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를 것 없는 남남커플 "왜 퀴어 콘텐츠는 우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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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를 것 없는 남남커플 "왜 퀴어 콘텐츠는 우울하죠?"
[선입견 깨는 유튜버들 ③] ‘채널김철수’ 운영하는 김철수·손장호 커플
“우리 주변 어디에나 성소수자 있어… 다양한 사랑 형태에도 본질은 같아”
  • 박상연 기자
  • 승인 2020.05.15 19:37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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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로 자리잡은 유튜브는 사회적 소수자‧약자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기도 하다. 수백만 구독자를 거느린 스타 유튜버 사이에서 '나다움'을 찾는 유튜버들이 적지 않다.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노인, 외국인 등 각자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할 말을 하는 유튜버를 5회에 걸쳐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유튜브 채널 '채널김철수'를 운영하는 손장호 씨(왼쪽)와 김철수 씨. ⓒ PD저널
유튜브 채널 '채널김철수'를 운영하는 손장호 씨(왼쪽)와 김철수 씨. ⓒ PD저널

[PD저널=박상연 기자] 코로나19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 보도는 우리 사회에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이 여전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확진자가 다녀간 클럽을 '게이클럽'이라고 강조한 언론은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한 주범이었다. 성소수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면 일부 언론과 일각의 시선이 얼마나 비틀려 있는지 드러난다. 

지난달 24일,14일 두차례 대면·전화인터뷰로 만난 김철수 씨(31)는 미디어에도 여러번 소개된 성소수자 유튜버다. 2015년 개설한 이후 현재 18만명이 구독하고 있는 '채널 김철수'는 평범한 동성커플의 일상을 보여주는 유튜브로 꽤 입소문이 났다. 이름을 '김슬기'에서 '김철수'로 개명한 그는 친근하고 평범하다는 이유로 유튜브 채널명도 '김철수'로 지었다.    

 "‘김철수’는 친근하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누구나 아는 고유명사잖아요. 성소수자로 태어나서 어렸을 때부터 늘 커밍아웃하고 세상에 나오고 싶었어요. 성소수자도 평범한 ‘철수’와 ‘영희’들이니까.”

'채널 김철수' 구독자는 2018년 5월 올린 영상 ‘사귄다고 말해야 되는데 제목짓기 어렵네’에서 연애 사실을 고백한 뒤 급증했다. 김 씨와 연인 손장호 씨(29)가 함께 밥을 먹고, 데이트하는 에피소드부터 반려 고양이 4마리의 모습까지 소소한 일상이 '채널 김철수'의 주된 소재다.

김 씨는 “(이용자들이) '채널 김철수'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면을 많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며 “성소수자라고 하면 외계인 같고 다른 삶을 사는 듯한 느낌인데, 옆집에 사는 사람들처럼 조금 칙칙하고 털털하게 사는 남자 두 명의 이야기가 친근하면서도 이상한 묘한 앙상블처럼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이란 뭘까요?' 영상 갈무리. ⓒ 채널김철수
'사랑이란 뭘까요?' 영상 갈무리. ⓒ 채널김철수

2017년 김 씨와 손 씨가 연인이 되면서 손 씨의 영상 출연이 많아지고, 현재 채널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김 씨는 주로 영상 기획과 촬영, 편집을, 손 씨는 영상 출연을 맡는다.

이들은 브이로그 영상 외에 매주 수요일 구독자 사연을 읽고 공유하는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진행한다. 스트리밍 방송은 매회 3~4시간가량 진행할 정도로 시청자와 밀도 높게 소통한다. 스트리밍 영상만 따로 모아 올리는 독립 채널(‘채널 김철수 STREAMING')도 개설했다. 손 씨는 “퀴어나 비퀴어나 누구든 사연을 보내주면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이 (스트리밍 영상의) 취지다. 이성애자 분들도 사연 많이 보내주신다”고 설명했다.

가장 인기 있는 영상 중 하나는 시민 100여 명을 길거리 인터뷰한 ‘사랑이란 뭘까요?’이다. 범성애·무성애·트렌스젠더·인터섹스·양성애·동성애·이성애·퀘스처너리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시민들이 ‘사랑이란 무엇인지’ 말하는 영상이다. 

