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수신료 인상 카드 꺼낸 KBS, "가장 절실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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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까지 1000명 인력 감축' '수신료 비중 70% 상향' 등 경영혁신안 발표
양승동 사장, "세차례 수신료 현실화 시도 모두 실패... 내부 경영 혁신으로 국민 마음 얻을 것"

양승동 KBS 사장이 1일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KBS
양승동 KBS 사장이 1일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KBS

[PD저널=김윤정 기자] 올해 천억원대 적자가 예측되는 KBS가 1천명의 인력 감축과 수신료 현실화를 추진한다.

양승동 KBS 사장은 1일 월례 조회에서 ”지상파가 독점하던 시대에 설계됐던 낡은 제도, 평균주의, 온정주의를 혁파해야 한다“면서 △인건비 비중 축소 △불합리한 사내 제도 개선 △자회사 성장 전략 마련 △낡은 규제 해소 △수신료 현실화 등 다섯 가지 핵심 과제가 포함된 경영혁신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비상경영 계획안에 이어 발표된 '2020 경영혁신안'은 경영 악화에 따른 자구책 성격이 짙다. 

양승동 사장은 지난 4월 2020년 KBS의 사업 손실이 12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양 사장은 1일 “이후 KBS의 광고 수입 점유율이 지난 해 대비 소폭 상승하면서 나름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이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해가 갈수록 커지는 사업 적자 추세를 막을 수 없다. 구조적 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현재 35% 내외인 KBS의 인건비 비율을 2023년까지 30% 이하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4년 동안 직원 1천 명이 감원된다. 양 사장은 “정년퇴직으로 인한 자연 감소가 900명 정도지만, 매년 적정한 신규 채용을 유지하면서 1천 명을 줄이려면 상당한 추가 감원이 불가피하다”면서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특별 명예퇴직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또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임금체계를 손보겠다는 계획이다.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성과에 기반한 공정한 급여·보상체계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양 사장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시스템을 구축한 뒤 이를 바탕으로 성과급제를 대폭 확대하고 성과보상 인센티브 제도를 개선하는 동시에, 삼진아웃 등 저성과자 퇴출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KBS
ⓒKBS

지난해 말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수신료 인상은 신뢰 회복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양승동 사장은 7개월만에 '수신료 현실화 추진'을 공식화했다. KBS가 수신료 인상을 공론화한 것은 2014년 이후 6년 만이다. KBS는 세 차례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지만, 부정적인 국민 여론 등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양 사장은 "그동안 3차례에 걸쳐 그 문을 열어보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몇 년 내에 사업 손익에서 수지 균형을 맞추겠다는 각오와 내부 경영혁신 이룰 수 있을 때 그 문은 비로소 열린다"고 말했다.  

양승동 사장은 “KBS가 명실상부한 국가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이 되려면 수신료 비중을 현재 45%에서 7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올 하반기에 수신료 현실화 추진단을 꾸리겠다고 했다. 

KBS 보도 신뢰도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는 내부 평가와 '여대야소' 국회 지형 등을 종합해 수신료 인상 재추진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양 사장은 “코로나19는 역설적으로 공적 서비스의 중요성을 확립시켜 줬다. 재난이 일상화된 시대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국가기간방송 KBS의 존재 이유가 강화되고 있다”면서 “40년 째 동결된 수신료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고강도의 내부 경영 혁신을 전제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현재 미디어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 유휴자산을 활용한 공적 재원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KBS 내부에서는 경영혁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방향 제시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혁신안에서 공영미디어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를 혁신안에서 찾기 힘들었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지향해야할 가치와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경영 전략과의 연계가 약하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인력 감축 기조에도 신규 채용은 진행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고무적으로 받아들인다”면서도 “저성과자 재교육과 삼진아웃 같은 엄포로 과도한 공포감과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 KBS본부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단연코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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