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 이후 김은숙 작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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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작가가 쓴 왕관의 무게 절감한 ‘더 킹’의 부진 
평행세계 신선했지만, 설득력 떨어져...달라진 감수성 반영도 숙제  

12일 종영하는 SBS '더 킹' 스틸 사진. ⓒSBS
12일 종영하는 SBS '더 킹' 스틸 사진. ⓒSBS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12일 종영하는 SBS 금토드라마 <더 킹 : 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는 김은숙 작가에게 뼈아픈 작품이 됐다. 그의 전작 KBS <태양의 후예>,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 그리고 <미스터 션샤인>이 거둔 성과가 무색한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는 시청률만 봐도 확연하게 나타난다. 첫 회에 11.4%(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던 작품은 3회부터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6%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가까스로 후반에 8%대를 겨우 되찾긴 했지만 그간 뒤로 갈수록 화력이 좋았던 김은숙 작가의 작품과는 너무 다른 추이가 아닐 수 없었다. 

사실 김은숙 작가가 <더 킹>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야망은 분명히 컸다. 지금껏 국내 드라마에서 좀체 시도하지 않던 ‘평행세계’를 세계관으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대한민국과 대한제국이라는 평행세계가 존재하고, 두 세계에 같은 얼굴을 하고는 있지만 다른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이 공존한다. 그런데 대한제국의 황족 이림(이정진)의 역모로 분리되어 있던 두 세계를 연결하는 관문이 생기고 그로부터 대혼란이 벌어진다.

이림은 두 세계에 존재하는 같은 얼굴을 한 이들을 자극해 반대 세계에서 다른 삶을 사는 이들과 대치하게 함으로써 평행세계를 지배하려 한다. 결국 대한제국에 있어야 할 존재가 대한민국으로 넘어오고, 그 반대의 상황도 만들어진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존재는 살해당한다. 대한제국의 황제 이곤(이민호)은 이런 사실을 알고는 그 혼란을 막으려 한다. 

김은숙 작가가 <더 킹>을 통해 그리려는 평행세계는 시각적으로 설득하고 구현해내기가 쉽지 않다. 같은 얼굴을 한 다른 세계의 존재들이 마주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그들은 때론 서로 돕기도 하지만 때론 자기 존재를 지키거나 뻬앗으려 싸우기도 한다. 시청자들로서는 평행세계라는 세계관도 낯선 데 여기에 같은 얼굴을 한 두 존재들이 뒤섞여 있어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SBS 금토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SBS
SBS 금토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SBS

평행세계를 두고 이곤과 이림이 대결하는 <더 킹>은 김은숙 작가가 늘 취해왔던 로맨스물보다는 본격 장르물에 더 어울리는 작품이다. 김은숙 작가는 그간 다양한 장르물들을 가져와 자신의 로맨스물을 확장시켜 왔다. 액션, 멜로, 의학, 재난 같은 장르들을 더한 <태양의 후예>나 판타지, 사극을 더한 <도깨비> 그리고 시대극에 서부극 같은 장르를 더한 <미스터 션샤인>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전 작품들이 장르물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그려냄으로써 로맨스와의 시너지를 만들었던 반면, 이번 <더 킹>은 그 낯선 세계를 효과적으로 설득하지 못함으로써 이곤과 정태을(김고은)의 두 세계를 넘나드는 로맨스 역시 힘을 잃었다. 세계관을 제대로 설득시켜야 그 위에 세워지는 로맨스 역시 의미가 생긴다는 걸 이번 작품은 분명히 보여줬다. 

<더 킹>을 통해 김은숙 작가는 자신이 쓴 왕관의 무게를 실감했을 것이다. 높은 기대가 더 큰 실망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숙제도 분명히 드러났다. 로맨스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은숙 작가지만 앞으로도 그 힘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보다 촘촘한 장르의 세계관을 준비하고 구축해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을 것이다. 또한 로맨스물에 있어서도 현재의 달라진 감수성에 맞는 캐릭터들을 찾아내고 그려나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사실 작가가 연달아 계속 히트작을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는 한 번의 실패가 또 다른 성장의 발판이 되어주기도 한다. 김은숙 작가 입장에서도 글로벌화되어 점점 높은 수준의 작품을 요구하고, 나아가 취향도 달라지고 있는 시대 상황을 다시금 들여다보며 절치부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인지 모른다.

모쪼록 그 무거운 왕관의 무게를 넉넉히 견뎌낼 수 있는 또 다른 성장의 시간을 갖기를, 그래서 K-드라마의 한 축을 이어온 그 저력을 다시금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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