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선거방송 심의 40% 차지한 TV조선·채널A, 심의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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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선거방송 심의 40% 차지한 TV조선·채널A, 심의 결과는
21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심의·의결 분석해보니
종편 '문제없음' 비율 61%, 지상파(26%) 두배 넘어
"솜방망이 심의...막말·편파·오보 걸러내지 못했다"
  • 이미나 기자
  • 승인 2020.05.18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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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이어 가장 많은 심의를 받은 TV조선 '신통방통' 방송 화면(3월 10일) 갈무리.
21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이어 가장 많은 심의를 받은 TV조선 '신통방통' 방송 화면(3월 10일) 갈무리.

[PD저널=이미나 기자] 21대 총선 기간 동안 TV조선과 채널A가 받은 선거방송 심의가 전체 선거방송심의의 열 건 중 네 건 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편 4사 중 두 방송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83.82%(소수점 둘째자리에서 반올림 기준)에 달했다. 

21대 총선 선방심의위 심의·의결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정된 안건 총 145건 가운데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관련 안건은 절반가량인 68건(46.90%)이었다. 지상파(라디오 포함, 지역민방 제외) 관련 안건은 42건(28.97%)으로 집계됐다.

방송사 가운데선 TV조선 관련 안건이 총 30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채널A(27건), KBS·MBC(18건), YTN(10건) 순이었다. 전체 안건 가운데 39.31%가 TV조선과 채널A 관련 안건에 해당했다. 

심의 결과를 보면, 방송사 방송평가에 반영되는 법정제재는 모두 2건으로 집계됐다. MBC가 '비례한국당' 오보 등으로 주의 2건을 받았고, 143건은 행정지도 처분이 나왔다.       

눈에 띄는 건 '문제없음'의 비율이다. 종편의 경우 68건 중 모두 42건이 '문제없음'(61.77%)이었던 반면, 지상파는 42건 중 11건만이 '문제없음'(26.20%) 의결됐다.

이번 총선 관련 선거방송심의에서 종편이 '문제없음'을 받은 비율은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32.6%)과 2012년 제19대 총선(25%)에 비하면 크게 늘었다. 특히 전체 방송사 가운데 1, 2순위로 이번에 심의 안건이 많았던 TV조선과 채널A의 경우 '문제없음' 비율은 각각 50%, 63%이었다. 

'의견제시' 이상의 제재를 받은 경우에 한해, 심의에 적용된 조항에도 차이가 있었다.

지상파의 경우 선거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18조(여론조사의 보도)를 어긴 사례가 18건(한 안건이 심의규정을 중복해 위반한 경우가 있을 수 있음-기자 주)으로 집계됐다. 이 조항은 여론조사 결과를 방송할 때 전체 질문지를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거나, 조사기관·의뢰기관·조사대상 및 기간·응답률 등을 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 뒤로는 제8조(객관성)와 제5조(공정성)가 8건, 제21조(후보자 출연 방송제한 등)가 5건으로 나타났다.

반면 종편의 경우 제8조(객관성)위반이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제10조(시사정보프로그램)가 5건, 제18조(여론조사의 보도)가 3건, 제5조(공정성)가 2건이었다. 

종편 4사 제21대 총선 선방심의위 심의·의결 결과 ⓒ PD저널
종편 4사 제21대 총선 선방심의위 심의·의결 결과 ⓒ PD저널

이 같은 결과를 두고 번번이 안건으로 올라온 종편 뉴스 및 프로그램에 제21대 총선 선방심의위가 솜방망이 심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회의록을 살펴보면 TV조선 <신통방통>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가 각각 13회와 14회 안건에 올랐지만 <신통방통>은 '문제없음' 5건과 '의견제시' 6건 및 '권고' 2건, <김진의 돌직구쇼>는 '문제없음' 10건, '의견제시' 3건, '권고' 1건을 받는 데 그쳤다.

방심위는 그간 관행적으로 심의에서 행정지도 조치 이후에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경우 제재 수위를 가중해 의결해 왔으나, 이번 선방심의위에선 이 같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선방심의위 회의 과정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어 가중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여러 차례 등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행자가 아닌 출연자의 발언이라는 의견과 이후 정정보도를 했으니 제재 수위를 높일 수 없다는 주장도 종종 나왔다. 지난 3월 10일 TV조선 <신통방통>에서 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이 "선거법이라는 것은 여야가 합의 처리해온 것이 지금까지 관행", "단 한 번도 합의 처리를 안 한 적이 없다"는 등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한 데 대해 '의견제시' 결정을 내린 게 대표적이다.

