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촬영 9000여개 영상 속 ‘만삭 위안부’ 어떻게 발굴했나
상태바
미군 촬영 9000여개 영상 속 ‘만삭 위안부’ 어떻게 발굴했나
KBS '다큐 인사이트' 제작진, 일본군 위안부 구출 영상 발굴..."너무 참혹했다"
김형석 PD "해외에 관련 자료 더 많을 것... 인력·시간·예산 투입해 조사해야"
  • 김윤정 기자
  • 승인 2020.05.29 1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가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의 구출 모습이 담긴 영상을 발굴했다. ⓒKBS

[PD저널=김윤정 기자] KBS가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 9월, 중국 원난성 쑹산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미·중 연합군에게 구출되는 장면을 담은 희귀 영상을 발굴했다. 이 영상에는 ‘만삭의 위안부’로 알려진 고 박영심 할머니의 모습도 담겨 있다.

28일 KBS는 박영심 할머니 일행이 미·중 연합군에게 발견된 상황이 담긴 54초 분량의 영향을 발굴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문서나 사진은 있었지만, 영상은 2017년 서울대 연구팀이 발굴한 18초 분량의 영상이 유일했다. KBS 측은 "지난 2017년 서울대 연구팀이 발견한 18초 분량의 일본군 위안부 영상보다 길고,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이 더 생생하게 담겨 있어 학술적으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했다.

영상에는 ‘만삭의 위안부 사진’으로 잘 알려진 고 박영심 할머니도 등장한다. 박 할머니는 17살에 일본군에게 끌려가 5년 동안 고통받았고, 전쟁 막바지 연합군에게 구출돼 고향인 북한으로 돌아갔다. 2000년 사진 속 인물이 자신임을 밝히고, 북한에서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하다 2006년 평양에서 돌아가셨다.

영상에서 박 할머니는 만삭의 몸으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걷다가 이내 “만세!”라고 외친다. 함께 찍힌 한 여성은 심하게 얼굴을 다쳤고,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는 여성의 모습도 있다.

해당 영상을 처음 발견한 김형석 KBS <다큐 인사이트> PD는 <PD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너무 참혹한 모습에 한숨이 먼저 나왔다”고 말했다.

김형석 PD는 한국 전쟁 70년 기획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당 영상을 발굴했다. 김 PD는 “1990년대부터 선배 PD들이 전 세계에 있는 한국 근현대사 관련 영상 수집하는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작업을 하지 않아 그사이 새로 공개되거나 추가로 발견된 영상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한국전쟁 70년 기획을 준비하며 본격적인 자료 수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PD는 전문 영상 리서처와 함께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맥아더 장군 기념관,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교 도서관 등 관련 자료가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곳들의 자료를 분석했다. 공개된 자료 중 미 육군·해군이 촬영한 영상 파일 9000여 개를 분석하던 중 이번 영상이 발견된 것이다.

그는 "미국 육해군이 찍은 9000여개 파일을 카피해 왔는데, 시간으로 치면 개당 10~60분, 1500시간 정도였다"며 "계속 보고 적으면서 목록화하는 작업을 하는 중에 그 영상은 보자마자 눈에 확 들어왔다. 다른 2017년 영상과 비교, 검증한 뒤 뉴스 가치가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PD는 “독일, 프랑스 등에도 관련 자료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현지 자료 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고, 미국에도 더 많은 자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여전히 우리에게 할 일이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전문가들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자료 중에도 의미 있는 자료가 많을 거라고 추측한다. KBS가 다른 기관과 협조해 장기적으로 인력과 시간, 예산을 투입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었다. 

한편 이번 영상은 <다큐 인사이트> 팀이 준비 중인 한국 전쟁 70주년 기획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의미 있는 영상물이 발굴된 만큼 KBS 시사교양본부 차원에서 별도의 새로운 프로그램 구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