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찐 시즌제'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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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 '찐 시즌제'에 거는 기대
계획된 시즌제 드라마, 갈등 구조와 서사 대신 매력적인 캐릭터 구축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0.06.0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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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을 마무리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tvN
시즌 1을 마무리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tvN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시즌 1을 마무리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시즌제 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실험적인 시도를 요구받는 방송가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선택과 성과는 어떤 시사점을 남길까. 

그동안 방송사 안팎에서 시즌제 드라마에 대한 수요가 높았지만, 정작 ‘시즌제’다운 드라마를 찾기 어려웠다. 사전제작이 정착된 해외와는 제작 환경이 다르다는 점이 이유로 제기됐고,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드라마를 사전제작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의견도 나왔다.

설사 드라마가 호평을 받아 시즌제 요청이 빗발치더라도 배우들의 복잡한 계약 관계와 여건이 걸려있어 국내에서 시즌제 드라마의 정착은 요원해 보였다. 물론 시즌제 드라마 제작이 꾸준히 시도됐지만 ‘반쪽짜리’ 시즌제 드라마인 경우가 많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의 성적표는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다. 첫 방송 6.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해 최종회는 첫 회의 두 배를 뛰어넘은 14.1%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제작진은 치솟은 제작비와 주52시간 근무제 등 바뀐 노동환경을 고려해 주 1회 방송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기존에 월화/수목/금토 등으로 주2회, 총 16부작 내외로 편성되는 드라마와 달리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주1회, 총 12회분으로 편성됐다. 대신 한 회의 분량은 60분보다 긴 80분가량 방송됐다. 더불어 시즌1의 방영 전에 시즌2 제작을 확정지었다.

기존에도 시즌제 형식의 드라마들이 제작됐다. 거슬러 올라가면 KBS<학교> 시리즈를 비롯해 시즌17까지 제작된 tvN<막돼먹은 영애씨>가 대표적이다. 지상파에서는 KBS<동네변호사 조들호>, <추리의 여왕> MBC<검법남녀>, 텐트폴 드라마 tvN<아스달 연대기>를 비롯해 최근에는 특정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장르물 OCN<신의 퀴즈>,<보이스> 등이 시즌제로 제작됐다. 이 중에는 ‘무늬만’ 시즌제라는 비판을 받는 드라마도 적지 않았다. 주연배우가 바뀌거나 내용이 완전히 달라져 작품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작품도 있었다. 

오는 4일 방송되는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스페셜 예고 화면.
오는 4일 방송되는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스페셜 예고 화면.

이번에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일종의 ‘포맷화’된 시즌제 드라마를 시도했다. 드라마의 서사와 호흡이 기존 미니시리즈와 확연히 다르다. 제작진은 첨예한 갈등과 충돌을 주시하기보다 오히려 각 캐릭터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 방점을 맞췄다.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20년 지기 친구들의 이야기를 내세운 만큼 스토리 자체는 평이하다. 그래서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야기의 속도감이 떨어지고, 악역이 없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캐릭터마다 ‘별명’과 ‘애칭’이 생길 정도로 시청자의 호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은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의미다.  

또 예능 작가로 활동한 이우정 작가는 전작에서 ‘남편 찾기’라는 게임과도 같은 요소를 넣었다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1990년대 추억과 감성을 자극하는 밴드 합주 장면을 에피소드마다 삽입했다. 실제 방송이 나간 직후 드라마에서 나온 노래들이 각종 음원 차트의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실제 드라마의 영어 제목을 <hospital playlist>라고 지은 것처럼, 드라마 자체에 그치지 않고, 드라마의 확장성까지 고려한 지점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팀워크를 통한 시즌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호흡을 맞춰왔다. 시즌제 드라마는 시즌마다 어떤 이야기를, 어디까지 담을지 기획하고,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누구 한 명에게 기대기보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제작진의 협업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시도는 결과적으로 콘텐츠 범람 속에서 안정성을 확보하는 카드로 유효하다. 시청자나 콘텐츠 이용자에게 드라마가 하나의 ‘브랜드’로 여겨진다는 건 그만큼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흥행을 장담할 수 없지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보수적인 드라마 편성과 제작 부문에서 균열을 냈다는 점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더불어 합리적인 촬영 일정과 제작의 질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보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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