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빅뱅’ 대응,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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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빅뱅’ 대응,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이 먼저다 
[21대 국회, 미디어 입법 과제와 전망]
'미디어정책 기구 일원화' '방송법 전면 개정' 논의 시작해야 
  •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장(언론학 박사)
  • 승인 2020.06.19 10:3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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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법제사법위를 비롯한 6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을 위한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법제사법위를 비롯한 6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을 위한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PD저널=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장(언론학 박사)] 원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21대 국회가 개원했다. 주로 미디어 분야 입법을 담당하게 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도 조만간 구성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직전인 20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은 약 38%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과방위는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약 27%의 처리율을 기록했다. 실제 ‘통합방송법’, 공영방송 지배구조, OTT 규제 등 굵직한 미디어 관련 입법과제가 있었음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20대 과방위 활동은 마감됐다. 거의 마지막에 통과된 ‘n번방 방지법’ 등을 제외하면 20대 과방위가 그리 큰 임팩트를 준 것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제 출범할 21대 국회 과방위는 지난 국회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정책과 입법 활동이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현재의 미디어 환경은 지상파와 유료방송 중심에서 동영상 콘텐츠로 이동하면서, 환경 전반이 과거와는 매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방송 관련 법 등의 부분적 개정보다는 거시적인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기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미디어 정책 기구의 일원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미디어 정책은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분산되어 있어 일관성 있는 정책 수행에 장애가 되고 있다. 부처 간의 이해관계, 입장 차이에 따라 개별적 정책이 집행되다 보니 미디어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균형을 맞추기도 어려운 구조다.

대표적으로 국내 콘텐츠의 육성과 지원 정책의 사례가 있다. 방통위 소관의 지상파방송, 종합편성채널과 과기정통부 소관의 유료방송(SO, IPTV, 위성방송)은 플랫폼 사업자로서 방송 영상 등 미디어콘텐츠의 생산 및 공급 분야 업무를 수행하고, 문화부는 외주제작·독립제작사 중심의 미디어콘텐츠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이러한 세 부처의 업무는 방송영상 콘텐츠가 상호 연관되며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에도 분리되어 있어 효율성, 실효성 등에서 의문을 갖게 한다. 그러다 보니 그간 국내 미디어 정책이 플랫폼 중심으로 이루어 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OTT의 국내 진출로 국내 콘텐츠는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육성과 지원이 시급하다. 종합적인 대응과 국내 콘텐츠 육성뿐 만 아니라 미디어 정책의 통일성과 전문성, 효율성 등을 고려해 미디어에 대한 지원과 규제, 진흥을 담당할 단일한 미디어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융합형 미디어의 확산과 스마트 미디어 시장에 대응하고, 구글,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국내 시장 진입에 대응해야 한다.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

둘째, 2000년 제정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방송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IPTV법)으로는 대표되는 현행 방송 관련법으로는 현재의 미디어 시장과 미디어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방송으로 이해되고 있는 IPTV만을 별도의 법률로 규정할 이유가 없다.

뿐만 아니라 IP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미디어가 등장하고 여기에 상응하는 다양한 콘텐츠와 1인 미디어의 등장,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국내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따라서 변화된 상황에 적합한 법, 제도의 마련이 시급하다. 방송법과 IPTV법이 통합된 단순한 통합방송법이 아니라 변화한 미디어 환경을 고려한 종합적인 미디어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셋째, 방송분야에 있어서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구분이 필요하다. 국내 방송은 공영방송(채널)과 민영방송(채널)으로 구분하여 인식된다. 그러나 국내 법·제도는 공영방송의 정의도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모든 방송사업자를 동일 선상에 놓고 적용한다. 일반적으로 공영방송은 민영방송보다 높은 수준의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다수의 신규 미디어와 채널의 등장과 보편화에 따라 공영방송은 시장원리에 포섭되고 있다. 즉, 여타의 산업과 마찬가지로 방송시장 역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의 선택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시장원리가 작동되고 있어 공영과 민영의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게다가 민영방송과의 시청률 경쟁에 따라 프로그램의 차별성이 상실되고 있다. 따라서 공영방송을 포함한 공적 영역에 속하는 방송사업자와 사적 영역에 속하는 방송사업자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지상파 3사 사옥의 모습.
지상파 3사 사옥의 모습.

그리고 각 영역에 적합한 규제와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령 공적 영역에 속한 방송사는 공익적 역할의 강화를 요구하되, 그에 따른 재원을 지원해야 하며, 사적 영역의 방송사업자는 공익규제의 최소화, 시장 자율성 등이 보장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논의의 전제가 되어야 할 것은 미디어 분야의 전면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미디어 정책기구의 일원화나 종합적인 미디어법의 제정 등은 어느 일방의 주도로 이루어 져서는 안 된다. 학계 등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국회, 정부 기관 등 다양한 우리 사회 구성원이 참여하는 한시적인 사회적 논의기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현재와 미래의 미디어 환경의 성장을 위한 고민과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미디어 관련 제도의 전면적인 개선 방안이 도출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1998년 대통령 직속의 ‘방송개혁위원회’를 통해 2000년 통합방송법을 도출한 경험이 있으며, 집권 여당도 이번 21대 총선 공약으로 ‘미디어혁신기구 설치·운영 추진’를 제시했다. 현업단체와 시민사회도 국내 미디어 환경의 재편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21대 국회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 환경의 건강한 재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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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훈 2020-06-19 21:23:11
심도 있는 기사 잘 봤습니다.

방송인 2020-06-19 21:21:39
좋은 내용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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