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PD‧방송작가들, ‘코로나 지원 사각지대’ 대출도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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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조사 결과, 응답자 74% 여전히 구두계약...정부 지원 대책 대상에 포함 안돼
"불공정 관행, 코로나19 닥치자 생존 위기로 내몰아"

29일 추혜선 의원실 주관으로 열린 ‘드라마제작스태프·독립PD·방송작가 코로나19 고용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간담회’.
29일 추혜선 의원실 주관으로 열린 ‘드라마제작스태프·독립PD·방송작가 코로나19 고용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간담회’.ⓒPD저널

[PD저널=김윤정 기자] “그동안은 잘못된 관행에도 일이 꾸준히 있으니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위기가 닥치자 사회안전망도 없이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다.”(지원준 한국독립PD협회 정책위원장)

“평소에도 부당한 처우가 종종 있지만 방송사 사정이 생기면 항상 프리랜서들만 피해를 보는 게 정말 안타깝습니다. 고용 안정을 보장받는 날이 꼭 오길 바랍니다.”(방송작가유니온 '코로나19 방송작가 피해 설문조사' 답변 내용 중)

코로나19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독립PD, 방송작가들이 '코로나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구두 계약 관행 등으로 각종 지원 대책 대상에서 제외돼 실효성 있는 구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22일 정부는 특수고용직 종사자,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3개월간 월 50만 원씩 총 15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고도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실업급여 등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지원책이다.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는 이마저도 받을 수 없는 이들이 많다. 지원금을 신청하려면 소득 감소를 증빙할 자료와 함께 계약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방송계에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계약서 한 장 쓰지 않고 일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이하 방송스태프지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방송 스태프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4.3%가 계약서 한 장 없이 구두 계약으로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독립PD 방송작가 상당수는 코로나19로 경제적 손실과 고용 불안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스태프지부 등이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독립PD 응답자의 41.4%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현재 일자리를 잃을 우려가 크다’(‘매우 크다’ 22.4%+‘크다’ 18.7%)고 답했다. 방송작가 응답자의 경우 48.9%가 ‘코로나19 영향으로 현재 일자리를 잃을 우려가 크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이후 임금 손실이 있다’고 답한 독립PD(40.2%), 방송작가(48.4%)도 상당했다.

방송작가유니온도 지난 27일 ‘코로나19 방송작가 피해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로 상당수의 외주 프로그램 제작이 하반기로 연기되면서 프로그램 기획·섭외·원고 작성을 해온 작가들까지 ‘제작 중단 및 대기’ 상태에 놓였다”고 밝히며,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인 ‘코로나19 가족돌봄비용 긴급지원’ 대상에도 특수 고용직이나 프리랜서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방송작가·독립PD 고용계약형태 조사결과 ⓒ정의당
방송작가·독립PD 고용계약형태 조사결과 ⓒ정의당

독립PD협회는 일단 대출 조건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김영미 한국독립PD협회 대외협력위원장은 “계약서 없이 일하는 독립PD들은 소득을 증명할 수 없어 긴급지원 대출은 물론, 은행 대출, 예술인 대출, 소상공인 대출 등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면서 “계약서 대신 실제 독립PD로 일하고 있다는 것을 ‘독립PD협회 정회원 자격’으로 확인해 대출을 해주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독립PD협회는 최근 방송계 요구 사항을 취합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이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인 만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표준근로계약서 체결, 고용보험 가입 등으로 고용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9일 추혜선 의원과 방송스태프지부가 개최한 긴급 간담회에서 김기영 방송스태프지부장은 “결국 문제의 대부분은 독립PD, 작가, 스태프들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드라마스태프의 경우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통해 대부분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관행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코로나19뿐 아니라,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하다 다쳐서 일을 못 해도, 방송사 사정으로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이 폐지돼도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면서 “갑자기 일자리를 잃을 경우 실업급여 등의 보호 장치로 최소한의 생계는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혜선 의원은 “방송스태프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표준근로계약서’와 ‘표준제작비’를 정착시켜 방송제작 현장을 공정하고 정의로운 노동의 현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부당하고 열악한 노동 조건으로 방송스태프 노동자들의 생계를 뒤흔들고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현재 정부 정책 지원의 실효성과 필요한 추가 지원 등에 대해 업계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피해 상황은 물론, 미디어 환경 변화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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