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김윤정 기자] 故 이재학 청주방송 PD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합의 직전에 조사 결과를 부정하고 나선 청주방송 경영진의 '말바꾸기'로 불발 위기에 처했다. 故 이재학 청주방송 PD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청주방송 측에 진상조사 결과 수용을 압박하면서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다면 독자적으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일 청주방송 노사와 유족, 대책위 등이 모인 4자 대표 회의에서 일방적으로 퇴장한 사측 위원들은 아직까지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노사와 유족 등은 그동안 프리랜서로 일한 이재학 PD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측 위원들이 돌연 진상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나오면서 협상은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여기에 청주방송 최대주주인 이두영 전 회장이 대책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충북대책위 조종현 민주노총 충북본부장과 이수희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을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이두영 전 회장은 소장에서 故 이재학 PD가 '개인사업자였다'고 주장하면서 노동자성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는 지난 16일 성명에서 “지난 3개월 동안 노사 합의로 독립적으로 활동했던 진상조사위원회는 6월 15일 국회에서 진상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3월 말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던 이두영 전 회장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고인의 죽음에 대해 조금의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고 규탄했다.
대책위는 17일 열린 회의에서 합의 지연의 책임이 이두영 전 회장에게 있다고 보고 이 전 회장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기로 결정했다.
18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면담을 시작으로 청주방송 앞 천막 농성, 유족들의 1인 시위 등 여론전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대책위는 오는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진상보고서 전체를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5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는 이재학 PD 사망과 관련한 조사 내용과 법리판단, 이행 요구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 대변인인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그동안 대책위는 사측과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 사측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여러 차례 조사 결과 발표도 미뤘다. 하지만 일방적인 회의 퇴장과 대책위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 사항인 이재학 PD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등 논의를 이어갈 의지가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22일 국회 기자회견은 당초 4자 대표가 함께 참석해 진상조사 결과와 이행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였다"며 "일단 사측에 회의 참석을 요청하고, 참석하지 않더라도 조사 결과 발표는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