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와 독립PD의 상생 노력을 환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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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와 독립PD의 상생 노력을 환영하며
[한국PD연합회 성명]
  • 한국PD연합회
  • 승인 2020.06.0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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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김유열 부사장이 고 박환성 · 김광일PD의 영전에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다짐했다. EBS는 두 PD의 3주기인 7월 15일 전후 <EBS 다큐프라임>에 유작인 ‘야수의 방주’ 등 추모 특집을 편성하자는 독립PD들의 요구를 흔쾌히 수용했다. EBS와 독립PD들은 이러한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으는 상생협의회 첫 회의를 오늘 개최한다. EBS의 진심어린 결단을 환영하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독립PD들이 쏟은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3년, 느리지만 분명한 걸음이었다. 독립PD들은 이 문제가 PD사회의 진정성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또 해결해야만 하는 ‘정의’의 영역이라고 3년 동안 끈질기게 호소해 왔다. 박환성 · 김광일PD의 비극은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방송계에 만연한 ‘갑’과 ‘을’의 불공정한 관계는 언제든 또 다른 비극의 발생을 예고하기 있기 때문이다. 두 PD의 희생은 독립PD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정의롭지 않은 방송구조에서 상처받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성과는 PD들의 양심과 집단지성이 만들어 낸 값진 승리다.

PD연합회는 3년 전 비극이 일어난 직후 성명에서 “이 과제는 누구의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우리 방송 생태계 전체를 합리적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지상파 PD들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한 바 있다. ‘불합리한 관행’에 반기를 든 박환성 PD의 행동은 스스로 퇴로를 차단한, 목숨을 건 투쟁이었다. 그는 지금도 우리에게 “상생이냐, 공멸이냐” 선택하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PD들은 모두 그의 메시지에 귀 기울여야 한다.

EBS와 독립PD들이 소중한 첫 걸음을 내딛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두 PD의 허망한 죽음 이후 방송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분노가 들불처럼 일어났다. 독립PD는 물론 작가, 스태프 등 방송계의 수많은 ‘을’들과 시민단체들이 불공정한 방송 현실을 눈물로 성토했다. 국회도 방송법 및 저작권법 개정의 필요성을 인식했고, 정부도 방송계 불공정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걸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우리가 행동을 망설이는 사이 이한빛 PD와 이재학 PD가 소중한 생명을 버리는 비극이 일어났다. 아직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우리 PD들이 행동해야 한다.

건강한 방송생태계를 새롭게 건설하지 않는 한 우리 공영방송의 미래는 없다. 모든 방송사들이 생존의 벼랑에 몰린 상황이지만, 그럴수록 불합리한 계약관행을 개선하여 방송 콘텐츠의 질적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약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지금의 시스템은 결코 지속가능한 체제가 아니다. 그 동안 허울뿐인 미사여구에 불과했던 ‘상생과 협력’이 이제는 실질적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독립PD협회가 밝힌 대로, EBS의 환골탈태가 공정한 방송생태계 실현의 디딤돌이 되기를 기원한다. 그것만이 고 박환성 김광일 PD에게 속죄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BS와 독립PD의 상생협의회가 풍성한 결실을 맺기 바란다. 독립PD든 지상파PD든, 우리 PD들이 진정성을 모으면 안 될 일이 없다. 대화와 타협과 인내로 이뤄낸 첫 성과를 소중히 가꾸고 키워나가길 충심으로 기원한다.

2020년 6월 1일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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