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된 먹방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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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유튜브 콘텐츠는 인기 여전하지만, 먹방 드라마 성적표는 글쎄
‘푸드테라피’ ‘나홀로족’ 키워드 반영했지만 구성 아쉬워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 현장포토. ⓒMBC
MBC '저녁 같이 드실래요' 현장포토. ⓒMBC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MBC<저녁 같이 드실래요>, JTBC<쌍갑포차>·<야식남녀> 등 ‘음식’을 소재로 삼은 드라마들이 동시에 시청자 곁을 찾고 있다.

그간 드라마 속에서 ‘음식’은 풍성한 볼거리를 만드는 좋은 재료이자, 시청자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요소로써 자주 소환되는 소재였다. 실제 조선시대 수라간을 배경으로 한 <대장금>(MBC)부터 파티셰, 셰프, 바리스타 등 사회적 트렌드를 반영한 <내 이름은 김삼순>(MBC), <커피프린스 1호점>(MBC), <파스타>(MBC),<제빵왕 김탁구>(KBS), <식객>(SBS) 등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 ‘먹방’ 신드롬을 타고 ‘1인 가구 먹방 드라마’를 내세운 <식샤를 합시다>(tvN)도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방영 중인 <저녁 같이 드실래요>, <쌍갑포차>, <야식남녀>에 대한 반응은 시원찮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극의 중반부를 넘어섰지만,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평균 시청률 4%대, <쌍갑포차>는 3%대 안팎에 머물고 있다. <야식남녀>는 첫 방송 1.5%를 기록한 뒤 하향세를 그리다가 0%대(0.8%)까지 기록하는 등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여전히 ‘먹방’ 소재 콘텐츠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일상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쉬운 소재라서 드라마제작 편성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또 방송사들이 내외부적 요인에 따라 편성 실험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시청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세 드라마 모두 9시 30분대에 편성됐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퇴근 시간이 빨라지면서 자연스레 TV를 보는 시간도 앞당겨졌고, ‘먹방’ 드라마를 배치한 것이다.

동명 만화 원작이자, 감정이 메마른 남녀가 저녁 식사를 통해 서로 매력에 빠지는 로맨스를 담은 <저녁 같이 드실래요>에서는 심리상담에 음식을 접목했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음식 심리학자인 김해경(송승헌)은 ‘푸드테라피’를 선보인다.

대사와 스토리 곳곳에서는 심리학에 근거한 음식과 연애의 상관관계를 짚는 지점이 드러난다. 예컨대 김해경은 실연에 힘들어하는 피상담인에게 연어의 오메가3의 효능을 설명하거나, 접시를 모두 자기 앞에 모으는 피상담인의 행동거지를 보고 타인을 배려할 여유가 없다고 유추한다. 우연이 겹친 김해경과 우도희(서지혜)는 밥 한 끼를 나누는 디너메이트로 발전하고,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 변화에 따른 각 에피소드마다 컵밥, 스테이크, 삼겹살, 참치회 등의 먹거리가 등장한다. 

<야식남녀>에서는 주종만 정하면 안주는 알아서 만들어주는 비스트로를 배경으로 한다. 이미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듯이 <야식남녀> 속 비스트로는 직장인의 애환을 위로받는 공간이다. 셰프 박진성(정일우)은 김치찌개, 바지락술찜, 곱창리소토, 떡볶이 등 허기진 이들에게 맛있는 야식으로 휴식을 선사한다.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쌍갑포차>는 저승도, 이승도 아닌 ‘그승’에 머무는 꿈속 고민 해결사 월주(황정음)와 귀반장(최원영)이 포장마차에 들르는 손님들의 한을 풀어주는 이야기를 다룬다. 직장 내 성희롱으로 괴로운 비정규직, 난임으로 고통받는 여성,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남편 등 삶이 고달픈 손님들을 ‘카운슬링’해주는 서사를 엮어내고, 다채로운 술과 안주로 드라마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JTBC '쌍갑포차' 현장포토. ⓒJTBC
JTBC '쌍갑포차' 현장포토. ⓒJTBC

이처럼 ‘나홀로족’, ‘외로움’ 등 일상적 공감대나 참신한 상상력을 ‘음식’을 매개체 삼아 풀어내고 있지만, 화제성이 낮은 이유는 전형성이 두드러지거나 소재의 실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구성 탓으로 보인다.

각자의 이유로 외롭고 고단한 김해경과 우도희는 서로의 개인 신상을 모른 채 디너메이트가 되었지만, 우연의 남발과 운명론적 사각 관계 로맨스에 발을 딛고 있다. 박진성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강아진이 기획한 파일럿 프로그램 ‘야식남녀’의 게이 셰프로 나서길 결심하는 등 ‘성 소수자’ 요소를 앞세웠지만, 긴장감이 떨어지는 삼각 로맨스에 그치고 있다.

꿈, 카운슬링, 음식 등 색다른 요소를 섞어낸 <쌍갑포차>는 드라마 초반부 극적 재미를 높이는 데 실패하면서 시청자의 관심을 놓쳤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전생 서사, 악귀의 등장 등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시에 적절한 시점에 회수돼야 할 ‘떡밥’이 드라마 구성상 제대로 배분되지 않아 흥미를 떨어뜨린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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