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청주방송 노동자' 인정받은 故 이재학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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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청주방송 노동자' 인정받은 故 이재학 PD
진상조사 결과 "이재학 PD 사망과 청주방송 해고, 인과관계 있어"
청주방송 비정규직 53.8%..."정규직 전환 등 요구안 이행해야"
  • 김윤정 기자
  • 승인 2020.06.22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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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웅래 의원실
ⓒ노웅래 의원실

[PD저널=김윤정 기자] 청주방송에서 14년간 프리랜서로 일하다 해고된 故 이재학 PD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며, 고인의 죽음에 사측의 해고 통보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다. 

6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CJB 청주방송 故 이재학 PD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진상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측의 공식 사과와 고인에 대한 명예회복, 관련자 징계와 청주방송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했다. 

유가족과 청주방송, 대책위 등이 추천한 위원 10명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3개월 동안 이재학 PD 사망을 둘러싼 진상과 청주방송 비정규직 실태 등을 조사했다. 

22일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진상조사위원회는 고인이 2004년 6월부터 청주방송의 여러 프로그램에 연출자로 참여하는 동안 상급자의 지시와 결재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으며, 회당 지급받은 보수가 사실상 임금에 해당하고 다른 방송사 업무를 맡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점 등을 보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고인이 사내 프리랜서를 대표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부당해고를 당했으며, 해고 이후 고인이 청주방송과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측이 진술 번복 종용, 협박, 위증 등 위법 행위가 있었음도 확인됐다.

조사위는 “이런 과정에서 고인이 많은 분노와 억울함을 느꼈고, 1심 패소 후 심리적 불안감이 가중돼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서 이재학 PD의 죽음에 사측의 해고, 소송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에는 청주방송의 비정규직 현황과 실태도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월 기준, 청주방송의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노동자 비중은 53.8%에 달했다. 5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근속자도 31%였다. 이들 중 대다수는 故 이재학 PD처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이같은 조사 결과에 따라 노동자성이 인정되거나 불법 파견에 해당되는 직군에 대한 정규직 전환, 단일 임금체계 마련,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인상과 근무환경 개선,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 관련 정기 교육 ·전수조사 실시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22일 대책위의 진상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내 인종 차별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과,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한 이재학 PD의 죽음은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 인권 무시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며 “우리 사회 비정규직 문제에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청주방송을 넘어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우리 사회의 반성과 약속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고용노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TF를 재가동하고 당정청 민생현안 회의에서 방송 비정규직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고인의 동생인 이대로 씨는 “진상조사를 통해 형의 근로자성과 부당해고, 위법한 부당행위, 프리랜서 비정규직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사실로 밝혀졌다”면서 “수면 위로 올라온 그 끔찍한 사실을 접하고 나니 형이 얼마나 혼자 억울했을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대로 씨는 청주방송의 사과를 촉구하면서  "진상조사 결과를 인정하고 즉각 이행하는 것이 청주방송이 유지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자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막판에 합의안 불수용 입장을 보이기도 했던 청주방송 측은 지난 21일 이행요구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방송과 유족 측은 사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시기 등 세부 내용을 제외하고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 공동대표인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어젯밤까지 진행된 마지막 협상에서 유족 측의 대폭 양보를 통해 많은 부분에서 합의를 이뤘다”면서 “최종 합의서 문구 등의 조율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오정훈 위원장은 “이번 주 안에 사측이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 마무리하고, 이행요구안을 이행하길 바란다”며 앞으로 비정규직 노동실태조사와 이를 바탕으로 밝혀진 문제점을 교섭을 통해 하나하나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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