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년 '선녀들' PD, "제작진, 학생처럼 역사 공부...균형감 잃지 않으려고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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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년 '선녀들' PD, "제작진, 학생처럼 역사 공부...균형감 잃지 않으려고 노력"
한승훈 PD "한글 특집 가장 기억 남아...초등학생들 진지한 모습에 감동"
"한국사 기반한 세계사로 이야기 확장하고 싶어...문화·음악 등 장르 콜라보도 관심"
  • 김윤정 기자
  • 승인 2020.08.15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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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윤정 기자] 역사의 현장에서 교과서가 알려주지 않은 역사를 배우는 MBC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이하 선녀들)이 최근 1주년을 맞이했다.

<선녀들>의 시작은 멕시코와 미국, 프랑스와 독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국경의 선을 넘으며 국경을 접한 두 나라의 닮은 듯 다른 역사와 문화, 예술을 직접 두 발로 경험하며 비교하는 프로그램에서 출발했다. 한반도 편을 거쳐 시즌3 격인 ‘리턴즈’로 이어지며 시간의 선을 넘어 대한민국 곳곳에 얽힌 역사를 알아보는 프로그램으로 변모했다.

<선녀들>의 지난 1년은 일본 정부의 일방적 수출 규제에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반일 정서가 극에 달한 시기와 맞물린다. 이런 시기에 항일 정서를 다룰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건,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큰 부담과 책임감이 따르는 작업일 수밖에 없다.

<선녀들>을 만들고 있는 한승훈 PD는 “자칫 역사를 이성이 아닌 감정적으로 전달하게 될까 봐 균형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75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특집방송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한승훈 PD에게, <선녀들>의 지난 1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14일 전화인터뷰로 한승훈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난 1년 동안 25개의 특집을 진행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특집이 있다면.

“역사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 ‘한글 특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았는데 생각 이상으로 지원도 많이 해줬고, 플래카드까지 들고 와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강연 듣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이 아이들이 보고 있었구나!’, ‘이렇게 열성적으로 보고 있었구나!’ 이런 느낌? 우리나라의 미래가 너무 밝다는 생각도 들고. (웃음) 아이들의 밝은 기운과 에너지, 역사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 많이 들떴다. 이 꿈나무들이 성장하는데 물 한 바가지 얹는다는 마음으로 책임감 있게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코로나19로 당분간은 어렵겠지만, 기회가 닿는 대로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순서를 다시 만들고 싶다.”

-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상해 충칭, 사이판 등을 다니며 세계 각지에서 벌어졌던 항일운동을 다뤘다. 더 준비한 아이템이 있나.

“맞다. 원래는 해외에서 활동했던 독립투사분들의 이야기를 더 담을 예정이었다. 하와이, LA, 쿠바 촬영도 준비하고 있었는데 전부 어렵게 됐다. 가장 아쉬운 건, 지난 임정로드 특집 때 안중근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다루지 못한 거다. 하얼빈 촬영을 준비 중이라 일부러 아껴뒀는데 너무 아쉽다.”

- 역사 지식을 나누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된 정보가 전달될 때 위험도 크다. 설민석이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시기의 역사를 깊이 있게 다루는 만큼 혼자 감당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팩트체크나 자료조사 등 제작진이 추가적으로 노력하는 부분이 있을까.

“설민석 선생님이 워낙 철저하게 준비해 오시기는 하지만, 신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말이 잘못 나오기도 하잖나. 그런 부분을 바로잡는 게 편집이다. 자막, 수치, 자료 등 교수님들께 감수를 받는다. 감수는 대본 단계부터 가편, 최종본이 나올 때까지 단계적으로 받는다.

특히 촬영 전에 사전 답사를 진행하는데, 이때 해당 분야 교수님들과 함께 간다. 그럼 교수님들이 아이디어를 주시기도 하고, 우리가 자료조사해간 부분에 대해 최근 업데이트된 정보를 주시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 매회 준비할 때마다 작가님들이 거의 역사학과 대학원생들처럼 공부하고 있다.“

- 후반 작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보통 촬영에서 방송까지 한 달 정도 소요되는 것 같다. 예능에서는 꽤 긴 편에 속한다. <선녀들>이 기본적으로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준비 과정은 절대 쉽지 않다. 제작진 모두 잘못된 역사 정보를 드리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어 팩트체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역사를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들은 다른 시대를 다룰 때보다 조선시대를 다룰 때 시청률이 더 잘 나오고, 근현대사를 다루면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고, 이런 시대별 편차가 있다고 들었다. <선녀들>은 어떤지 궁금하다.

