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 결과 외면한 청주방송 대주주 측, 유족에 되레 큰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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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재학 PD 대책 위원회, 29일부터 30일까지 CJB 앞에서 1박2일 총력 투쟁
피켓 시위 중 유가족과 이두영 의장 가족 충돌 벌어지기도

故 이재학 PD 동생 이대로 씨에게 항의하고 있는 한 여성. 인근 주민은 이 여성이 이두영 CJB 전 회장의 아내라고 확인해주었다. ⓒPD저널
CJB 청주방송 앞. ⓒPD저널

[PD저널=김윤정 기자] “진상규명은 끝났다! 즉각 이행하라! 이두영은 물러나라!”

CJB청주방송이 ‘故 이재학 PD 사망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보고서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이재학 PD의 명예회복과 가해자 처벌,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이 포함된 이행요구안의 즉각 이행을 요구하며 1박 2일 집회에 돌입했다.

6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CJB청주방송 故이재학PD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9일 정오 청주에 있는 이두영 청주방송 이사회 의장 자택과 CJB 사옥 앞, 이두영 의장의 회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두영 의장 자택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던 故 이재학 PD 동생 이대로 씨에게 한 여성이 다가와 “유가족이 맞는지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뒤이어 한 남성이 피켓 시위 중인 대책위 활동가의 모습을 몰래 촬영하는 등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졌다.

故 이재학 PD 동생 이대로 씨에게 항의하고 있는 한 여성. 인근 주민은 이 여성이 이두영 CJB 전 회장의 아내라고 확인해주었다. ⓒPD저널
故 이재학 PD 동생 이대로 씨에게 항의하고 있는 한 여성. 인근 주민은 이 여성이 이두영 CJB 전 회장의 아내라고 확인해주었다. ⓒPD저널

이대로 씨와 활동가에게 “이두영 회장이 충북 발전을 위해 얼마나 일을 했는데 뭐가 나쁘냐”, “관계도 없는 민주노총이 왜 개입하느냐”고 거세게 항의한 한 여성은 자신을 “(이두영 회장의 회사) 직원”이라고 밝혔으나, 상황을 목격한 인근 주민은 그를 “이두영 회장의 아내”라고 확인해주었다. 또, 활동가들의 시위 모습을 촬영한 남성은 이두영 회장의 아들이라고 전했다.

이대로 씨는 <PD저널>에 “어이가 없다”면서도 “(이두영 의장 가족들의 행동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 이두영 회장도, 가족들도, 아직도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조사위는 석달간의 진상 조사를 통해 고인이 청주방송에서 일하는 동안 상급자의 지시와 결재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등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고인이 사내 프리랜서를 대표해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부당해고를 당했으며, 해고 이후 고인이 청주방송과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측이 진술 번복 종용, 협박, 위증 등 위법 행위가 있었음도 확인했다.

22일 대책위는 진상보고서를 발표하며 “유족 측의 양보를 통해 많은 부분에서 합의를 이뤘다”면서 “최종 합의서 문구 등의 조율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막판 합의서 초안 공개 과정에서 사측이 1심 재판 과정에서 발생한 사측의 위법 행위 인정 여부를 두고 다시 입장을 바꾸면서 논의는 원점이 됐다.

이대로 씨는 “(재판에 불법 개입한) 가해자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면서 “매번 합의하고 나면 다른 부분을 문제 삼아 도돌이표를 만든다. 뒤에 이두영이 있기 때문이다. 회장 자리에서만 물러났을 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두영 의장이 이번 문제 해결의 핵심인 이유를 설명했다.

ⓒPD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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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재학 PD 명예회복과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결의 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500 여명이 시민사회단체 회원이 모였다. ⓒPD저널

오후 2시 반 시민사회단체 회원 60여 명의 CJB 로비 점거 농성에 이어, 5시 결의대회에는 5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진상조사 결과 이행을 촉구했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유족들의 많은 양보와 사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청주방송 대주주 이두영 의장 때문”이라면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야 함에도 이두영 의장은 청주방송의 경영에 개입하고, 협상을 번번이 틀어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정훈 위원장은 이어 “이재학 PD의 명예회복을 위한 우리의 결의는 분명하다”면서 “이두영 회장은 이 상황을 안이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정란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는 “14년간 목소리 내지 않고 일할 때는 청주방송 PD였던 이재학 PD가,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순간 한낱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어 해고됐다”면서 “이재학 PD 뒤에는 자본이 있지만, 우리에겐 연대의 힘이 있다. 돈이 중심이 되어 언론을 좌지우지하는 사회로 가서는 안 된다”고 규탄했다.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이두영 회장을 이길 수 있을지, 청주방송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될 수 있을지, 이재학 PD와 약속한 대로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이뤄낼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하지 못하겠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함께 싸우고 계신 분들 덕분에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가족들을 생각하며 끝까지 싸우자”며 결의를 다졌다.

故 이재학 PD 동생 이대로 씨는 “형이 세상을 떠나고 하루하루 힘든 날이었지만, 여기 계신 분들이 형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 손을 내밀어 주신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형이 14년 간 일해온 청주방송만은 손을 내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가족들은 어떤 헛소문과 허위 사실에도 대응하지 않았다. 진상조사 결과만 나오면 진실이 다 밝혀질 것이라 생각하고 참았다. 그런데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사측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대로 씨는 “도덕성과 공정성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방송사에서 이럴 수는 없다. 이두영 개인 방송사로 전락한 CJB의 문제점을 뜯어고쳐야 한다”면서 “형이 세상을 떠난 날에는 눈이 왔는데 벌써 더워졌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들을 걸고, 이두영 회장과 가해자들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할 때까지 끝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결의대회 직후 이두영 의장이 회장을 맡고 있는 청주상공회의소까지 행진이 예정돼 있었으나 폭우로 취소됐다. 하지만 문화제와 밤샘 농성, 30일 오전 출근 선전전 등은 예정대로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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