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집콕 생활’...여행이 고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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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집콕 생활’...여행이 고프다면 
여행 마니아 자처했지만, 코로나19로 '집콕 휴가'
'미술 인문학' 책에 빠지다보니 저절로 예행 계획 세워져
  • 허항 MBC PD
  • 승인 2020.09.0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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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올해 2분기 국제선 여객 수가 1년 전보다 97.8% 급감한 가운데 지난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2분기 국제선 여객 수가 1년 전보다 97.8% 급감한 가운데 지난 7월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PD저널=허항 MBC PD] 생애 통틀어 가장 조용한 늦여름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맘때쯤엔 인천공항 이용자 수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고, 지인들의 SNS는 휴가지에서 찍은 사진으로 도배가 됐다. 여행을 가장 많이 가는 시기에 코로나19 피해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는 것이 참 얄궂다.

모두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올 여름에는 아무 곳에도 가지 못했다. 맡고 있던 프로그램이 6월 말에 끝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긴 휴가를 얻었던 차였다. 그 휴가를 모두 ‘집콕’으로 소진하는 마음은 아쉬움 그 이상이다. 

확진자가 증가하고, 의료계도 상황도 심각한 와중에 휴가와 여행을 운운하는 것이 다소 철없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장을 조금 보태 여행이 삶의 낙이었던 사람 중 하나로서, 마음에도 두꺼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듯한 답답함은 숨길 수 없다. 

이런 상황에 한 줄기 맑은 호흡을 선물해 준 책이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양정무 교수의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이하 <난처한 미술이야기>) 시리즈다. 2016년 1권 ‘원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미술’을 시작으로, 올해 초 출간된 6권 ‘초기 자본주의와 르네상스의 확산’까지 시대별로 계속 출간되고 있는 미술사 입문서다. 

우연히 1권을 읽고 홀딱 반해 6권까지 모두 구입해 읽었다. 그리고 최근 휴가 아닌 휴가기간 동안, 외국 미술관과 박물관을 여행하는 기분이라도 느껴보려고 한 번씩 더 완독했다. 

양정무 교수가 쓴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양정무 교수가 쓴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난처한 미술이야기> 시리즈는, 가상의 제자인 ‘난처하 군’과 미술사 교수인 저자의 질의응답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쉽고 친근한 문체와, 충실한 사진자료들이 어우러져 마치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빠져들게 한다. 하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세계사와 미술사가 씨실과 날실처럼 밀도 있게 얽혀 그 내용이 묵직하다. 양정무 교수님을 직접 알지는 못하나, 그 분이 미술을 잘 아는 사람을 넘어, 미술을 너무나 사랑하는 ‘덕후’임이 오롯이 짐작된다.  

역사 유적이나 미술품에 대해 ‘덕후’가 풀어주는 생생한 이야기들은, 독자로 하여금 잠시 시공간을 넘나들게 한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에 있다가, 로마의 콜로세움에 있다가, 이집트의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든다. 지오토와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천재들을 만나는 기쁨도 경험한다. 쏙쏙 들어오는 역사적 배경 설명에 왠지 유식해지는 듯한 기분은 덤이다.  

그리고 이제껏 여행마니아임을 자부하며 돈 버는 족족 비행기표를 끊어 이 나라 저 나라 다녔던 나의 여행 역사를 돌아보게 된다. (비록 훔쳐온 것들이지만) 루브르 박물관에는 모나리자 말고도 봐야할 미술품들이 너무나 많았다. 출장차 머물렀던 피렌체에서는 좀 더 발품을 팔아 역사적인 그림들을 봤어야 했다. 로마의 역사에 대해 좀 더 많은 공부를 하고 갔다면, 로마 거리를 다니는 기분이 훨씬 경이로웠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들도 늘었다. 원시 동굴벽화를 보러 라스코에 가고 싶고, ‘정복왕’ 윌리엄의 태피스트리를 보러 바이외에도 가고 싶다. 그 전에 제일 먼저 하기야 소피야 대성당을 보러 이스탄불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상상만으로도 잠시 마음이 두근거린다. 

나보다 더 한 역마살을 달래며 이 지친 여름을 보내고 있을 지인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실제로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생생한 글 자체도 좋지만, 책을 덮고 난 후 세우게 되는 미래의 여행계획이 생각보다 큰 설렘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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