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말고 아이들이 원하는 '어린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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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말고 아이들이 원하는 '어린이 뉴스'
[제작기] 지난 5월부터 선보인 TV유치원 ‘어린이 뉴스 뚜뚜’ 기획 배경은
'아이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내용' 우선...어린이 시선으로 코로나19 취재  
  • 문경원 KBS PD
  • 승인 2020.06.15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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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9일부터 매주 화요일 선보이고 있는 KBS 'TV유치원-어린이 뉴스 뚜뚜'ⓒKBS
지난 5월 19일부터 매주 화요일 선보이고 있는 KBS 'TV유치원-어린이 뉴스 뚜뚜'ⓒKBS

[PD저널=문경원 KBS PD] <TV유치원> 하면 아직도 ‘트니트니 트니트니 튼튼튼’이나 ‘깡깡총’ 같은 체조 노래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TV유치원> ‘병원에 가요’ 체조 노래 동영상이 475만 뷰를 기록하고, 채널 누적 조회 수가 1억 뷰를 넘어섰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 한 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튜브 광고 수익 1위를 달성한 크리에이터는 ‘어린이’였다. ‘어린이 콘텐츠가 돈이 된다’는 소문은 업계에 널리 퍼진지 오래다. 오히려 최근 이슈는 너도나도 달려든 ‘키즈 유튜브’ 제작자들을 겨냥한 구글의 어린이 보호 정책 강화였다. 경쟁 심화로 점점 더 자극적인, 심지어는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어린이 콘텐츠들이 난무하자 결국 지난해 구글이 어린이 대상 영상에 댓글 작성과 맞춤형 광고를 금지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이다.

업계 자체가 위축되면서 유튜브 <TV유치원> 채널도 단기적인 손실을 피해갈 수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위기가 <어린이뉴스 뚜뚜>를 기획하는 기회가 됐다. ‘어린이 콘텐츠를 통한 수익 창출’이라는 정체성 자체가 흔들린 타 제작자들과 달리, <TV유치원>의 뿌리는 어차피 공영방송 KBS였기 때문이다. 애초에 교육적일 수밖에 없는 숙명 속에서, ‘그래도 뭐라도 좀 더 재미있게 만들 순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태어난 코너가 <어린이뉴스 뚜뚜>다.

어린이뉴스는 사실 <TV유치원>이 풀어야 할 숙제같은 주제였다. 영국 BBC를 비롯한 전 세계 30여 개국 공영방송이 어린이뉴스를 제작하고 있는데, KBS에만 어린이뉴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KBS에도 14년 전 막을 내린 <어린이 뉴스탐험>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하지만 눈높이도, 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도 그때와는 180도 바뀌어버린 지금 똑같은 프로그램을 다시 만들 순 없었다. 특히 10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엄마들이 보여주고 싶은’ 내용보다는, ‘아이들이 진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내용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제작진의 방향성 변화였다. 아무리 교육적이어도 보질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각성이었다.

KBS TV유치원 '어린이 뉴스 뚜뚜'
KBS TV유치원 '어린이 뉴스 뚜뚜'

‘어린이들이 재밌어 해야 한다’는 명확한 방향이 서고 나니, 제작자 입장에서 포맷, 아이템, 기타 등등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수월해졌다. 일단 분량, 아이들은 길면 도통 보질 않으니(하긴 요즘 어른들도 그렇지만) 최대 7분 내외의 ‘숏폼 콘텐츠’일 것.

포맷이라는 것도 뭐든지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싶은 어른들의 단어. 재미만 있다면 뉴스라 해도 게임, 쇼, 역할극, 인포그래픽, 브이로그, VR 등 흔히 ‘리포트’라고 하는 어떤 형식적 제한을 두지 말 것. (굳이 포맷을 정의하자면 MBC <무한도전> 혹은 <놀면 뭐하니?>처럼 뭐든 재밌으면 다 실험해보는 것 자체가 이 코너의 포맷이다.)

메인 앵커 섭외도 순조로웠다. 사실 ‘뚜아뚜지’ 말고는 다른 진행자 후보는 없었다. <어린이뉴스 뚜뚜>는 철저하게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의 뉴스다. 어린이가 주체가 되어, 어린이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뉴스라면 우선 어린이가 진행자여야 했다.

뚜아뚜지는 <TV유치원>의 타깃 연령층(미취학~초등학교 저학년 아동)과 비슷한 또래고, 80만 팔로워를 지닌 높은 인지도에, ‘안경 선배’를 비롯한 수많은 영상에서 입증된 ‘깨발랄함’과 연기력을 갖추고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는 ‘100초(100분 아님) 토론’, ‘추적! 유치원 60초’, ‘어린이 인간극장’같은 코너에서 뚜아뚜지가 어린이의 마음을 대변해 줄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예를 들어 아이들과 관련한 코로나19 뉴스는 일반적으로 ‘등교 연기’, ‘보육 대란’ 등 부모들의 고충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지만, <어린이뉴스 뚜뚜>에서는 ‘어린이들, 하루 종일 마스크 쓰기 힘들어요’가 뉴스가 된다.

실제로 ‘뚜아 기자’가 취재한 ‘코로나19로 집 생활 길어져...방 안 치우는 어린이 증가’ 기사에서는 아무도 방 안 치우는 어린이를 혼내지 않는다. 다만 왜 안 치우는지 그 마음을 들어볼 뿐이다. 단순히 아이들의 귀여움을 소비하는 예능 출연에 신중했던 뚜아뚜지의 아빠, 뚜빠도 이런 어린이 프로그램의 취지에 공감해 합류를 결정해 주었고,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발휘했던 제작자로서의 역량을 방송에 공유해주면서 제작진은 큰 날개를 달게 됐다.

KBS 'TV유치원-어린이뉴스 뚜뚜'
KBS 'TV유치원-어린이뉴스 뚜뚜' 앵커인 뚜아와 뚜지 

제작진의 다른 한 쪽 날개는 기획 마지막 단계, 제작을 앞둔 시기 제작 지원을 결정해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다. <어린이뉴스 뚜뚜>가 ‘2020년 방송프로그램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어린이들이 뉴스를 더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인포그래픽 및 애니메이션 제작, CG, VR, 플랫폼 다변화 등 기술적 실험이 가능해졌다.

이 투자는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사회에 관심을 갖고,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겠다’는 ‘어린이 미디어 리터러시 실현’ 약속을 전제로 하는 만큼, 제작 매 단계마다 ‘재미냐 의미냐’의 기로에서 고민하는 제작진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도 수행할 것이다. <어린이뉴스 뚜뚜>를 보고 자란 어린이들이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 되어 있는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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