“조선시대를 다루면 확실히 전체 가구 시청률이 잘 나오고, 5060 시청률이 잘 나온다. 근현대사를 다루면 2049 시청률이 잘 나오는데, 젊은 세대들이 현대사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게 아닌가 싶다.”

- 시대별로 구성이나 편집에 신경 쓰는 부분도 달라지나.

“아무래도 근현대사를 다룰 때는 조심스럽다. 역사적 평가가 다 끝나지 않은 문제도 있고, 당사자나 후손이 생존해 계신 경우도 있으니까. 또, 우리 근현대사에 아픈 역사가 많았기 때문에 자칫 너무 무겁고 심각하게 이야기가 진행되면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어려워하실까 싶어 같은 시대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를 자료화면으로 많이 사용한다. MBC에는 사극, 시대극, <서프라이즈>까지 다양한 영상들이 많아서 다채로운 편집이 가능하다. (웃음)” 

- <선녀들>은 설민석의 개인기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출연자로서의 설민석을 평가해본다면.

“어떤 재료를 드려도 맛깔나게 요리해내는 굉장히 유능한 스토리 요리사다. 단지 역사적 지식을 전달해주시는 게 아니라, 그 배경과 의미를 스토리화해 이야기해주시는데, 연기력도 좋으셔서 한 편의 재미있는 연극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역사적 지식을 가장 쉽고 편안하게 떠먹여주는 능력이 탁월하신 것 같다.”

- <선녀들>은 출연자들이 단지 설민석의 강연을 듣는 것이 아니라, 각자 파트를 나눠 준비해온 역사 지식을 공유하는 형식도 추구하고 있다. 정보 전달 측면에서 보면 강사의 역할은 설민석에게만 맡기는 것이 효율적일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설민석 선생님이 쭉 해주시는 이야기를 다른 출연자들은 그냥 듣는 포맷이라면 출연자들의 집중도가 지금만큼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는 것만큼 보이지 않나. 각자 공부해온 부분이 있으니 강연 내용에 대한 흡수도도 높고, 이해도도 높아 반응도 좋다. 다양한 관점과 톤으로 역사 정보를 배울 수 있어 내용이 더 풍부해지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단점은, 멤버들이 공부하기 힘들어한다는 거? 공부한 만큼 잘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할 때도 많은데, 그건 또 그거대로 재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역사를 주제로 한 여러 프로그램들이 있다. <선녀들>만의 특장점은 뭐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현장성과 스토리가 있는 역사 예능. 그게 <선을 넘는 녀석들>인 것 같다. 역사의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함과 감동이 있다. 역사를 모르면 박물관에 있는 보물들도 그냥 오래된 물건처럼 느껴지지만 배우고 나면 다른 것처럼, 늘 지나다니던 익숙한 장소도, 그 장소에 얽힌 역사를 배우고 나면 더 특별하게 느껴지더라. 현장성이 가진 힘. 그게 <선녀들>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 광복절 특집으로 3·1 운동을 다룰 예정이다. 여러 프로그램에서 다뤘고, 3·1 운동에 대한 시청자들의 정보 수준도 높은 편인데 어떻게 <선녀들>만의 방식으로 다룰지 궁금하다.

“광복절 특집은 ‘영웅과 역적’이라는 주제로 준비했다. 일제강점기라는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누군가는 영웅이 됐고, 누군가는 역적이 됐다. 무엇이 그들의 운명을 나누었는지, 그들의 선택을 짚어보고 싶었다. 2부작으로 준비했는데, 1편에서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하늘 위의 영웅들과 경기도 화성에서 활동했던 평범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두 번째는 친일파들의 행적에 대해 다룬다.”

- 시즌3가 방송된 지도 1년이 됐다. 20부작, 6부작으로 방송됐던 이전 시즌에 비해 길게 방송되고 있는데, 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나.

“코로나19 종식 여부에 달린 부분도 있다. 해외에 나갈 수 있게 된다면 세계사로 이야기를 확장하고 싶다. 시즌1에서 세계사를 다뤘지만, 우리가 배운 한국사 지식을 기반으로 세계사와 연계된 우리 역사를 다루면 새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또,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의 기백과 기상이 넘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는 어렵지 싶다. 고구려를 다루려면 북한은 못 가도 중국은 가야 하는데... 만약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역사와 문화, 역사와 음악 등 다양한 장르와의 콜라보를 통해 역사의 다양한 측면을 다루고 싶다. 역사를 주제로한 퀴즈쇼 등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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