극적 요소를 앞세워 신데렐라 구도를 답습했다. 

하지만 몇 년 새 여성 캐릭터는 전통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여성상으로 그려졌다. 단순히 ‘커리어우먼’이라는 단면적 층위를 넘어서 사회적 지위는 물론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여성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tvN<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가 큰 인기를 끌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들은 ‘일하는 멋진 여성’으로만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까지 타파했다. 박모건은 사랑과 결혼을 원하지만, 배타미는 연애와 결혼보다 자신의 커리어를 중요시 여기며 비혼을 택한다. 이 드라마는 가부장 사회에서 당연시되던 남자와 여자의 성 역할을 전도시키며 2030 시청자의 호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여성 캐릭터의 표현 범주가 더욱 넓어졌다. JTBC <부부의 세계>의 지선우가 대표적이다. 영국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한 <부부의 세계>는 시청률 6.3%(닐슨코리아 기준)에서 시작해 불과 8회 만에 시청률 20%대 돌파했을 정도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선우의 거침없는 복수의 질주가 한몫한다.

지선우가 남편의 불륜을 알고서 벌이는 흔한 복수극의 전형처럼 보이지만, 그의 선택은 도덕성의 경계를 넘어설 정도로 밑바닥을 향한다. 예컨대 자신이 진료하는 환자 현서에게 수면제 처방과 남편의 미행 거래를 제안하면서 불륜을 파헤치고, 이혼에 필요한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맞바람’을 피울 정도다. 가정과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부여받은 역할을 고수하기보다 철저히 자신의 욕망을 좇는 지선우의 모습은 기존 복수극에서 볼수 없었던 캐릭터다. 

21일 마지막회가 방송되는 SBS '아무도 모른다' 현장 포토.
21일 마지막회가 방송되는 SBS '아무도 모른다' 비하인드 포토.

지난 11일 종영한 SBS 드라마 <하이에나>의 정금자도 흔히 보기 힘든 여성 캐릭터였다. 배우 김혜수는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변호사로 억척스러우면서도 능글맞은 모습을 선보였다. 정금자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사랑과 남자를 이용하고, 때론 돈에 굴복하기도 한다. SBS<아무도 모른다>의 배우 김서형도 전형적으로 남성 캐릭터로 배치됐던 형사 역할을 맡아 극을 이끌고 사건을 진두지휘했다.

소소한 일상을 담은 tvN<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채송화는 어느 하나 꼬인 게 없는 인물이다. 그동안 성공한 여성 캐릭터의 경우 깐깐하거나 괴팍한 면모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채송화는 배려심과 포용력을 가졌다. 신경외과 부교수로서 수술대에 들어서는 후배에게 쓴소리하다가도 “나만 믿고 따라와”라며 든든한 리더로서 면모를 보여준다. 

장르와 영역을 가리지 않고 여성 캐릭터를 재단하지 않는 건 환영할 만하지만, 과도한 표현 수위가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부부의 세계> 8회분에서 지선우가 폭력을 당하는 장면을 마치 가상현실(VR)게임처럼 연출하면서 감수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지선우의 감정과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연출적 요소였지만, 오히려 자극적인 표현과 연출이 드라마의 힘을 잃게 만들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