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최고령 유튜버 '깐지할머니', "죽을 때까지 유츄브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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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세 최고령 유튜버 '깐지할머니', "죽을 때까지 유츄브 하고 싶어"
[선입견 깨는 유튜버들 ④] ‘깐지할머니’ 채널 주인공 김남례 할머니
'똥강아지들'과 스스럼없이 소통..."젊은 것들아 힘내라"
  • 박상연 기자
  • 승인 2020.05.29 17: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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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로 자리잡은 유튜브는 사회적 소수자‧약자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기도 하다. 수백만 구독자를 거느린 스타 유튜버 사이에서 '나다움'을 찾는 유튜버들이 적지 않다.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노인, 외국인 등 각자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할 말을 하는 유튜버를 5회에 걸쳐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지난 20일 만난 유튜버 '깐지할머니' 김남례 씨. ⓒ PD저널
지난 20일 만난 유튜버 '깐지할머니' 김남례 씨. ⓒ PD저널

[PD저널=박상연 기자] “할머니, 뭐해?”라는 질문이 시작이었다. “심심해서 그냥 바깥 내다본다”고 무심하게 말하던 김남례 할머니(94)는 국내 최고령 유튜버가 됐다.

2018년 11월, 김 할머니의 손자인 김대로 씨(27)는 온종일 창밖을 보며 무료해 하는 할머니가 마음 쓰여 무작정 유튜브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유츄브(유튜브)가 뭐냐?”고 묻던 할머니는 손자가 유튜브에 있는 ‘전국노래자랑’ ‘박막례 할머니’ 영상 등을 보여주자 흥미롭다는 듯 답했다. “잘은 몰른데(모르는데) 아주 재미있을 것 같다. 한 번 해보자.”

유튜브를 시작하며 ‘인생 2막’을 꿈꾸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먹고 살기 바빠서 고생만 하고 살아 꿈을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말하던 김 할머니도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꿈이 생겼다.

유튜브 채널 ‘깐지할머니’는 구순을 넘긴 김 할머니가 래퍼로 도전하는 순간을 담은 일기장이자 가족들과 반려견 ‘깐지’와의 일상을 그린 앨범이다. 영상 촬영과 편집은 손자가 도맡지만, ‘깐지할머니’ 채널의 중심은 단연 할머니다. 할머니가 평소에 좋아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위주로 영상 주제를 선정한다.

김 할머니는 “나이가 너무 많아 정신이 없어 힘들다”면서도 “영상에 나와 기분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손자 대로 씨는 “할머니가 평소에 텔레비전은 멍하니 보시는데 본인이 나온 영상은 되게 재밌게 본다”고 덧붙였다.

2018년 11월 첫 영상이 올라온 이후 1년 넘게 꾸준히 영상을 찍어온 할머니는 이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손자에게 더 멀리서 찍어보라고 훈수를 던질 정도로 베테랑 유튜버로 거듭났다.

지난해 3·1절에 올라온 '깐지할머니' 영상 화면 갈무리. ⓒ '깐지할머니' 유튜브
지난해 3·1절에 올라온 '깐지할머니' 영상 화면 갈무리. ⓒ 유튜브 '깐지할머니' 

‘깐지할머니’ 채널에는 김 할머니라서 가능한 콘텐츠가 많다. 그는 지난해 3월 1일에는 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대한독립이야기’라는 주제로 일제 강점기와 해방을 겪었던 본인의 경험을 직접 들려줬다. 할머니가 전래동화 들려주듯 덤덤하게 회고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더 실감 난다’ ‘울컥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 할머니가 다니는 경로당 브이로그 영상도 흥미롭다. ‘깐지할머니와 친구들’이란 영상에서는 할머니가 친구들과 화투를 치는 일상, 함께 노래 부르고 식사하는 소박한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담았다. 유명 유튜버인 진용진 씨와의 영상 협업을 진행한 적도 있다.

할머니는 “경로당에 가면 내 방송국(깐지할머니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방송국“이라고 말한다-기자 주) 자랑하지. 친구들이 나보고 좋겄대”라며 뿌듯해했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가장 달라진 건 바로 ‘랜선 손주’들이 생겼다는 점이다. 할머니는 댓글을 단 이용자 닉네임을 손주 이름 부르듯 친근하게 부른다.

구독자와 소통하는 모습에서 유튜버 '깐지할머니'의 진면목이 여실히 드러난다. 김 할머니는 유튜브를 시작한 지 2주가 채 지나지 않았던 때 이용자와 소통하는 ‘댓글 읽기’ 영상을 찍었다. 추천을 받아 정한 구독자 애칭은 ‘똥강아지’. 김 할머니는 “똥강아지라는 이름이 재수가 좋다”며 잘 지었다고 구독자들의 안목을 칭찬했다.

김 할머니가 유튜버로 활동하며 가장 인상 깊은 일화로 꼽은 것도 똥강아지와의 만남이다. 가족여행으로 간 제주도에서 한 구독자가 할머니를 알아보고 인사를 청한 일도 있었다. 김 할머니는 “똥강아지 만나서 반갑고 그저 좋았다”며 기억을 되짚었다.

깐지할머니 김남례 씨와 반려견 깐지. ⓒ 깐지할머니 제공
깐지할머니 김남례 씨와 반려견 '깐지'. ⓒ 깐지할머니 제공

영상마다 똥강아지에 대한 안부로 영상을 끝맺는 김 할머니가 똥강아지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젊은 것들아 힘내라!’이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할머니가 똥강아지를 생각하며 래퍼로 도전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가 직접 가사를 쓴 노래 ‘똥강아지송’은 학업·취업 등에 힘들어하는 '똥강아지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김 할머니는 인터뷰 내내 '똥강아지들' 덕분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내가 이렇게 좋은 유츄브를 하니까 생전 모르는 학생들, 젊은 분들 모두 이렇게 똥강아지가 돼서 나를 좋아하는구나 싶어 기분이 좋고 행복하지.”

손자 대로 씨는 직장을 다니면서 채널 운영을 하고 있어 ‘깐지할머니’에 올라오는 영상의 간격은 다소 긴 편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김 할머니의 활동적인 모습을 자주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유튜버 김 할머니의 꿈은 선명하다. '죽을 때까지 유튜브를 하는 것.‘ “유츄브 하고 나서 가장 큰 변화는 우리 똥강아지들. 이렇게 (영상으로) 만나고 얘기할 수 있는 것. 지금까지는 얘기할 사람이 없었어. 만날 집에 앉아 있고. 유츄브 죽을 때까지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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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20-05-29 18:05:32
유츄브는뭐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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