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강남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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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강남 천국?
  • 최상일 /MBC 라디오본부 특임CP
  • 승인 2004.10.2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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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대한민국 서울 한강 남동쪽의 아파트촌을 일컫는 ‘강남’을 천국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밥을 굶는 한이 있어도 강남이 아닌 곳에서 살 수 없다며, 사업에 실패해 강남을 빠져나가려고 하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는 한 여성의 얘기를 들은 바 있다. 이른바 ‘주류’ 사회에 끼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택하는 곳이 바로 강남의 아파트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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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는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살 수 있고, 편리하고 깨끗하며 서구와 다를 것 없는 품격 있는 ‘주류’ 문화를 즐길 수 있다. 집값은 다른 곳 아파트의 두세 배인데도 세금은 적고, 거리마다 감시카메라가 있어 도둑놈도 쉽게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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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무엇보다도, 잘만 하면 아이들을 손쉽게 ‘일류’대학에 집어넣을 수 있다. 이쯤 되면 가히 천국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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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남은 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거리는 시끄럽고 공기는 탁하며 닭장 같은 아파트에서 햇볕도 제대로 못 쬐고 문 꼭꼭 걸어 닫고 아래, 윗집 눈치 보며 살아야 하는 곳, 불이 나면 물론이요 전기만 끊어져도 아수라장이 되는 곳, 어린 아이들이 놀지도 못하고 공부에 시달려야 하는 곳, 돈을 노리는 강력범죄를 막기 위해 설치한 감시카메라가 모든 사람의 거동을 감시하는 곳, 돈 없으면 사람대접도 못 받는 곳, 이런 곳이 바로 지옥이 아니고 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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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강남에 대한 평가는 이 시대 가치관의 대립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경쟁에서의 승리와 가시적인 재화의 양에 기준을 두는 가치관과 마음의 평화와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가치관의 충돌이다. 문제는 이 가치관의 대립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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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의 존립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통합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말이다. 남북이 총부리를 겨눈 채로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는데 이 정도의 갈등이 뭐가 문제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갈등과 대립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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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기보다 더 유발하는 쪽에 서있는 사람들이 연세대와 이화여대와 같은 자칭 ‘일류’ 사립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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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학력’이 좋은 서울 강남 학생들을 많이 뽑는 것이 뭐가 잘못이냐고 항변한다. 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것도 아닌 거주지로 인해 억울하게 불이익을 당하는 학생들의 마음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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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비교육적인 교육기관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이 내세우는 ‘학력’이란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출할 수 있는 부모들의 능력으로 얻어진 것이며, 그 실체는 대부분 시험을 잘 치는 요령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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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학생들을 많이 뽑아야 학교가 번창할 수 있다고 믿는 대학이라면, 절대로 아이를 보내면 안되는 최하 등급의 대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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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학일수록 창의성 있고 품성 좋은 미래의 인재를 키워낼 기회를 놓치는 셈이기 때문이다. 아파트촌에서 자란 아이일수록 자연에 대한 감수성과 어려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과 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학교와 언론은 오히려 강남으로 대변되는 도시문명의 부작용을 지적하고 치유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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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북에 산다. 한때 강남의 어느 아파트에 살다가 강북으로 온 지 12년이 됐다. 내가 좋아하는 산 아래 살고 싶어서 집을 옮긴 것인데, 요즘 들어 새삼스럽게 강남을 뜨기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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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주류’ 사회에 속해 사는 것 따위에도 관심이 없지만, 마치 한국 사회의 중심이 서울 한강 남동쪽의 아파트촌에 있는 듯한 사회분위기에 전혀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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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일 /mbc 라디오본부 특임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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