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 비극의 시작점
상태바
’십시일반‘, 비극의 시작점
MBC 수목드라마 ‘십시일반’, 현실 은유 돋보이는 추리 스릴러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0.08.05 17: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C '십시일반' 포스터.
MBC '십시일반' 포스터.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십시일반(十匙一飯)’은 열 사람이 한 숟가락씩 밥을 보태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한 끼를 만든다는 뜻이다. 여럿이 힘을 합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지만, MBC 수목드라마 <십시일반>는 그 의미를 정반대로 해석하고 있다. 즉 열 명이 한 숟가락씩 보탬으로써 비극적인 일을 맞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십시일반>은 수백억 대 유산을 가진 화가 인호(남문철)가 유언장을 공개하기 위해 가족들을 모두 자신의 별장으로 부르는 데서 시작한다. 그런데 이 가족들의 모습이 전혀 살갑지가 않다. 관계 자체가 ‘콩가루’인데다 저마다 자신들의 욕망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인호는 설영(김정영)과 함께 살고는 있지만 법적으로는 이혼한 상태다. 인호가 지혜(오나라)와 불륜을 저질러서다. 지혜는 인호의 딸 빛나(김혜준)를 낳았지만 역시 결혼하지는 않은 내연녀 관계이고, 이혼했던 설영은 무슨 이유에선지 다시 인호를 만나 그 집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 집에 초대된 인물들은 이 밖에도 인호 친동생의 아들 유해준(최규진)과 인호의 이부동생 독고철(한수현), 그리고 그의 딸 독고선(김시은)이다. 여기에 친구였지만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문정욱(이윤희)과 이 집의 가정부 박여사(남미정)까지 더해져 인호의 유산을 두고 벌이는 욕망들이 부딪치기 시작한다. 

결국 인호는 사체로 발견되고 그 사인이 수면제 부작용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설영의 수면제를 빼돌려 인호에게 먹게 한 지혜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수면제 부작용의 치사량이 적어도 다섯 알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혜는 다른 이들 또한 인호의 죽음에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즉 인호는 유산에 욕망을 노리던 이들이 한 알씩 ‘십시일반’해 먹인 수면제가 축적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MBC 수목드라마 '십시일반' 방송 화면 갈무리.
MBC 수목드라마 '십시일반' 방송 화면 갈무리.

<십시일반>은 전형적인 추리극의 형식을 가져와 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스토리를 그려나간다. 그 중심에서 추리를 해나가는 인물은 빛나다. 모두가 유산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지만 빛나는 엄마 지혜가 자신을 앞세워 아빠의 돈을 뜯어내며 사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유산에 대한 욕망 바깥으로 나와 있는 이 유일한 인물이 아빠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주인공이 된다.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들이 서로 부딪치며 숨겨진 진실들이 드러나는 과정을 담는 <십시일반>은 마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연극에서는 제한된 공간의 서사를 담을 수밖에 없지만, 서사가 공간 바깥의 현실을 은유하면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곤 한다. 그렇다면 <십시일반>의 연극적인(?) 무대는 무얼 은유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비극을 향해 치닫는지에 대한 은유다. 수면제를 먹였다고 밝혀진 인물들 즉 지혜와 정욱, 박여사는 아마도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이런 엄청난 결과로 돌아올지 몰랐을 것이다. 지혜가 수면제를 먹게 한 건 단지 금고에 숨겨진 유언장에 무엇이 쓰여 있는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욕망이 또 다른 욕망들과 겹쳐지면서 인호의 죽음을 낳은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매일 같이 별 생각 없이 욕망하며 살아가는 어떤 행위들이 거대한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걸 은유하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하고, 퇴근 후 돌아와 다음 날의 일전(?)을 위해 휴식을 취하는 평범한 삶 자체도 어쩌면 ‘십시일반’의 비극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물며 큰 죄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저지르는 작은 일들이 여러 욕망들과 얽혀 발생하는 비극은 얼마나 클 것인가. 많은 사건 사고들이나 우리가 겪고 있는 전 지구적 문제들 역시 ‘십시일반’에 의해 생겨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은 드라마의 은유는 결코 작다고 말하기 어렵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