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인턴’, 갑을관계 역전극의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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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인턴’, 갑을관계 역전극의 결말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 꼰대와 '요즘 것들'은 서로 이해할 수 있을까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0.05.2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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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 ⓒMBC
MBC수목드라마 ‘꼰대인턴’ ⓒMBC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작금의 노동 현실에서 ‘꼰대’와 ‘인턴’만큼 화두가 되는 키워드가 있을까. 이 두 단어는 갑과 을로 명확히 나뉘는 두 세계를 대표한다. 꼰대는 나이나 지위 등을 이용해 갑질하는 인물을 지칭한다면, 인턴은 일터에서 영원한 을로 각인되는 존재다.

그래서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은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때 꼰대였던 인물이 인턴의 위치에 서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꼰대와 인턴의 위치가 뒤바뀌는 인물들은 바로 가열찬(박해진)과 이만식(김응수)이다. 라면업체 옹골에서 이만식이 팀장으로 일하던 시절 가열찬은 그 팀에 들어왔던 인턴이었다. 입만 열면 꼰대 체크리스트의 대부분에 해당되는 말들을 쏟아내는 이만식은 가열찬이 어쩌다 옹골의 치부를 알게 되자 일부러 괴롭히고 갑질을 일삼아 결국 퇴사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 후 준수식품에 들어가 핫닭면을 성공시키며 승승장구해 마케팅영업팀 팀장이 된 가열찬의 부서에 이만식이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온다. 준수그룹 총수 남궁표(고인범) 회장의 신임으로 점점 힘을 키워가는 가열찬을 견제하려는 2세 남궁준수(박기웅)와 안상종(손종학) 본부장의 계략이었다. 그들은 이만식을 이용해 가열찬을 흔들고, 실제로 그 계략은 조금씩 힘을 얻어간다.

과거 갑질을 경험했던 가열찬은 결코 꼰대가 되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그 결심은 이만식 앞에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결국 가열찬은 복수심이 끓어오르며 이만식에게 자신이 과거 당했던 갑질을 고스란히 되돌려준다. 그런데 천사 같던 가열찬의 꼰대 짓을 팀원들이 목격하면서 팀내의 평판도 조금씩 돌아선다.  

<꼰대인턴>은 그 제목에서 풍기는 기대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전형적인 역할 바꾸기가 주는 코믹함과 통쾌함을 담아내지만 이만식 역시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그는 자신을 인턴으로 뽑아 이용하려는 친구 안상종과 합심해 가열찬을 곤란하게 만들려 한다.

그래서 중국에서 온 바이어들과 계약을 앞두고 가진 회식에서 그는 일부러 과한 행동들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이야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만식이 계약을 깨기 위해 했던 행동들이 의외로 호감을 얻게 되면서 계약 체결의 일등공신이 되어버리는 것. 이처럼 <꼰대인턴>은 꼰대와 인턴의 위치가 바뀌어 생겨날 수 있는 흥미로운 상황들을 그려내면서도 그것이 항상 기대했던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코미디의 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MBC수목드라마 ‘꼰대인턴’ ⓒMBC
MBC수목드라마 ‘꼰대인턴’ ⓒMBC

그런데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는 이야기는 무얼 뜻하는 걸까. 예를 들어 인턴으로 있을 때 갑질을 그토록 심하게 당해 절대로 자신은 꼰대가 되지 않겠다고 했던 가열찬이 이만식이 들어오면서 꼰대가 되어가는 것이나, 시니어 인턴으로 입사했지만 그 자리에서조차 가열찬을 물 먹이려고 하는 이만식이 엉뚱하게도 너무나 열심히 인턴으로서의 역할을 해내는 이야기는 무얼 말하는 걸까.

우리가 꼰대니 인턴이니 하는 그 지칭에 대해 막연히 생각하는 것들이 선입견일 수 있다는 걸 드러내는 게 아닐까. 꼰대도 인턴도 나이나 지위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관계에서 자신이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따라 만들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 말이다.  

여러모로 <꼰대인턴>은 유쾌한 코미디이자 소동극을 그려내고 있지만, 노동환경에서 극단적인 위치에 있는 존재들을 통해 서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고 이해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과연 가열찬과 이만식은 꼰대니 인턴이니 하는 그 위치가 만들어내는 갑을 관계를 뛰어넘어 함께 어떤 미션을 수행해내는 바람직한 결말을 그려낼 수 있을까. <꼰대인턴>의 판타지는 갑과 을이 뒤바뀌는 데 있다기보다는 서로 섞일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이들이 하나로 섞이는 과정에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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