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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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
인공지능 기술 대면한 영상콘텐츠, AI 기자·AI 아나운서 현실로
사람 대체 기술 아닌 '적응형 자동화' 추구해야
  • 최병호 고려대 Human-inspired AI 연구소 교수
  • 승인 2020.06.25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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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N과 에지(Edge) 웹 브라우저의 뉴스 큐레이팅 서비스를 6월 말까지 AI로 대체하기로 한 마이크로소프트. 사진은 2017년 11월7일 인도 뉴델리의 한 행사장에서 남성 1명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로고 앞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MSN과 에지(Edge) 웹 브라우저의 뉴스 큐레이팅 서비스를 6월 말까지 AI로 대체하기로 한 마이크로소프트. 사진은 2017년 11월7일 인도 뉴델리의 한 행사장에서 남성 1명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로고 앞을 지나가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PD저널=최병호 고려대 Human-inspired AI 연구소 교수] 영상은 우리에게 수치로 묻는다. 846114. 사람이 만든 '비인간적인 사상이 투영된 매뉴얼'을 적용해, 8분46초 동안 11번 살려 달라고 호소했던 사람을 무참히 죽이고, 또 죽일 것인가를. 이 질문은 백악관과 4분 거리에 있는 도로 이름으로 생명을 얻어, 우리에게 또 묻고 있다. 영상 콘텐츠의 가치는 이렇듯 ‘질문’에 있다. 이러한 영상 콘텐츠가 인공지능 기술을 대면하고 있다.

밥이 하늘이라고 했던가. 그런데 인공지능 기술이 50여 명의 밥그릇을 차버렸다. 뉴스 콘텐츠의 큐레이팅으로 '질문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스스로의 존엄이자 미션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 기자는 무너진 하늘을 굳이 경험해야했다. 이것은 이익의 극대화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극대화되는 것은 '질문의 상실'이고, 그것은 '세상을 변화시킬 동력'의 소외를 야기한다. 

인공지능 기술은 벡터로 표상되면서 동작한다. 이렇게 동작되는 뉴스 콘텐츠의 큐레이팅은 ‘계산 가능’하고, ‘패턴화된 세상의 규칙’으로 우리의 미래를 재단한다. 그러나 그 규칙 속에는 ‘메피스토펠레스의 매뉴얼’이 도사리고 있다. 계산 가능하지 않으며, 패턴화되어 있지 않은 세상 밖의 ‘변방성 질문’이 이러한 결핍을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은 비즈니스 이노베이션의 작동 원리이며, 놀랍게도 소셜이노베이션도 동일하다. 그 ‘변방성 질문’, 사람만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사람의 대체가 아니라 ‘적응형 자동화’를 추구해야 한다.

적응형 자동화란 영상 콘텐츠 산업에서 ‘사람’을 지출이 과도한 고정비로 간주하지 않고, 비즈니스의 본질 자체로 규정한다. 대규모 데이터를 계산 및 패턴화해 수요자의 히든 니즈를 발굴하고 선제적으로 맞춤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어시턴트로써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그리고 사람과 인공지능 기술이 공존하는 패러다임이다.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영상 콘텐츠가 있다고 하자. 사람만이 가능하다는 그 변방성 질문,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선호하는 특정 인물이 등장하는 영상만 별도로 볼 수 있을까. 선호하는 메타포가 나오는 영상만 따로 볼 수 있을까. 실제로 이러한 수요자의 히든 니즈는 종종 목격된다. 그러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다. 비용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만이 가능하다는 그 특별한 어시턴트, 이럴 때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비용을 0으로 수렴시키면서 수요자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KBS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5월 AI기술을 활용한 재난방송 시스템 구현과 미디어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KBS는 재난 방송에서 자동으로 속보를 읽어주는 AI 아나운서를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KBS
KBS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5월 AI기술을 활용한 재난방송 시스템 구현과 미디어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KBS는 재난 방송에서 자동으로 속보를 읽어주는 AI 아나운서를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KBS

BTS가 나오는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있다고 하자. 내가 선호하는 가수만 등장하는 영상들을 인공지능 기술이 자동으로 편집 및 통합한 영상으로 볼 수 있고, 내가 선호하는 가수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자동 편집한 영상도 볼 수 있다. 추가로, 영상에 등장한 선호하는 가수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내가 선물하고 싶은 옷을 입혀볼 수도 있다. 선호하는 가수의 춤과 노래를 자동으로 수어와 자국어로 번역되어 볼 수도 있다. 적응형 자동화가 만들어갈 수 있는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모델이다.

AI 아나운서가 우리 주변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인류에게 커다란 선물이다. 왜냐하면 아나운서는 변방성 질문을 하고, AI 아나운서는 변방성 질문에 따라 효과적으로 동작하면 되니까. AI 아나운서는 IoT와 연동되어 그동안 취재가 불가능했거나 취재를 상상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 실시간적으로 수치화된 사실을 무한정 전달하는데 효율적이다.

Bert나 GPT-3 등의 NLP 기술은 아나운서처럼 전문적으로 말을 할 수 있도록 판도라 상자를 열고 있으며, 최신의 지능형 음성 합성기술과 지능형 감성분석기술은 아나운서 수준의 목소리와 감성을 구현하고, 아나운서 얼굴 등의 인체모델과 제스처는 지능형 3D 모델링으로 신뢰성을 표출하고 있다. “리얼리스트가 되라. 그러나 이룰 수 없는 이상은 반드시 하나씩 가져라”라고 선언한 체 게바라의 메시지를 숙고할 때이다.

인공지능 기술 때문에, 우리는 그동안 익숙했던 거의 모든 개념을 재정의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했고, 새로운 역사를 이제 쓰기 시작했다.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시 ‘변방성 질문’, 그것이다. 우리가 인공지능 기술과 더불어 존엄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묻고 또 물어야 할 시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한다. “작가라면 늘 아픈 눈을 뜬 채로 있어야 한다”고 토로했던 아룬다티 로이, 우린 작가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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