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재학 PD 동생 "청주방송 합의 이행 지켜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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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이재학 PD 동생 "청주방송 합의 이행 지켜볼 것"
유족 대표해 이재학 PD 진상규명 이끈 이대로 씨 “세상에서 제일 용감했던 형, 기억해주시길"
"형만 빼고 모두 제자리에...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 위해 계속 싸우겠다"
  • 김윤정 기자
  • 승인 2020.07.24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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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씨가 23일 CJB청주방송과 대책위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PD저널
이대로 씨가 23일 CJB청주방송과 대책위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PD저널

[PD저널=김윤정 기자]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분들이 처한 상황이 조금씩 나아질 거라 믿습니다. 그 변화의 시작점이 이재학 PD였다는 걸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청주방송이 이재학 PD 사망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지난 23일, 이 PD 동생인 이대로 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청주방송과 부당해고를 다투다가 세상을 떠난 형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그는 지난 2월부터 진상규명에 매달렸다. 유족을 대표해 ‘억울해 미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떠난 형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청주방송과 대주주의 자택, 국회를 찾아다니며 문제 해결 촉구했다. 

청주방송 측은 진상조사 결과 이행 약속을 여러차례 번복한 끝에 이재학 PD의 노동자성·부당해고 인정, 명예회복 조치 등이 포함된 합의문에 지난 23일 서명했다. 이날 청주방송과 유족, 대책위원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표가 참여한 공동기자회견이 끝난 뒤 만난 이대로 씨는 “형이 죽고 나서야 형이 얼마나 용감한 사람이었는지 알게 되었다”며 "형만 빼고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유가족은 최종 합의를 하면서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 항소심 판결을 조정으로 끝내기로 했다. 이대로 씨는 "판결과 조정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강제 조정으로 마무리 짓는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며 "사측이 약속을 잘 이행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학 PD의 사망에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 문제도 남아 있어 사측의 후속 조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합의문에는 청주방송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도 주요하게 담겼다. 그는 "CJB에서 형과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누구 하나 형을 위해 목소리 내주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내비치면서도 "형의 일과 상관없이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에 계속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대로 씨와 나눈 일문 일답.

이재학 PD 동생 이대로 씨가 청주방송 대주주인 이두영 청주방송 이사회 의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PD저널
이재학 PD 동생 이대로 씨가 청주방송 대주주인 이두영 청주방송 이사회 의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PD저널

- 사측이 여러 번 입장을 번복하면서 최종 합의까지 진통이 있었다. 협의 과정을 돌아본다면. 

“형의 명예회복에 대한 건 절대적으로 양보할 수 없었다. 형의 근로자성, 부당해고, 형을 죽음으로 몰고 간 책임을 사측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었다. 형의 죽음을 두고 협상하고 합의하고 양보해야 한다는 현실이 가혹했지만, 여러 상황상 유족이 양보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 부분이 힘들었던 것 같다.”

- 유족 입장에서 특히 어렵게 결정한 양보는 어떤 부분이었나.

“형의 재판 항소심에 대한 거였다. 우리는 항소심을 원칙대로 진행하자고 했고, 사측은 항소심을 취하해달라고 했다. 이견이 있었지만 결국 항소심은 진행하되, 판결이 아닌 강제조정으로 마무리 짓기로 했다. 조정 문안에는 형의 근로자성과 부당해고,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경위 등이 담길 예정이지만, 판결과 조정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강제 조정으로 마무리 짓는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 진상조사 결과에서 1심 재판 과정에서 사측이 불법·부당한 방법으로 재판에 개입했음이 확인됐다. 책임자들에 대한 인사 조치는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았는데.

“위증 교사는 큰 죄다. 결국 형이 죽음을 택하게 된 것도 바로 그 위증 때문이었다. 1심 소송 과정에서 위법행위를 한 사람은 분명히 밝혀졌고, 어떻게든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올 거다. 우선 사측이 약속한 인사위원회 결과를 지켜볼 생각이다. 

오늘 기자회견까지 마쳐놓고 또 다시 사측이 합의안에 이의를 제기한다거나 이행안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모든 게 무위에 갈 수도 있다. 다시 기자회견 열고 싸움을 시작해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CJB 역시 모든 것을 잃을 거라 확신한다. 모두 앞에서 약속한 과제를 다 지키는 것만이 CJB가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방법이고, 형의 한을 풀어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이재학 PD의 죽음이 방송사 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번 합의에 따라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청주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합의안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복잡한 마음이 들 것 같다.

“형만 빼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 사실 싸움을 이어오면서 화날 때도 많았다. 지금까지 일면식도 없던 언론노조나 여러 시민사회단체 분들이 달려와 내 일처럼 분노하고 함께 싸워주실 때, CJB에서 형과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누구 하나 형을 위해 목소리 내주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그들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정규직, 비정규직을 떠나 이제라도 함께 일한 동료를 위해 할 말은 해주셨으면 좋겠다.”

- 그동안 유족 대표로서 방송사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목소리를 내왔다. 앞으로도 관련 활동을 이어갈 생각인지.

“대책위나 언론노조에도 말씀드렸지만 형의 일과 상관없이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목소리를 낼 생각이다. 아직 가족 논의 중이라 구체적인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마 재단 형식으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를 돕는 그림이 아닐까 싶다.

- 이제야 가족들이 이재학 PD의 죽음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은 정신없이 분노로 시간을 보내왔다면, 이제는 슬픔을 감당해야 한다. 형제를 잃은 우리조차 자식 잃은 부모님의 고통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가족들이 전보다 더 서로를 의지하고 지켜보고 있다. 잘 감당해보겠다.”

- 사람들에게 ‘이재학’이라는 이름이 어떤 의미로 기억되길 바라나.

“적어도 언론계, 방송계에 종사하시는 분들만큼은 형을 기억하고 잊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다. 같은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더 나은 처우를 위해 용기 내 싸웠던,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었던 우리 형, 이재학 PD를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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