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협회보, TV조선 재승인 보도 반론문 놓고 '편집권 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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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협회보, TV조선 재승인 보도 반론문 놓고 '편집권 침해' 논란
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분회, "김동훈 회장이 TV조선지회 입장문 일방 게재 강요"
김동훈 회장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입장문 실은 것"
  • 이미나 기자
  • 승인 2020.04.29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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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발행된 '한국기자협회보'의 TV조선 재승인 관련 기사 갈무리 ⓒ 한국기자협회
지난 22일 발행된 '한국기자협회보'의 TV조선 재승인 관련 기사 갈무리 ⓒ 한국기자협회

[PD저널=이미나 기자] 29일 발행된 기자협회보에 실린 한국기자협회 TV조선지회의 입장문을 두고 '편집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노조는 'TV조선 재승인' 보도에 유감을 표명한 이 입장문을 싣는 과정에서 발행인인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의 강요가 있었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협회보 2면 '알려왔습니다' 코너에는 <한국기자협회 TV조선지회는 22일자 기자협회보에 강한 유감을 표합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이 실렸다. 이 글에서 TV조선지회는 22일 기자협회보의 <방통위 '이번이 마지막' TV조선, 11가지 조건 달아 3년 재승인> 기사와 만평이 방통위가 TV조선과 채널A의 재승인을 취소했어야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고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 노조는 반론 성격의 입장문이 실리는 과정에 김동훈 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분회(이하 한국기자협회분회)는 29일 오후 성명을 내고 "협회보의 발행인인 기자협회장이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는 특정인과 특정 회원사의 민원을 사실상 강요하며 편집권을 유린했다"며 김 회장의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한국기자협회분회에 따르면 TV조선지회의 입장문은 마감일인 28일 오후 4시께 편집국에 전달됐다. 편집국은 오후 8시께 긴급회의를 열고 이 입장문을 어떻게 다룰지 등을 논의했으나, 최종적으로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기자협회분회는 "기사에 명백한 오류나 왜곡이 없고, TV조선지회의 입장문 역시 기사의 구체적인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인상비평 수준에 머물렀다는 판단에서다. 과거 유사사례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했다"며 "편집국장은 이 같은 결정을 TV조선지회장에게 전달하고 개인적으로 유감도 표명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11시께, 김 회장은 직접 TV조선 지회의 입장문 게재 여부를 놓고 편집국장과 한 시간가량 언쟁을 벌였다. 한국기자협회분회는 "욕설까지 섞어가면서 편집국장을 다그치는 소리가 회장실 문밖에서도 들릴 정도였다"며 "국장이 절충안으로 입장문의 후반부만 싣는 안을 제시했으나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버티다 못한 국장이 마감과 신문 발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회장의 입장을 전적으로 수용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고 했다.

미디어 비평지의 경우 회원사 등에서 기사의 내용을 두고 항의하는 일이 적지 않다. 지난 22일 기사를 두고도 TV조선 소속인 한국기자협회 수석부회장이 사퇴를 거론하는 등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국기자협회분회는 "주 독자인 회원과 회원사의 합리적이고 타당한 비평에 대해선 겸허히 경청하고, 반론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로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도 "그 방식은 국장 책임 하에 편집국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사안이지 이번처럼 회장이 내용과 방식까지 일일이 결정하고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편집권 침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회장은 이번 일을 회장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의견 개진' 정도로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납득 가능한 수준의 설득이나 회유 차원이 결단코 아니었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우리는 이번 사건을 발행인의 자격을 내세워 편집국장을 굴복시키려 하고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까지 간섭해 편집권을 침탈한 것으로 규정하며, 기자협회보 역사에 다시없을 치욕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동훈 회장은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TV조선지회의 입장을 실었으며, 편집권 침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29일 통화에서 "지난 주 (기자협회보에서) TV조선 입장을 별도로 다뤘다면 이렇게까지 (TV조선지회에서) 항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발행인 입장에서 '(TV조선지회가) 반론 또는 입장문을 보내왔으니 이걸 실어주는 데 인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난 주 제작과정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이것(입장문)을 게재하는 것으로 일단락을 짓자'고 설득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동훈 회장은 "(언쟁 과정에서) 편집국장이 느닷없이 소리를 질러 언성이 잠깐 높아지기는 했으나, 욕설이 오간 적은 없다"며 "편집회의를 통해 기자들이 TV조선지회의 입장문을 싣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걸 사전에 알았다면 (편집국장과) 대화의 방향이 달랐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지금 처음 듣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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