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인포데믹’ 부추긴 보수신문, 김정은 등장에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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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혼란' 언론 책임론..."무분별한 받아쓰기 보도가 사태 키워"
조선·중앙, 북한 GP 총격 소식에 집중

북한 조선중앙TV가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순천에 있는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순천에 있는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PD저널=박수선 기자] 건강 이상설, 사망설까지 나왔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언론이 ‘김정은 인포데믹’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일부 보수신문은 20일 동안 이어진 김 위원장의 잠행 원인과 북한의 총격 도발 소식으로 관심을 돌렸다.

지난 1일 조선중앙TV 등 북한 관영 매체는 김 위원장이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알렸다. “99% 사망을 확신한다”(지성호 미래한국당 국회의원 당선인), “스스로 일어서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태영호 미래통합당 당선인) 등 탈북 정치인들의 추측을 비웃듯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CNN 보도로 확산된 김 위원장 신변 이상설은 일단락됐지만, 경제와 안보에 혼란을 부추긴 허위정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4일 조간신문에 비중있게 실렸다.

<한국일보>는 1면 <정보 사대주의에 휘둘린 ‘김정은 인포데믹’ 열흘>에서 “전문가들은 ‘정보 사대주의에 휩쓸린 열흘’이었다고 진단했다”면서 “데일리NK 보도는 국내에서 별다른 파장을 낳지 못했지만, CNN을 비롯한 등 해외 ‘유력’ 언론들이 보도하자 국내 언론들이 무분별하게 ‘받아쓰기 보도’를 해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인포데믹 양상으로 번지는 과정에서 북한 사회의 폐쇄성이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확인됐다”고 짚은 <한국일보>는 “이번 사태를 거치며 보수 진영에서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을 집중적으로 제기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 신변 관련 변수가 또다시 발생하면 국내 이념 갈등 구도가 반복되고,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혼선도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도 1면 <인포데믹 폐해 여실히 보여준 ‘김정은 변고설’>에서 “인포데믹을 초래한 주범은 언론과 일부 정치인이었다”며 “북한체제의 폐쇄성으로 인해 과거에도 북한 관련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적이 많았지만, 이번 파문을 계기로 언론의 각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경향신문>에 “북한 관련 가짜뉴스 유통과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언론에 대해) 안보불안, 경제적 손실, 남북관계 부정적 영향에 대한 책임도 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5월  4일자 1면 기사.
경향신문 5월 4일자 1면 기사.

<한겨레>는 4일자 사설에서 탈북민 출신 정치인인 태영호‧지성호 당선자를 향해 “자신들의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이 난 뒤에도 이들은 ‘김정은 건강 문제를 속단하지 말라’며 여전히 딴소리를 하고 있다”며 “탈북민 출신이라는 이유로 북한 전문가 행세를 해선 안 된다. 되레 북한 정보 검증에 더 신중을 기해야 마땅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의원으로 책무를 다하려면 자신의 희망과 현실을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거짓 정보를 확산시킨 것에 대해 진솔한 사과가 필요하다”며 미래통합당이 ‘정부와 정보기관에 대한 신뢰를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유체이탈’식 논평을 낸 것도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별다른 근거 없이 ‘김정은 건강이상설’을 퍼트리는 데 앞장선 보수신문은 여전히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4일 북한이 비무장지대 내 최전방 감시소초(GP)에 총격을 가한 소식을 1면 톱기사로 올렸다. 북한의 도발에 우리 군이 감싸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 기사를 3면에 배치한 <조선일보>는 신변이상설이 제기됐던 김 위원장의 잠행 중단 소식은 ‘청와대의 태영호‧지성호 당선인 사과 요구’에 초점을 맞춰 5면에 실었다.

<靑, “태영호‧지성호에 ”무책임한 발언 사과하라“>에서 <조선일보>는 ”김정은의 건재가 확인되자 위중설 등을 제기한 측을 향해 맹공을 가하고 나온 것“이라며 ”일부 인사는 태‧지 당선자에 대해 탈북민 혐오를 유발할 수 있는 비난을 가해 이번 사태를 정치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국회의원 당선인으로 무책임한 발언을 일삼은 탈북 정치인보다 이를 비판한 여권에 날을 세운 보도다.

<중앙일보>는 김 위원장의 잠행 배경과 관련해 외무성 내 권력 다툼과 연결지어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중앙일보>는 <북한, 김정은 위중설을 외무성 내 정보유출자 색출에 이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코로나19을 둘러싼 북·미간의 신경전에서 시작해 북한 외무성 내 권력 다툼의 성격을 띤 대외 라인 정비작업으로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북·미 관계 및 북·중 관계 모두에 밝은 중국 내 소식통이 3일 밝혔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김정은 잠적 사태 20일의 교훈’에서 “이번 사태의 결말은 정부의 대북 정보망이 큰 문제 없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시켜 주었다”면서도 “하지만 정부가 ‘자신을 갖고’ 북한에 특이 동향이 없다고 거듭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의 의혹이 왜 점점 증폭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정부도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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