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송 폐업, 지역 공영방송 거듭나는 기회로"
상태바
"경기방송 폐업, 지역 공영방송 거듭나는 기회로"
경기지역 새 방송 설립 위해 시민사회 모인 '새로운 99.9 추진위원회', 22일 토론회 열어
'도민 참여' 방송에 대한 제안 잇따라...경기방송 구성원들 "'경기방송 시즌2'론 안 된다"
  • 이미나 기자
  • 승인 2020.04.22 2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에서 '새로운 99.9 추진위원회'가 개최한 '리셋, 경기지역 방송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 PD저널
2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에서 '새로운 99.9 추진위원회'가 개최한 '리셋, 경기지역 방송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지상파 최초 경영진의 자진폐업 결정으로 정파된 경기방송의 빈 자리를 채울 새로운 방송은 무엇보다 '도민 참여'를 우선하는 지역 공영방송이 되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경영 투명성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경기방송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보도‧편성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공영방송 설립이 최선이라는 주장이다.

경기방송 폐업 사태를 맞아 출범한 '새로운 99.9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는 22일 '리셋, 경기지역 방송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황호완 TBS <우리동네 라디오> 시민PD(가재울라듸오 PD)는 "경기방송이 폐업한 이후의 논의는 어떤 가치를 가진 방송사를 만들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며 "오히려 모범적인 공영방송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호완 PD는 과거 경기방송을 둘러싸고 제기된 경영 투명성 의혹과 소수 주주의 전횡 문제가 거꾸로 지역언론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짚었다. 경기방송 전 경영진의 '경기도의회의 탄압으로 폐업을 결정했다'는 주장 역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매출의 상당량을 채웠다는 방증이라는 의미다. 황 PD는 "바로 이런 점에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경기방송 이후의 방송은 바로 이와 반대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했다.

황호완 PD는 최근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독립한 TBS를 언급하며 경기도 지역사회가 '시민을 위한 지역형 공영방송'을 표방하며 독립법인을 설립한 TBS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했다. 황 PD는 "도정을 홍보하고, 지자체 사업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영방송 모델을 생각해선 안 된다. 주민참여 자치를 위한 차별화된 보도 기능을 갖추고, 도민이 생산하는 콘텐츠를 하나로 모아내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을 위해 모인 이들 역시 도민 참여가 보장되는 공영방송 설립에 방점을 뒀다. 제보나 인터뷰어로서의 참여 등 낮은 수준의 참여가 아니라, 방송사의 운영과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도민의 미디어 접근권을 강화하는 등 한 차원 앞선 것이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류명화 경기시민연구소 '울림' 공동소장은 "무엇보다 언론으로서의 권력을 이용하지 않고, 특혜를 받으려 하지 않는 방송이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선 도민들과 어떻게 함께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경기도의 참여로 (방송사가) 설립된다면, 도정의 일방적 홍보를 방지하기 위해 의사결정까지 (도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면 좋겠다"고 했다.

한범승 부천시민미디어센터 센터장은 "방송은 과거와 달리 시민들의 참여가 단순히 엽서를 보내 사연을 보내는 방식을 넘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송출하는 영역까지로 확대됐다"며 "TBS처럼 도민에게 플랫폼을 개방하고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마을 미디어에 참여하는 도민뿐 아니라 도에서도 이와 관련해 적극적인 검토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는 5월 7일을 끝으로 해고되는 경기방송 구성원들을 향한 격려도 나왔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힘든 시기가 올 수도 있지만, 흔들려선 안 된다"며 "추진위원회와 함께 새로운 방송의 방향을 정하는 일뿐만 아니라 (추진 과정에서도) 대오를 같이 한다는 각오를 보여줘야 하고, 신뢰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용진 교수는 또 기성 방송사업자들까지 99.9 주파수에 관심을 갖는 현 상황을 두고 "광고 결합판매와 같은 새로운 이익을 위한 것인데, 그렇게 되면 이 지역방송은 '개선'이 아닌 '개악'의 길을 가게 된다"며 "경기도가 미디어재단을 만드는 결정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면, 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컨소시엄을 꾸려 지분을 나누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경기방송 구성원 가운데서도 새로운 소유구조를 기반으로 한 방송사가 들어서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최근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으로 다음 주 복직을 앞둔 노광준 PD는 "소유구조와 관련한 시사점이 있을 것 같다"며 과거 지자체 및 대기업과 관련한 취재가 무산된 뒤 협찬이 이루어졌던 사례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윤종화 기자 또한 "경기방송이 언제 재개할지는 중요하지 않다. '경기방송 시즌2'로는 의미가 없다"며 "새로운 소유구조를 반드시 쟁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주영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장도 "방송사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았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사주가 개인의 이익에만 집중할 때 방송이라는 공공재가 어떻게 짓밟히는지를 구성원들은 깨달았다"며 "5월 7일 해고를 앞두고 있고, 얼마나 긴 시간이 될지 우려스럽지만 새로운 방송사를 설립하기 위한 주체가 구성원들이어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앞으로의 시간을 견디며 추진위원회와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