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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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에 대하여
코로나19 사태로 필수품 된 마스크
표정까지 가려 답답함 유발하지만 패러디 작품 소재로 등장하기도
  • 이은미 KBS PD
  • 승인 2020.05.13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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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지하철 혼잡 시간 마스크 미착용 승객에 대한 탑승 제한이 시작된 13일 오전 서울 사당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지하철 역사를 오가고 있다. 혼잡의 기준은 지하철 정원 대비 탑승객 수가 150% 이상이며 이때부터 마스크 미착용자는 지하철에 탑승할 수 없다. ⓒ뉴시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지하철 혼잡 시간 마스크 미착용 승객에 대한 탑승 제한이 시작된 13일 오전 서울 사당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지하철 역사를 오가고 있다. 혼잡의 기준은 지하철 정원 대비 탑승객 수가 150% 이상이며 이때부터 마스크 미착용자는 지하철에 탑승할 수 없다. ⓒ뉴시스

[PD저널=이은미 KBS PD] 마스크의 의미가 이렇게 변하게 될 줄 몰랐다. ‘마스크’하면 안동 하회탈이나 짐 캐리 주연의 영화 <마스크>, 그래픽 노블의 '브이 포 벤데타’의 마스크가 생각나는 게 전부였다. 코로나19 이후로는 K94이냐 K80이냐가 먼저 생각나고, 주민번호 뒷자리 수에 맞춰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요일을 따지게 됐다.

하긴, 얼마 전 토요일에 ‘마스크’에 관한 EBS 다큐멘터리를 재미있게 보다가 ‘아, 이번 주 마스크를 안 샀네’ 하며 TV를 끄고 약국으로 달려갈 정도이니, 말 다했다. 마스크 대란을 겪었던 지난 2월을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이 다행스럽기만. 마스크 착용 여부에 따라 감염률이 다른 것을 보면 ‘고작 마스크’라고 쉬이 생각할 수 없다. 이쯤 되면 안전에 있어서는 신성하게 여겨야 아이템이 아닌가. 

생각해보면 오묘한 물건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처음 마스크를 얼굴에 썼을 때, 익명의 자아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게 당연하다보니, 회사에서든 지하철에서든 마스크 뒤에 숨어서 입 모양을 요리조리 지어보고, 메롱도 해보았다. ‘상대방은 내 진짜 표정을 모르겠지’하는 재미가 있었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주인공 브이는 정의를 위해 마스크를 썼는데, 누구는 마스크 뒤에서 유치한 장난을 치고 있다. 마스크의 의미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것은 아니니까. 

  익명성을 부여하는 마스크는 ‘표현의 욕구’를 강제로 막는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립스틱이 마스크에 묻어나고, 귀걸이가 마스크의 끈과 엉킨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멋 내기까지 아니어도 좋다. 얼굴의 반을 가려야 한다는 것은 표정을 넘어 표현의 절반을 포기하는 것이다.

기온이 올라가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숨 쉬기 답답하다는 것은 일차원적이고 생물학적인 불편함이다. 또 표정을 가리는 마스크는 소통의 방법을 절반 밖에 활용하지 못해 사회학적인 이유에서도 답답함을 유발한다. 올해 칠순이 된 필자의 어머니가 마스크 위에 립스틱으로 입술을 그려 넣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단순히 미용 때문에 마스크를 내키지 않아 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마스크는 코로나19로 활동이 어려워진 예술가들에게 또 다른 영감을 주었다. ‘놀거리’를 주었다고나 할까. 모나리자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에게도 마스크를 씌웠다. 뭉크의 ‘절규’부터 반 고흐의 초상화까지, 명화 속 인물들이 마스크에 방독면까지 착용한 패러디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이 상황이 씁쓸하다가도 마스크를 쓴 작품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창작되는 걸 보면, 그 물량공세에 웃음이 나온다.

이 시국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걸 보면, 예술가들의 ‘끼’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나리자 원작을 통통한 모나리자로 재창조한 ‘페르난도 보테로’도 예술이란 삶의 고됨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주는 영적이고 비물질적인 것이라고 했다. 

 하루하루 확진자와 사망자 현황을 확인하고, 그 숫자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요즘이다. 괜스레 ‘마스크’ 하나에 과장된 의미를 부여해본다. 이렇게 나름의 놀이를 해보는 것도 코로나19 이전에 친구들과 맛집을 탐방하고, 미술 전시를 탐색하던 여가활용의 패턴을 바꾸는 패러다임이 되지 않을까. 또 한 번 ‘오버’해 본다. 이 역시 ‘마스크’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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