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집' 아닌 머무는 공간...'집방' 예능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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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집' 아닌 머무는 공간...'집방' 예능 인기
재태크 수단 벗어나 거주 공간에 주목한 예능 활기
"미디어가 보여주는 다양한 집의 형태, 집에 대한 상상력 키워"
  • 김윤정 기자
  • 승인 2020.09.03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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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판타집'의 한 장면. ⓒSBS
'나의 판타집'의 한 장면. ⓒSBS

[PD저널=김윤정 기자] 한국 사회에서 집은 주거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가장 안정적인 재테크 수단으로서 존재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집’에 대한 로망은 ‘살기 좋은 곳’이 아닌, ‘사고팔기 좋은 곳’으로 제한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사는 공간으로서의 집’에 주목한 TV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MBC <구해줘 홈즈>는 연예인이 발품을 팔아 의뢰인의 집을 찾고, EBS <건축 탐구 집>은 집과 사람, 공간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최근 2부작 파일럿으로 선보인 SBS <나의 판티집>는 제목 그대로 꿈속의 집을 구현했고, tvN <신박한 집>은 '집콕 생활'에 유용한 정리 노하우를 전달한다.      

<나의 판타집> 속 출연자들이 집에 대해 터놓은 판타자는 제각각이었다. 190평 규모에 수영장까지 갖춘 초대형 럭셔리 하우스(코미디언 이승윤 가족),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마당과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요리할 수 있는 부엌을 갖춘 집(배우 양동근 가족), 그리고 사방이 초록으로 둘러싸인 유리온실 집(가수 허영지) 등으로 다양했다. 

<구해줘 홈즈>에서도 아파트뿐만 아니라 빌라, 타운하우스, 단독주택 등 다양한 주거 형태가 등장한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의뢰인의 요구와 시청자의 볼거리를 모두 충족시키려면, 획일화된 구조에 비싼 아파트는 적절한 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매는 무조건 아파트’를 외치는 현실에서 <구해줘 홈즈>는 방송 초반 ‘현실성 없다’, ‘홍보 아니냐’는 비판을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집을 택할 때 ‘투자 가치’를 고려하지 않으면 얼마나 선택지가 다양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했다. 

'구해줘 홈즈'의 한 장면 ⓒMBC 

'집방'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구해줘 홈즈>는 메인 타깃인 2049 시청률에서 31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기록 중이고, 2부작 파일럿으로 제작된 <나의 판타집>은 4%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즌제 정규 편성이 논의 중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했고, 거주 공간에 대한 다양한 요구도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나의 판타집>에서 출연자들이 상상으로 그리던 집과 처음 만난 순간을 본 패널들은 입을 모아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내 판타집도 아닌데 왜 같이 소름이 돋는지 모르겠다”는 출연자들에게, 건축가인 유현준 교수는 “표준화되고 대량화된 공간에 우리를 끼워 맞추는 게 아닌, 건축 공간과 사람이 교감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공간을 낭비할 때 창의력이 생긴다”, “공간을 구성할 때 시선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중요하다”, “시선이 모이면 권력도 모인다” 등의 설명으로 획일화되지 않은 집의 형태가 거주인의 정서에도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했다.  

'나의 판타집'에서 공간 배치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유현준 교수. ⓒSBS
'나의 판타집'에서 공간 배치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유현준 교수. ⓒSBS

<나의 판타집>을 연출한 이큰별 PD는 “건축물은 ‘작품’이라고도 표현될 만큼 건축주와 건축가의 철학이 담겨있다. 그런 공간에서 실제 가족이 생활하면 공간과 사람이 어떻게 유대하고 연결되는지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방송을 만들면서 단순하게 획일화된 집이 아닌, 다양하고 재미있는 집의 매력에 대해 알게 됐다. (정규 편성되면) 더 많은 집을 소개시켜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로망과 현실 사이에는 분명 간극이 있다. <나의 판타집>에서 거대한 집에 사는 판타지를 실현한 이승윤은 어마어마한 관리비와 넓은 공간을 이동하느라 힘들어하고, 허영지의 숲속 유리온실 집은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그저 판타지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디어가 다양한 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재테크 수단이 아닌 집의 기능을 부각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건축 잡지 월간 <SPACE> 이성제 기자는 “다양한 주거 형태에 대한 욕구는 있지만,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아파트의 존재감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쉽게 주거 문화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미디어가 여러 형태의 집을 보여줌으로써 집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상상력이 다양해지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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