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여성 예능, 스피커 역할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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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여성 예능, 스피커 역할 톡톡 
E채널 ‘노는 언니’ ‘환불 원정대’ 등 여성 중심 예능 인기 
편견 깨는 주체적 모습에 시청자 호응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0.08.26 11: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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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방송되는 E채널 '노는 언니'
매주 화요일 방송되는 E채널 '노는 언니'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여성 중심 예능 프로그램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동안 <언니들의 슬램덩크>,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 등이 붐을 지폈다가 주춤해진 여성 중심 예능이 다시금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여성 예능 프로그램 속 여성 출연자들은 고정관념이나 관습을 깨거나 주체적인 모습으로 대중의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 방송사들이 여성 출연자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을 ‘모험’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여성 출연자들이 기꺼이 망가지고, 그간 조명하지 않았던 지점까지 과감하게 드러내면서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성 스포츠스타가 전면에 나선 E채널 <노는 언니>가 대표적이다. 골프 선수 박세리를 비롯해 남현희(펜싱), 곽민정(피겨스케이팅), 정유인(수영) 등 새로운 얼굴이 대거 등장했다. ‘스포테이너’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스포츠스타의 방송계 진출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여성 스포츠스타로만 출연자를 꾸린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방송 내내 예상을 뒤엎는 행동으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박세리는 “아침에는 고기가 필수”라고 일갈하고, 정유인와 남현희는 오락실의 펀치머신을 부술 듯 넘치는 힘을 발산한다. 처음 만나서 떠난 엠티나 스포츠 룰을 변형한 ‘언림픽’(언니들의 올림픽)에서 이들은 어색함을 느끼기보다 제대로 ‘노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색다른 웃음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KBS 2TV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서는 평균연령이 66세인 노년 여성들의 인생 후반전을 다루고 있다. 배우 박원숙, 김영란, 문숙, 가수 혜은이는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서로의 상처와 고민을 나누면서도 좌충우돌하는 모습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붙잡는다. 이들은 각자 연륜을 미뤄보아 ‘살림 베테랑’일 거라는 편견을 가볍게 날려버린다.

그 이면에는 직업 연예인으로서 아등바등하며 삶을 꾸리느라, 남편의 채무를 갚느라 살림과 요리를 감당할 수 없었다는 속사정이 있었지만, 이들은 자책과 연민에 빠지기보다 서로의 부족함을 티격태격하며 채워주는 방식을 택한다. 느슨한 연결을 통해 쏟아내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은 실제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가운데 노년 여성에게 주어진 역할과 위치를 돌아보고, 주변인과 삶을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늠자가 된다. 

오는 29일 방송 예정인 MBC '놀면 뭐하니' 예고 화면 갈무리.
오는 29일 방송 예정인 MBC '놀면 뭐하니' 예고 화면 갈무리.

그야말로 팬의 호응에 힘입어 여성 출연자가 뭉친 경우도 있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 이효리가 무심코 던진 말이 씨가 되어 ‘환불원정대’를 탄생시킨 것이다. ‘환불원정대’가 회자됐을 당시부터 ‘그룹 결성’을 지지하는 시청자와 팬들이 적지 않았고, 실제 첫 회동 현장을 내보낸 지난 22일 방송분은 <놀면 뭐하니?>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다. 특히 채널 경쟁력을 가늠하는 2049 시청률에서도 9.1%(수도권 기준)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토요일 예능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 등이 뭉친 데 이어 유재석이 제작자 ‘지미유’라는 ‘부캐’로 나서면서 향후 ‘환불원정대’ 활동에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밖에 플랫폼 다양화에 따른 여성 중심 예능 스핀오프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MBC <나 혼자 산다>에서는 박나래, 한혜진, 화사 등 여성 출연자만 모인 <여은파>(여자들의 은밀한 파티)라는 웹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차마 다하지 못했던 솔직하고 토크를 나누는 ‘매운맛’ 예능이다. 최근 박나래는 형광색 호피 쫄쫄이를 입고, 파격적인 메이크업으로 부엌에서 요염한 자태를 뽐내면서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여은파>는 <나 혼자 산다> 본방송 직후 심야 시간대에 방영됨에도 7주간 동시간대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동시에 유투브 누적 조회수도 1,000만뷰를 돌파할 정도로 화제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처럼 중년배우, 코미디언, 스포츠스타까지 다양한 분야의 여성 출연자가 이끄는 예능은 단순히 ‘여성 버라이어티’로만 그치지 않고 있다. 이른바 ‘스피커’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예컨대 ‘환불원정대’에 합류한 엄정화는 “과거에 30대 솔로 여가수로서 활동하기 어려웠다”라고 증언하고, <노는 언니>의 정유인은 여자 수영선수 중에 결혼한 사람이 거의 없고, 결혼한 것만으로도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는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놀면 뭐하니?>에서 ‘린다G’에 이어 새로운 부캐릭터를 생성 중인 이효리가 “현재 남자친구와 동거 중”이라거나 활동할 땐 “산부인과 검진 일정을 빼줘야 한다”라고 내뱉은 말들은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여성 출연자들이 흔쾌히 말하기 어려웠던 낯선 영역이다. 이처럼 시대적 흐름에 따라 여성 중심 예능이 초석을 다지고 있는 만큼 기존 흥행 요소를 재탕하기보다 출연자들이 만들어내는 정서적 연대감을 꾸준히 활용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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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미 2020-08-26 12:58:46
뻔한 남성들의 예능말고 앞으로 더 다양한 여성 예능이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보는내내 즐겁고 불편함도 없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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