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예능, 트로트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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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29% 기록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화제
'먹방' '쿡방' 변주한 특집 프로그램 익숙하지만, 식상

이번 추석 연휴에 방송된 특집 프로그램 중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KBS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화면 갈무리.
이번 추석 연휴에 방송된 특집 프로그램 중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KBS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화면 갈무리.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방송사들이 추석 연휴를 맞아 다양한 특집 예능을 내놨지만, 가장 주목받는 아이템인 ‘트로트’와 ‘먹방’ 등 익숙한 포맷을 약간 변주하는 데 그쳤다. 시청률이나 화제성 측면을 봐도 ‘트로트’를 제외하고선 크게 호응을 얻지 못했다.

추석 파일럿도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귀향길을 자제하거나 가급적이면 사람과 접촉하지 않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비대면’ 요소를 프로그램에 녹여냈으나, 연결과 공유를 확산하는 ‘온택트’를 프로그램에 어떻게 적극적으로 반영할지 과제로 남겼다. 

추석 연휴에 방영된 프로그램 가운데 ‘핫한’ 키워드는 ‘트로트’였다. 파일럿 예능은 아니지만, 지난달 30일 방영된 KBS<2020 한가위 대기획-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15년 만에 방송에 출연한 나훈아의 변함없는 가창력에 시청자들은 환호했고, 시청률 29%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미공개 영상을 추가한 재방송 시청률도 18.7%에 달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객석 대신 온라인 관객 천 명의 응원 화면으로 다채롭게 구성됐다. 공연 도중 나훈아의 “역사책에서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라는 발언이 여야 정치권을 달궜고, 신곡 <테스형>은 젊은층 사이에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트로트 열풍’을 일군 TV조선은 <트롯 어워즈>을 선보였고, 정규 편성에 앞서 추석특별판으로 내놓은 MBC<트로트의 민족>는 시청률 10.7%를 기록하며 발판을 다졌다. 

지난 9월 27일과 10월 4일에 방송된 tvN '올인'
지난 9월 27일과 10월 4일에 방송된 tvN '올인'

‘트로트’를 제외하고 방송사들이 내놓은 파일럿 중 ‘대어’는 없었다. 코로나19라는 제약 조건을 감안해도 신선한 포맷보다 안정성을 담보한 예능 일변도였다. ‘음방’, ‘먹방’, ‘집방’ 등 그나마 시청자의 인기를 얻었거나 검증된 예능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방구석에서 정체를 숨긴 채 떼창하는 ‘방콕떼창단’과 이들의 정체를 맞추기 위해 분투하는 스튜디오 추리단의 비대면 음악 추리 예능 SBS<방콕떼창단>.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두뇌 게임 음악쇼를 표방한 tvN <올인> 역시 표면적으로 ‘비대면 추리’ ‘게임’ 등의 요소를 차별화로 내세웠지만, 기존에 봤던 음악 예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쿡방’ 홍수 속 다시금 ‘대중성’을 앞세운 파일럿 ‘쿡방’도 방영됐다. 그동안 셰프들이 나와 정보성 위주로 다양한 레시피를 제공하는 ‘쿡방’이 트렌드를 주도했다면, 이번 파일럿에서는 누구나 쉽게 먹는 ‘라면’에 집중했다. SBS는 일반인에게 다양한 라면 레시피를 공모해 꿀팁을 전달하는 <대국민 공유 레시피, 라면 당기는 시간>을, MBC는 기발한 라면 레시피를 소개하는 <볼빨간 라면 연구소>를 선보였지만 모두 시청률 3%대에 그쳤다. 이밖에도 8090 개그 전설을 소환한 JTBC <리스타트업, 살아있네>, 故 신해철, 박세리 등 유명인의 과거를 돌아본 SBS<선미네 비디오 가게>도 기대만큼 호응을 얻지 못했다. 

지난 2010년 파일럿으로 방영돼 명절 때마다 정규 편성되는 예능도 힘쓰지 못했다. MBC<아이돌 육상 대회>는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실내경기 종목을 전면 취소하는 대신 온라인 게임을 앞세운 <아이돌 e스포츠 선수권대회>, 아이돌과 반려견이 함께 출연하는 <아이돌 멍멍 선수권대회>로 방향을 틀었으나, 시청률 2~3%대에 머물렀다.

이밖에 ‘집방’ 예능 유행 속 ‘리모델링’을 앞세운 SBS<랜선 집들이 전쟁-홈스타워즈>도 시청률 1.5%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KBS는 <옛날티비-그땐 그랬지>, <TV 라떼는>, <드라맛집 오마주> 등 방대한 아카이브를 활용해 콘텐츠를 재해석하는 시도를 했지만, 추억을 소환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추석 파일럿에서는 너도나도 뛰어드는 ‘트로트 열풍’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을 뿐 미디어의 급변한 환경에 맞춘 새로운 기획, 구성, 포맷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날이 갈수록 ‘어느 방송사’의 콘텐츠인지보다 ‘어떤 콘텐츠’이냐가 중요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방송사들은 실험성과 확장성을 우선순위를 두고 고려하기보다 안전한 선택으로 시청자의 입맛을 가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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