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기- 98 전국 장애인 가요제전 - 사랑의 노래 마음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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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비장애 벽 허문 감동의 순간들
전진국(KBS TV2국)

|contsmark0|"올해는 장애인 가요제가 언제 열리나요?""올해는 본선에 몇 팀이 출전을 하나요?" 수많은 문의 전화에 이렇다할 아무런 응답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던 지난 4월. 작년부터 계속된 imf한파로 후원이 따르지 않아 장애인 가요제가 열리지 못할지도 모르는 형편이기 때문이었다. 96년부터 시작되어 전국 4백만 장애인에게 꿈과 희망의 심어주던 "장애인 가요대전"....1년에 단 한번, 장애인의 달 4월에 열리던 이 무대가 올해는 열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에 정말 많은 장애인들이 아쉬움을 금치 못하고, 협찬문제로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폐지설이 나돌던 장애인 가요제전은 다시 준비되기 시작했다. "98년 전국 장애인 가요제전, 5월 27~28일 이틀간 라디오 공개홀에서 열린 예심에서 다시 한번 뜨거운 관심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전국에서 몰려온 장애인들만 170여팀...1년간, 아니 어떤 이들은 3년간이나 이 무대에 서기 위해 피나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만약 올해 장애인 가요제전이 열리지 않았다면 이들과 또 유일한 장애인들의 축제 한마당을 고대하며 1년을 기다려왔던 모든 이들에게 얼마나 큰 실망감을 안겨 주었을까...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늦게나마 열리게 된 것이 다행이었다. 예선은 이틀간이나 걸렸다. 물론 몇 시간만에 후다닥 할 수도 있었지만 참가자들이 모두 장애인이어서 최선의 솜씨가 발휘될 때까지 여러 번 기회를 주었다. 오직 이 무대에 한번 서보기 위해서 자신의 장애를 잊고 열심히 준비해온 이들. 그리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교통도 불편한 여의도까지 발걸음을 해준 이들의 정성에 대해 제작진이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였다. 이렇게 공정하고도 엄정한 예심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팀은 모두 15개 팀. 그러나 치열한 접전을 통과한 이들은 노래뿐만 아니라 이 가요제전에 참가한 참가자 모두가 장애극복의 의지가 빛나는 인간승리의 주인공들이요, 바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꿈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예심을 통과한 15개팀은 발군의 노래솜씨 뿐 아니라 저마다의 사연들을 가지고 있었다. 불과 3년 전까지도 kbs텔런트로 아역시절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오던 김성환(24세). 3년 전 교통사고로 척수를 다쳐 1년 반은 침상에서 꼼짝도 못하던 그가 불타는 재활의지로 가요제까지 출전한 것이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그 누구보다도 화려하고 교만한 삶을 살아오던 그가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되었을때의 그 심정은 당해보지 않고는 이해하기 힘들리라. 그러나 그 모든 심리적,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그는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상태로 무대에 섰다. 그가 가지고 나온 "새들처럼" 이라는 노래처럼 그는 희망을 노래했고, 듣는 모두는 그에게 격려의 뜨거운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올해 최고령자, 그러나 보기엔 젊은 오빠같은 시각장애인 김장복(51세)씨는 40대까지는 고교 영어선생님이었다. 이 무대에 서시 위해 3년이나 도전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는 그가 삼수만에 붙은 것. 작년까진 팦송을 불렀는데 가요제전에서 팦송을 불러서 떨어졌나 해서 이번엔 "사랑의 트위스트"를 준비한 것이 적중했다. 그것도 가사는 우리 가요의 세계화를 위해서 영어로 불렀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객석은 떠나갈 듯 환호했고, 노래가 끝난 후 객석의 앵콜! 소리에 할 수 없이 한곡을 더 부르기도 했다. 연신 싱글벙글인 그에게 무척 성격이 밝다고 하자 그가 하는 말이 오랫동안 가슴을 울렸다. "오히려 시력을 잃은 후 술도 끊고 담배도 끊고 더 명랑해졌어요, 그리고 그래야 하겠더라구요...화나고 슬플 게 뭐가 있겠어요...눈도 안 보이는 사람이..." 장애인 가요제전의 인기상을 수상한 윤혜원(26세), 이은주(25세)듀엣.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정신지체 장애인이라 부드럽지 않은 입술로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연습했다는 이들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창인원(사회복지법인)에서 생활하는 그녀들에게 이번 가요제 출전은 상당한 도전의식과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었다고 한다. 특히 이은주양은 개인적으로 큰 아픔을 가진채 이 대회에 출전을 하였다. 중풍으로 누워 계신 어머니 때문에 늘 걱정이 많었는데, 설상가상으로 대회 얼마전 아버지까지 하시던 사업이 부도가 나서 연락이 두절된 것이다. 많이 힘들었지만 친구 혜원이의 격려로 은주는 이 무대에 설 수 있었다. 방송을 통해 어디 계신지 모르는 부모님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그 모습이 우리의 눈시울을 적시게 됐다. 그리고 둘이 2년 동안 연습해서 힘들게 부른 "사랑을 위하여"는 kbs홀 전체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본선에 진출한 15개팀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또 하나의 인간승리의 주인공 이희아(13세)양. 태어날 때부터 손가락이 2개, 다리는 잘록하게 잘린 선천성 사지 장애자다. 그런 두개의 손가락으로 훌륭히 연주해내는 그녀는 이날 공연에서 가수 유열 씨와 협연을 했다. 무대에서의 연주는 처음인 츼아를 격려하며 열심히 맞춰보는 유열 씨,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모든 스텝들의 아름다운 마음에 더욱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총 8개팀이 상을 받았지만, 그 누구도 더 잘했다 못했다를 감히 논할 수 없는 그런 무대였다. 그 어느 공연보다 보람있고, 감동적인 "98 전국장애인 가요제전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7월 4일 방송이 나간지 3~4일이 되었을까. 제작진에게 걸려온 한통의 전화에 우리는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송 후 영어교사 김장복 씨와 호흡을 맞춰 아코디온으로 "사랑의 트위스트"를 불렀던 성영관(47세, 대구 거주)씨의 친누님으로 부터 연락이 온 것. 경남 양산에 사는 성춘자씨가 방송을 보고 아무래도 23년전 헤어진 동생이라 생각이 들어 방송사로 연락을 했고, 일주일 후에는 이들의 극적인 만남이 이루어 진 것이다.(7월 17일 재방송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필자는 이 프로그램을 3년 동안 연출하면서 장애인들로부터 많은것을 느끼고 깨닫게 된다. 내가 처한 환경과 현실에 감사할 줄 모르는 나 자신을 되돌이켜 보게 되고, 삶에 대한 진지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내게 주신 달란트를 과연 얼마나 유익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장애인들이 자신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에서 자신만이 할 수 잇는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그들의 모습속에서 일종의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요즘 imf시대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고 사업의 실패로 인해 가족이 동반 자살하는 사연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장애인 가요제 출연자의 삶의 모습을 통해 그들에게 느께게 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죽음은 얼마나 어리석은 도피인가." 우여골절 끝에 준비된 만큼 더 보람되고 아름다운 결실이 많이 맺힌 무대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우어러졌던 감동의 순간들...이 무대는 1년에 한번 열리지만, 우리가 꿈꾸어야 할 세상은 1년 365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한 사회일 것이다.|contsmar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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