당시 타 언론들을 통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확인됐고, TV조선은 열흘 뒤인 3월 20일에야 해당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정정 보도했다. 그러나 여러 위원들은 단순히 사실관계를 정정했다는 이유만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위원들이 "다른 패널도 아니고 TV조선을 대표해 출연한 해설위원이 계속해서 편향된 발언을 했다. 전반전인 멘트나 분위기 자체를 봐서 균형성 측면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다", "방송 바로 다음 날 정정보도를 한 경우에는 정상을 참작했었지만, 이번 경우는 열흘이 지난 다음 정정보도를 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며 '권고' 의견을 냈으나 소수 의견에 그쳤다.

그런가 하면 3월 30일 채널A <뉴스 TOP10>에서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자의 언론 인터뷰를 두고 한 출연자가 "자기(최강욱 후보자)가 기소됐다고 해서 그걸 지금 보복을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게 정치적 목적인데 저는 참 끔찍하다"고 발언한 사례도 있었다. 

이는 당시 인터뷰 내용을 부풀려 해석했다는 비판을 받은 대목이었으나, 심의 단계에서 위원들은 "출연자의 의견이기 때문에, 출연자임을 감안하면 문제 삼기 어렵다" "출연자 발언에 대해서는 이 정도는 용인하지 않았나"라며 '문제없음' 의결했다.

막말을 여과 없이 방송하거나 '음모론'을 확대·재생산하는 경우에서도 선방심의위의 심의가 무디긴 마찬가지였다.

중국인들이 국내 여론을 조작한다는 이른바 '차이나 게이트 의혹'을 다룬 4월 10일자 TV조선 <탐사보도 세븐>과 같은 날 유튜브 <신의 한 수> 화면을 사용하며 사전투표 조작설을 보도한 채널A <뉴스A>는 모두 행정지도 '권고'를 받는 데 그쳤다.

선방심의위 안에서도 총선을 불과 5일 앞둔 시점이었던 데다 떠도는 풍문을 검증 없이 인용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러나 일부 위원들이 "논란을 소개했을 뿐"이라거나 "선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옹호하는 주장을 편 데다, 법정제재를 꺼려왔던 이번 선방심의위의 '관성'이 작용하면서 행정지도로 무게추가 쏠렸다. 

더불어민주당과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공동으로 공약을 발표한 일을 '근친상간'에 비유한 출연자의 발언이 나온 4월 6일자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도 '권고'를 받았다. 그 와중에 미래통합당 추천으로 뒤늦게 합류한 한 위원은 "제목 자체가 <돌직구쇼>다 보니, 과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자율재량이 주어진 부분이 아닐까"라며 '문제없음'을 주장했다. 해당 위원은 3월 19일 같은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가 특정 정치인을 조롱한 것을 두고도 같은 이유로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제21대 총선 선방심의위 위원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21대 총선 선방심의위 위원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서 2020 총선미디어감시연대는 이번 선방심의위가 "선거 보도의 공정성을 유지한다는 엄중한 책무에 비해 소극적 의결을 하고 있으며, 특히 종편의 편향적 막말 선거방송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그동안 총선미디어감시연대를 대표해 선방심의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왔던 엄재희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가장 큰 문제는 특정 방송사의 특정 프로그램에서 문제가 반복됐다는 점"이라며 "그렇다면 심의기구가 이를 제재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솜방망이' 제재만 가함으로써 막말·편파·왜곡방송을 시정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선방심의위가 선거 100일 전부터 30일 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전문적인 심의가 어려운 한계를 갖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성과 해체를 반복해 심의가 연속적이지 않은 데다, 심의 과정에서 나오는 개선사항을 논의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엄재희 활동가 역시 "특히 선거방송심의 초기엔 위원들이 절차나 규정 등도 제대로 숙지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고, 그러다 보니 적극적으로 심의를 하려 하기보단 '선례'만 쫓아가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꼬집었다. 

현재 선거 관련 심의기구는 선방심의위뿐만 아니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운영하는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와 언론중재위원회가 운영하는 선거기사심의위원회까지 세 곳으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를 제외한 두 곳은 비상설로 운영된다.

지난해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방심의위와 선거기사심의위원회를 3년 임기의 위원들을 위촉해 상설로 운영하자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이달 말까지 국회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김민기 의원실 관계자는 "20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상임위원회에서도 통과하지 못해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할지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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