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 김은숙 드라마의 유통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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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 김은숙 드라마의 유통기한 
SBS 금토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평행세계' 소재 새롭지만 난해
'종속적인 여성상 답습' 비판 극복할 수 있을까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0.05.05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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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SBS
SBS 금토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SBS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흥행 불패’ 김은숙 작가의 신작 SBS <더 킹: 영원의 군주>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첫 방송은 11.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더니 5회에서 8%대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2일 방송된 6회에서는 소폭 상승했다.

김은숙 작가는 대가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국내 드라마계의 한 획을 그은 작가이지만, 최근에는 ‘김은숙표 드라마’에 관해 엇갈린 평가도 나오고 있다. 로맨스 서사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시청률 반등을 꾀하고 있는 <더 킹: 영원의 군주>는 흥행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이른바 ‘김은숙표 드라마’의 핵심은 대사, 캐릭터, 볼거리다. 김은숙 작가는 2000년대 ‘연인’ 시리즈로 국내 대표 드라마 작가로 입지를 다졌다. SBS<파리의 연인>(2004)은 열풍을 일으키며 51.5%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고, <프라하의 연인>(2005)도 평균 시청률 30%대를 오가며 시청자의 관심을 모았다. 이밖에 SBS<신사의 품격>, <온에어>, <상속자들>도 화제성을 이어갔다. 

톡톡 튀는 명대사와 인물 간 핑퐁처럼 주고받는 맛깔난 대사가 김은숙 작가의 전매특허다. “애기야 가자”, “이안에 너 있다” 등 다소 낯간지러운 대사를 유행어로 만든 데 이어 KBS <태양의 후예>에서는 ‘다나까’로 끝나는 군대식 종결어미를, tvN<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에서는 문어체를 활용해 대사의 맛을 살렸다. 

김 작가는 장르와 소재의 변주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와 볼거리를 선사하기도 했다. SBS<시크릿 가든>에서는 ‘영혼 체인지’라는 판타지 설정을 로맨스와 엮어내며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 붐에 불을 지폈다. 재벌남과 평범한 여성이라는 획일적 구도의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지적과 반복적인 스토리 라인을 두고 ‘자기복제’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대중의 호응으로 논란을 잠재웠다. 

소재의 확장은 <아름답고 찬란하神-도깨비>와 <미스터 선샤인>에서 적극적으로 구현됐다. 우리에게 익숙한 도깨비 설화나 구한말 시대를 배경으로 의병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다양한 공간적 배경과 볼거리를 앞세워 관심을 끌었다. 

SBS 금토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SBS
SBS 금토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SBS

<더 킹: 영원의 군주>에서도 김은숙 작가의 장점과 실험을 총화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이번 드라마는 악마에 맞서 차원의 문을 닫으려는 대한제국 황제와 대한민국 형사의 공조를 통해 차원을 넘나드는 로맨스를 그린다. 

전작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은 게 단점으로 꼽힌다. ‘로맨스’ 혹은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라고 규정하기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만파식적을 두고 대한제국과 대한민국 두 개의 평행세계가 있다는 주요 설정 아래 여러 서브플롯이 존재한다. 대한민국에서는 형사인 정태을(김고은)의 형사물이, 대한제국에서는 구서령(정은채) 총리 중심으로 한 정치물이, 이곤(이민호)과 맞서는 이림(이정진)의 비밀을 둘러싼 스릴러물이 섞여있다. 

모티브가 아닌 새롭게 구축한 세계관을 이해해야 비로소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다 보니 시청자의 설왕설래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로맨스보다 평행세계의 존재 여부를 따져 묻는 지난한 과정이 집중도를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로맨스에 특화된 김은숙 작가가 앞으로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갈지는 지켜볼 일이다.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정태을이 평행세계를 다녀온 이후 이곤에 대한 감정적 변화를 겪는 등 남녀 주인공의 감정도 깊어지고 있다. 또 여러 등장인물의 다양한 서브플롯에 포함된 ‘떡밥’(복선)을 얼마나 정교하게 거둬들이느냐에 따라 복합적인 재미를 선사할 수도 있다. 

드라마의 흥행은 두고 봐야겠지만, 여성 캐릭터에 관해선 물음표가 남는다. 김은숙 작가가 전작에서 이미 지적을 받았던, 겉으로는 주체적으로 보이지만 남성의 권력에 좌지우지되는 종속적인 여성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은숙 작가는 <미스터 션샤인>에서 장총을 손에 쥔 고애신(김태리)의 진취적인 면모를 강조하며 기존 여성상을 탈피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긴 했었다.  

<더 킹: 영원의 군주> 속 여성 캐릭터는 틀에 박힌 전형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도깨비>만큼 시공간 영역을 확장해 새로운 세계를 세웠으나 이곤의 권력이 정점을 이룬 시공간에서 정태을의 선택과 행동은 수동적으로 그려진다.

대한민국의 당찬 형사 정태을이 두 세계를 넘나들며 어떤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을 남기고, 대한제국의 최연소 총리인 구서령은 쿨한 척하지만 황제 이곤과의 결혼을 욕망하며 전전긍긍한다. 전형적인 스토리라도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재미를 담보할 수 있지만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결국 이곤이 열쇠를 쥐고 있다는 ‘운명적 결론’은 답답함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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