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홀딩스 길 터준 방통위..."조건 이행 철저하게 감독해야"
상태바
TY홀딩스 길 터준 방통위..."조건 이행 철저하게 감독해야"
방통위, 의결 미뤘던 SBS미디어홀딩스 최다액출자자 변경 신청 승인
'소유·경영 분리 원칙 준수' '공정거래법 충돌 해소방안 제출' 등 조건...SBS노조 "아쉬운 결과"
  • 이미나 기자
  • 승인 2020.06.01 1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PD저널
ⓒ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에 대해 조건을 달아 승인했다. 방통위는 방송의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지키겠다는 태영건설의 '의지'를 봤다는 입장이지만, SBS노조에서는 '대주주의 모호한 답변에도 사전승인을 내준 건 유감스럽다'는 평가가 나왔다.

1일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그동안 의결을 미뤄 왔던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다액출자자를 대주주인 태영건설이 새로 설립하는 지주회사인 TY홀딩스로 변경하는 건을 승인했다. 방통위가 사전승인을 내주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주사 전환 본심사를 통해 오는 30일로 예정됐던 분할 기일도 변경 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방통위는 사전승인을 내주면서 △ 최대주주의 SBS 경영 불개입 등 방송의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 △ 공정거래법 위반 상태를 해소할 방안을 사전승인 후 6개월 이내에 방통위에 제출할 것 △ TY홀딩스에 방송 전문 경영진을 포함시키고,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공성 실현 관련 내용을 법인 신설 3개월 내 정관에 반영할 것 등 그동안 TY홀딩스 설립을 둘러싸고 제기됐던 문제점들과 관련한 조건들을 부과했다.

SBS 자회사·SBS미디어홀딩스 자회사 개편 등 경영 계획을 마련해 6개월 이내 방통위에 제출하고, 종사자 대표와 성실히 협의했다는 자료도 방통위에 함께 내라는 내용도 담겼다.

방통위는 앞서 윤세영 전 태영그룹 회장이 SBS미디어홀딩스를 설립하면서 이행각서를 제출한 선례를 참조해 이번에 태영건설에 '방송의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준수할 것이며 공정거래법 위반 상태를 해소하겠다'는 내용의 새로운 이행각서를 지난 5월 말 제출하게 했고, 이를 성실히 이행할 것 역시 조건에 포함시켰다.

이상의 조건들은 올 하반기 SBS 재허가에서 이행 실적을 점검해 심사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사전승인 심사위원회의 의견과 사무처의 의견이 모두 '조건을 달아 승인한다'로 일치하면서, 이날 상임위원들 역시 별다른 이견을 내지 않았다. TY홀딩스 설립과 관련한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의견청취 과정에서 '방송의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준수하겠다'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태영건설 측의 '약속'을 믿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김창룡 위원은 "심사 과정에서 제기된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공정거래법 충돌 문제 등이 해소된 건 아니"라면서도 "의견청취 과정에서 약속한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할 것을 전제로 승인하고자 한다"고 했다.

허욱 위원은 "언론시민단체 등에서 깊은 우려와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나, 심사위원회의 의견과 사업자 의견청취 결과·이행각서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조건을 보면 사전승인을 거부할 합당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표철수 부위원장도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확실히 해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라면서도 "올해 SBS 재허가를 비롯해 앞으로 이행각서 이행 여부를 계속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사무처 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날 전체회의 결과를 접한 언론계에서는 "아쉬운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방통위에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신청을 불허할 것을 요구해 왔던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아래 SBS본부)는 성명을 내고 "대주주가 자신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TY홀딩스 체제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들에 그저 '노력하겠다' '잘하겠다' 수준의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음에도 구체적인 담보 없이 SBS에 대한 지배주주 변경을 승인한 것은 유감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SBS본부는 "방통위의 이번 결정이 과거처럼 대주주의 사익추구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장고 끝 악수'가 되지 않으려면, 윤 회장이 제출했다는 이행각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실효성이 있는지 등을 강력히 감독해야 한다"며 "만약 대주주가 불성실하고 모호한 태도로 SBS를 불확실성에 노출시킨다면 단호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SBS본부는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에도 방통위가 내건 '종사자 대표와의 성실한 협의' 조건을 철저히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2년이 넘도록 노동조합 대표자와 대화를 거부한 채 노사관계를 파탄 내고 SBS 독립경영과 미래 혁신을 위한 노력들에 재를 뿌렸던 윤 회장은 더 이상 말뿐인 SBS 경영 불개입이 아니라, 이참에 SBS 소유·경영 분리와 투명경영을 보장할 진일보한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또다시 불통과 노조 무시, 노사 간 대립을 획책해 사익추구에 골몰한다면 SBS는 올해 재허가 심사 과정에서 2004년을 뛰어넘는 재허가 파동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은 "경영 계획을 마련할 때 종사자 대표와 성실히 협의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제출하라는 조건은 중요한 지점"이라며 "또 공정거래법 위반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6개월 내에 제출하라는 조건 역시 올 하반기 재허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방통위가 태영건설에 문제 해결을 위한 '데드라인'을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동원 위원은 "(방통위 사전승인은) 태영건설이 어떤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방송사업 부문을 재편할지 지켜볼 시작점"이라며 "태영건설이 정말 의지가 있다면 이행각서를 공개해 그 현실성을 종사자 및 시민사회와 함께 따져 보고, 경영계획 수립 시 성실하게 종사자 대표와 협의에 임할 수 있도록 먼저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