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언론 플레이’ 믿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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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재 전 채널A 기자 공개한 녹취록에 한동훈 검사장 “그건 해볼 만하지”
검찰 “표현 맥락 정확하지 않아”...보수신문 등 '피의사실 유출'로 프레임 전환 시도

지난 20일 MBC '뉴스데스크' 단독 보도 화면 갈무리.
지난 20일 MBC '뉴스데스크' 단독 보도 화면 갈무리.

[PD저널=박수선 기자]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여론전이 격해지고 있다.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강요 미수 혐의로 구속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측이 한동훈 검사장과 나눈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검찰과 사건 관계인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이 21일 공개한 녹취록은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관계를 밝힐 핵심 열쇠로 주목받았다. 녹취록에서 한동훈 검사장은 이 전 기자가 ‘이철 아파트 찾아다니고 있다’ ‘이철 전 대표 등에 교도소에 편지를 썼다’는 말을 듣고는 “그건 해볼 만하지”,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답했다. 

이 전 기자 측은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공모가 의심되는 정황을 파악했다는 요지의 MBC 보도가 “왜곡‧편향됐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이날 ‘전문 녹취록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검사장의 답변이 이 전 기자측의 주장처럼 단순한 ‘덕담’인지 ‘공모 정황’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각기 다른 해석이 나온다. 수사팀과 대검이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보였던 갈등이 고스란히 확장된 모양새다.  

지난 20일 <뉴스데스크>는 “대화의 맥락 등으로 보면 의혹은 여전하다”며 “검찰은 한 달 뒤인 3월10일 오전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카카오 보이스톡 통화도 주목하고 있다”고 검찰의 수사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채널A 진상조사 결과로 알려진 이 전 기자와 후배 기자와의 통화 내용에서 이 전 기자가 "취재가 어렵다고 하자 한 검사장이 '내가 수사팀에 말해 줄 수 있다. 나를 팔아라'라고 했다"고 말한 대목도 공모 의심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변호인이 기자들에게 배포한 '한동훈 검사장과의 대화 녹취록'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변호인이 기자들에게 배포한 '한동훈 검사장과의 대화 녹취록'

이와 별개로 핵심 피의자가 공개한 녹취록의 신빙성도 따져볼 문제다.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은 ‘녹취록 전문’이라고 밝혔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사안과 관련성 있는 내용 중 일부 대화가 축약되거나, 기자들의 취재 계획에 동조하는 취지의 언급이 일부 누락되는 등 그 표현과 맥락이 정확하게 녹취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동재 기자 측은 지난 18일 KBS의 ‘공모 정황’ 보도 이후 공개한 녹취록에선 한동훈 검사장의 발언을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축약해 언론에 배포했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자료와 이동재 측이 ‘전문’이라고 공개한 녹취록이 100%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전 기자는 MBC 보도를 반박하면서 피의사실 유출 문제도 제기했다.

이 전 기자는 “3월 10일 한 검사장과의 카카오 보이스톡 통화에 주목하고 있다”는 MBC 보도 내용에 대해 “피의자 이동재도 소환 조사시 알지 못했던 내용으로 ‘증거관계’가 그대로 언론에 먼저 유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널A 기자와 검사장의 공모 의혹을 공영방송과 검찰, 권력 간의 유착 의혹으로 프레임을 전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동훈 검사장는 KBS가 ‘공모 정황’를 사과한 뒤에도 녹취록 입수 경위에 의문을 품으며 ‘취재원 공개’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조선일보>는 'KBS 오보 파문’을 다루면서 “3월 31일 시작된 MBC 뉴스데스크 보도들이 '검·언 유착' 위주였던 데 비해 KBS의 18일 보도는 '총선 공작' 의혹을 부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MBC에 제보했던 지모씨도 주장해 왔던 내용으로,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 등도 이에 가세해 있던 상황”이라며 KBS와 MBC 보도를 싸잡아  '검언유착 몰아가기 보도'로 몰아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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