김 씨는 “성소수자든 비성소수자든 사랑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섹슈얼리티가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이를 섭외하고 촬영해 편집하는 데까지만 1년이 넘었다. 그는 “장기 프로젝트였다. 퀴어분들은 연령이 높을수록 인터뷰를 어려워하셨다. 40~50대나 어린 친구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무성애자나 트렌스젠더분들은 정말 찾기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채널 김철수' 영상의 매력은 출연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연출에서 나온다. 채널 내 기획 코너인 ‘커밍아웃 페이지’, ‘성소수자 인터뷰’ 모두 얼굴 클로즈업샷과 바스트샷 위주로 연출해 표정 하나하나에 묻어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커밍아웃 페이지’는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 모두 참여하며 자기 성정체성을 직접 설명하는 영상 모음이다. 이때 규칙은 모자이크나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감추지 않고, 본인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이다.

"다른 성소수자 유튜브 채널이 모자이크를 하는 이유가 있지만, (얼굴을 가리면)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소극적으로 보이고, 죄인 같아 보인다"는 김 씨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손 씨는 “얼굴을 확 끌어당겨서 찍으면 그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공들인 콘텐츠에 이용자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영상에 달린 댓글을 다 읽는다"는 손 씨는 "우리 영상 보고 힘을 얻었다거나, 실제로 커밍아웃했다는 분도 있다. 퀴어분들한테 ‘주변에 당신 같은 사람 많이 있다’는 것 전하고 싶었는데, 우리 의도대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수더분하게 웃었다.
 

유튜브 채널 '채널김철수'를 운영하는 손장호 씨(왼쪽)와 김철수 씨. ⓒ 채널김철수
유튜브 채널 '채널김철수'를 운영하는 손장호 씨(왼쪽)와 김철수 씨. ⓒ 채널김철수

하지만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면 동성애를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 씨는 이번 코로나19 동성애 혐오 보도 이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개인 SNS를 통해 ‘마스크 쓰고 다니냐’는 식의 공격적 연락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동성애가 이상한 것도 아닌데, 언론 보도에서 ‘게이’‘동성애’를 부각하면서 ‘역시 게이들은 그래’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편견”이며 “‘동성애’와 ‘이성애’처럼 나눠서 생각할 게 아니라 다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바라봐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퀴어 축제' 역시 성수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단골 소재다. 김 씨는 “기자나 미디어가 퀴어 축제를 다룰 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에만 포커스 맞추는 경우가 있다. 여러 면 중 하나일 수 있는 특징을 부풀려서 편향적으로 다루거나 자극적인 것에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채널 김철수'를 통해 성소수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제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게이라는 존재는 TV에 나오는 홍석천 씨 말고는 주변에서 잘 찾아볼 수 없었어요. 성정체성을 고민한 사춘기 때 많이 외로웠죠. 나만 비정상인 것 같고. ‘채널김철수’는 ‘늘 우리 주변에 옆집 사는 친근한 이웃처럼 퀴어가 있다’는 말을 끊임없이 던지는 공간이에요. 아무래도 많은 퀴어분들이 숨어서 외롭게 사는데, 저희 채널 보고 힘 얻었으면 좋겠어요.”(손장호)

“'채널 김철수'에서 ‘김철수’는 상징적인 의미잖아요. 저희뿐만 아니라 많은 '철수'와 '영희'가 있을텐데, 채널을 통해 만나고 싶어요.”(김철수)

두 사람은 웹드라마 콘텐츠 제작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퀴어’를 주제로 실화 바탕의 짧은 픽션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다. 김 씨는 “(퀴어를 다룬) 기성 영화 중에 약간 우울한 것들이 많다. 좀 더 다양하고 밝은 주제로 다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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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2020-05-18 00:33:58
남다를것 없다는 남남커플
미치겠다 진짜 생각만해도 구역질 나는것같은데..

ㅁㄴㅇ 2020-05-16 21:22:24
끔찍해

ㅁㄴㅇ 2020-05-16 21:21:28
추잡해

ㅁㄴㅇ 2020-05-16 21:20:25
더러워

ㅁㄴㅇ 2020-05-16 21:18:52
역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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