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떠나는 의원들, 우르르 방송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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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낙선·불출마 의원들, 방송 출연 러시
'정치9단' 박지원 의원, 고정 출연만 10여곳...이철희 의원은 라디오 진행자로 발탁
"정치색 지우고 전문가로 활동하는 낙선 정치인들은 경계해야"

25일 KBS '더 라이브'에 출연한 박지원 의원 ⓒ KBS
25일 KBS '더 라이브'에 출연한 박지원 의원 ⓒ KBS

[PD저널=이미나 기자] 여의도를 떠나는 국회의원들이 속속 방송가로 향하고 있다. 방송가 역시 현실 정치 경험을 풍부하게 들려줄 수 있는 '전직 국회의원 모시기'에 속속 나선 모양새다.

12년간의 '금귀월래' 생활을 마감하게 된 '정치9단'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일찌감치 방송인으로의 전업을 선언했다. 박 의원은 지난 4월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현역 정치는 떠났지만 지금까지 경험했던 경륜을 가지고 계속 방송 등에서 요구하거나, 또는 SNS를 통해서 원로답게 내 의견을 당당하게 피력할 것"이라며 활발한 방송 활동을 예고한 바 있다.

현재 KBS <더 라이브> MBC <뉴스외전> JTBC <전용우의 뉴스on> 등의 TV 프로그램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 <주진우 라이브>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등 라디오 프로그램이 박지원 의원을 위한 고정 코너를 만들었다. 여기에 현역 시절부터 출연하던 MBN <판도라> TV조선 <강적들> 등까지 포함하면 박지원 의원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한 주에 10여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박 의원은 자신의 SNS에 정치 관련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섭외가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즐거운 고민"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박지원 의원실 관계자는 "당분간은 방송 활동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라며 "현재까지 고정 출연이 확정된 프로그램 외에 또 다른 프로그램 출연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결정하게 될 듯하다"라고 말했다.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음달 1일부터 SBS 라디오 프로그램 <이철희의 정치쇼> 진행을 맡는다.

이철희 의원은 국회에 입성하기 전부터 JTBC <썰전> 등 다수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고, 지난 2013년부터 2년 동안 TBS <퇴근길 이철희입니다> 진행을 맡기도 했다. 앞서 이철희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SBS 외에도 여러 방송사가 영입 경쟁에 나섰다. 이 의원과 함께 고정으로 출연하는 게스트 가운데도 전직 국회의원 두 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MBN '판도라'에 출연한 김용태·김성태 의원(왼쪽부터) ⓒ MBN
25일 MBN '판도라'에 출연한 김용태·김성태 의원(왼쪽부터) ⓒ MBN

미래통합당의 김성태(전 원내대표)·김영우·김용태 의원, 더불어민주당의 표창원 의원도 임기를 마친 후 방송 활동을 할 것으로 전해진다.

김성태 의원은 의원 시절부터 TV조선 <강적들>이나 채널A <외부자들>과 같은 시사 토크 프로그램에 심심찮게 출연해 왔고, tvN <우리가 남이가>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방송과 가까웠던 정치인 중 한 사람이다. 김성태 의원실 관계자는 "출연 여부나 편성이 확정되지 않아 자세한 사항은 밝히기 어렵지만, 현재 한 방송사와 고정 출연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김영우 의원은 JTBC <전용우의 뉴스on>에 고정 출연하고 있고, '속풀이' 여행을 떠나 불출마를 둘러싼 속내를 털어놓는 SBS <SBS스페셜> '두 의원' 편에 이철희 의원과 동반 출연하기도 했다. 김용태 의원도 지난 4월 30일부터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의 출연진으로 합류했다.

총선 불출마와 함께 정계은퇴를 선언한 표창원 의원은 이달 들어 MBC <라디오스타> JTBC <방구석 1열>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등 예능 프로그램에 연달아 출연하고 있다. 특히 <라디오스타>에서는 추리소설 습작, '먹방' 도전 등에 대한 의지와 함께 SBS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 MC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방송가에서는 실전 경험을 프로그램에 녹여낼 수 있는 국회의원 출신 인사들의 출연을 반기는 분위기다. 오후 시간대 TV 프로그램이나 출퇴근 시간대 라디오 프로그램 등을 중심으로 정치·시사 관련 사안에 해설을 해 줄 수 있는 인물들에 대한 수요는 높지만, 출연진 풀은 제한적이어서 몇몇 출연자가 '겹치기' 식으로 얼굴을 비추는 경우도 허다한 게 사실이다.

<이철희의 정치쇼> 연출을 맡은 정한성 SBS PD는 통화에서 "실제 국회를 경험해 본 만큼, 같은 사안에 대한 비판을 한다 해도 근본적인 구조까지 읽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원 출신 출연자가) 강점이 있다"며 "정치혐오가 높아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애정 어린 비판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정치쇼>의 진행자로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다수의 전직 의원들이 각 진영을 대표하는 패널로 출연하는 것과 달리 이철희 의원이 라디오 진행자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이유는 균형 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정한성 PD는 "이철희 의원은 대중적인 인지도도 갖췄고 진행자로서의 자질도 훌륭한 분이지만, 한 쪽 편에 서서 '편 가르기' 식 방송을 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게 진행을 할 수 있는 분"이라며 "이 의원도 국정을 이끌고 있는 여당에 애정 어리면서도 따끔한 비판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동준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전직 국회의원이 고정 출연자로서 각 정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며 "진행자인 경우 편향성에 관한 우려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실제 방송을 보거나 듣기 전까진 알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총선에서 낙선한 이력과 정치색을 지우고 활동하는 정치 패널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총선만 해도 이경환 변호사는 MBN <아침&매일경제> <뉴스와이드> 등에 고정 출연하다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소속 후보로 출마했고, 낙선한 뒤 엿새 만에 채널A <정치데스크>에 본업인 '변호사'로 출연했다. 다수의 종편·보도채널 프로그램에서 보수 성향 패널로 출연해 왔던 김병민 경희대 객원교수도 미래통합당에 영입돼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했고, 4월 28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로 방송에 복귀했다.

이를 두고 임동준 활동가는 "총선에 출마했던 이들이 정당 색깔을 빼고 '전문가' 자격으로 다시 방송에 출연하고, 특정 정치적 사안에 대한 의견을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의견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20 총선미디어감시연대도 "편향성을 드러낸 출연자들을 반복 섭외하는 것도 모자라 특정 정당 소속으로 출마까지 했던 인물을 전문가로 둔갑시켜 출연시킨다면 종편 편향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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