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박수선 기자]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이 촉발한 성소수자 혐오 논란도 커지고 있다.
11일 ‘이태원 클럽 쇼크’의 파장을 전한 대부분의 아침신문은 확진자 동선 공개에 따른 성소수자 혐오에 우려의 시선을 보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을 ‘게이클럽’이라고 처음 보도한 <국민일보>는 “공익 보도”라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피력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7일 용인 66번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이태원의 한 클럽이 ‘게이 클럽’이라고 보도했다. 성소수자 혐오를 부추긴 보도라는 비판을 받은 <국민일보>는 11일자 종교면에 “‘게이 클럽’이라 보도한 것은 공익적 보도이며 보호받아야 할 언론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한국교회언론회의 논평을 실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교회언론회는 지난 8일 ‘팬데믹 상황에서 동성애 보호가 더 중요한가’라는 논평을 내고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팬데믹 상태인데, 용인시 66번 확진자가 다녀간 곳을 ‘게이 클럽’이라고 보도해 아우팅(동성애자라는 사실이 타의에 의해 밝혀짐) 당했다며 기자와 언론사에 대한 압력이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회언론회는 “이번 보도는 공익적 차원에서 한 것이며 동성애를 포함한 다중이 모이는 클럽에서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면서 “(방역 당국과 언론기관은) 앞으로도 코로나19 확산과 발생 위험성이 높은 곳을 공개함으로써 예방과 확산 방지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수의 조간은 <국민일보> 등 일부 언론이 촉발한 성소수자 혐오가 방역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11일 4면 <동선보다 ‘아우팅’에 관심… 성소수자 혐오로 번지면 안 돼>에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오히려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방역을 빌미로 성소수자들의 ‘아우팅’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다 보면 결국 이들을 방역망 밖으로 숨어들게 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인천시가 방역을 이유로 인천퀴어문화축제 주최 측에 지역 내 성소수자 명단을 요구한 것이 부적절했다고 꼬집으면서 “문제는 이러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분위기가 정작 방역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성소수자들이 해당 장소의 방문 사실을 숨기고 검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도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비난은 방역의 관점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접촉자가 비난을 두려워해 진단검사를 기피하게 되면 그 피해는 우리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된다"고 언급한 정세균 국무총리의 발언을 전하면서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성소수자 비난 여론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조선일보>에 "이태원 클럽 감염자 중 성소수자들은 검사를 받는 과정이나 자가 격리 과정에서 성적 정체성이 드러날 수 있다는 두려움과 공포감이 있다"며 "검사를 원하는 사람에게 이태원 클럽과 관련성을 확인하지 않고 빨리 검사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10면 <이태원 클럽 확진자 동선 보도, 혐오와 차별만 ‘아우팅’ 됐다>에서 “확진자가 성소수자라면 ‘아우팅’ 폭력을 가한 셈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며 “이 같은 정보 유출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보 공개 이후 아우팅을 우려한 접촉자들이 당국 조사에 응하지 않고 숨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일부 언론의 보도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성적 지향은 질병과 아무 상관 없는 정보이다. 이를 부각시키는 것은 성소수자들로 하여금 검사를 기피하고 방역망 바깥으로 숨도록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확진자 동선 공개 방식과 관련해 “개인별 동선을 일일이 공개하는 대신 당일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거쳐 간 장소를 포괄적으로 공개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태원 클럽 감염 사태가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식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