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팬들이 열광한 ‘대취타‘, 곳간에서 꺼낸 전통음악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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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팬들이 열광한 ‘대취타‘, 곳간에서 꺼낸 전통음악의 매력    
[내 인생의 프로그램 ⑤]
  • 이현주 국악방송 PD
  • 승인 2020.08.14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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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PD연합회가 주관한 ‘PD 글쓰기 캠프’가 지난 7월 8일부터 11일까지 파주 출판단지 지지향에서 진행됐다. 자기 성찰과 프로그램 질적 향상을 위해 기획된 글쓰기 캠프에 참여한 PD들이 ‘내 인생의 프로그램’을 주제로 쓴 글을 차례로 싣는다. <편집자 주>   
BTS 슈가의 '대취타' 뮤직비디오.
BTS 슈가의 '대취타' 뮤직비디오.

[PD저널=이현주 국악방송 PD] 지난해 맡았던 프로그램 중 특별히 애정을 갖고 준비한 특집 중 하나가 서사민요였는데, 이 중 <시집살이 노래>를 잊지 못한다. 나와 꼭 맞는 배우자를 신중하게 선택해서 결혼하는 지금과 달리, 어린 나이에 정해주는 대로 시집을 가야 하는 시절이 있었다. 남편 얼굴을 그 때서야 보고, 밥 많이 먹는다고 나무라는 시어머니는 ‘호랑이’같이 무섭던 그 시절, 시댁에서 구박대기 취급을 받던 서글픈 이야기를 가사로 풀어냈다.

지금이라면 뉴스에 날 법한 일이지만 그 때는 아무리 괴로워도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 했다니, 가사를 듣노라면 기가 막힌다. 남편을 떠받들고 평생 숨죽여 산 여성의 서사가 결코 실화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마저 든다, 

서사민요에는 고된 삶을 살아낸 여성의 질곡과 주름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실제로 채록된 서사민요를 들어보면, 아마 꽤 지난 일일 텐데도 그 날의 감정이 살아나는지, 노래를 부르다가 흐느끼는 소리가 그대로 녹음된 대목도 발견할 수 있다. 새까맣게 탄 속을 털어 놓을 곳 하나 없던 시절, 남편과 시어머니 욕도 하고 안부를 묻지 않는 친정에 대한 서운함을 읊조리듯 털어놓는 서사민요는 슬프지만 솔직담백한 맛이 있어서 아이러니하게도 계속 듣고 싶어진다.
 
우리의 전통 음악은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의 음악만큼이나 특별하다. 음악 면면을 들여다보면 사연이 깃들여있어 흥미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전통 음악이 아프리카의 그것과 다르게 박제되어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은 농경 사회를 지나 급속한 서구화‧도시화를 거치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거친 논밭은 매끈한 아스팔트가 되었고, 낮은 한옥들은 높고 화려한 건물들로 대체됐다. 장구 꽹과리 두들기며 걷던 넓은 마당이 사라지고 고층 빌딩과 서양식 음식점과 모던한 카페들이 들어섰다. 그 아무리 대단한 무당 할아버지라도 도심 한가운데서 예전처럼 축제나 굿판을 벌이긴 힘든 일이다.

과거에 사람이 하던 일도 대부분 기계가 대신하니 농사소리나 노동요를 들을 일도 크게 줄었다. 도시 생태와 사람들의 삶의 양식도 변했으니 옛날에 철만 되면 부르던 노래를 다시 부르는 일은 사실상 박물관에서나 가능하다. 그렇게 전통은 점점 더 박제되어간다. 

아무리 오래된 전통이라도 곳간에서 꺼내서 함께 즐기지 않는다면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과거를 잊고 앞만 보고 살아가는 게 효율적이라는 사고방식이 넘쳐난다. 잠들어 있는 전통이 녹슬지 않도록 곳간에서 꺼내어 햇빛 아래 나오게 해야 한다. 직접 들려주고 참여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세계적인 한류 아이돌 BTS 멤버 슈가가 부른 ‘대취타’에 사람들은 왜 열광했을까. BTS의 팬심과 기존의 인기가 큰 몫을 했을 것이다. 도입부에서 ‘명금일하 대취타 하랍신다’라는 가사가 주는 낯섦이 신선한 자극을 주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뿐일까. 우리 마음 저변에 숨어 있던 다른 요소가 이런 열광을 키운 건 아닐까. ‘전통 음률을 차용한 노래’라는 자부심 말이다. 한 인간이 개인의 뿌리를 자긍하는 일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임과 동시에 위기극복 능력의 원천이 된다. 전통은 창고에서 다시 나와 우리 곁에서 숨 쉬어야 한다.
 
전통 문화 콘텐츠를 오디오로 담아내는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이 크다. 문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청각‧시각‧촉각 등 여러 감각을 동원해 제대로 느껴야 한다. 귀로만 듣고 즐겨보라는 건 그야말로 ‘들어봐요, 느낌 오죠?’라고 묻는 것과 같다.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재미있지?’ 하고 강요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매번 야외로 나와서 공연을 연출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건가.

일단 오디오로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오디오 콘텐츠의 강점을 백분 활용해 전통 서사를 풀어낼 방법은 있다. 정겨운 옛 풍경을 눈에 보이듯 라디오로 되살리는 것도 방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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