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정파성 논란 못 피해...선정적 정파성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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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정파성 논란 못 피해...선정적 정파성이 문제”
8일 한겨레미디어와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토론회
남재일 교수 “시민, 정확한 정보 아닌 정파적인 의견 전달자에 열광”
  • 김윤정 기자
  • 승인 2020.10.08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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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윤정 기자] 언론이 ‘객관성’, ‘중립성 유지’ 등의 불가능한 원칙에서 벗어나 언론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겨레미디어와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뢰받는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 주제 토론회에서 언론인들과 언론학자들은 한국 언론이 직면한 신뢰 위기에 대한 문제 인식을 공유했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남재일 경북대 교수는 최근 <시사저널>에서 진행한 ‘영향력 있는 언론인’ 순위 상위권에 현직 기자가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시민들이 정확한 정보 전달이 아닌 정파적인 의견 전달자에 열광하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남재일 교수는 이미 시민들은 언론 뉴스에 권위를 부여하지 않고, 김어준이나 유시민 이사장의 뉴스 해설을 전통 매체의 뉴스보다 신뢰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이를 “새로운 저널리즘에 대한 시민 요구의 징후”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남 교수는 "언론이 애초에 불가능한 ‘객관주의’, ‘중립성 원칙’ 등에 매몰돼 “기자가 사회 현실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을 외면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기자들은 편안한 구경꾼의 자리에서 사회를 바라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언론이 다뤄야 하는 것이 사회 현실이고, 언론이 구축해야 하는 것이 사회 정의의 기준이라면 ‘정의’는 기본적으로 정치를 윤리적으로 재단하는 과정”이라면서 “정파성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잘못된 것은 정파성 자체가 아니라 ‘정파성의 상업화 과정’”이라는 주장이다. 저널리즘이 상업주의를 추구하며 ‘선정적 정파성’을 띄게 됐고, 이는 언론사가 신뢰 자산을 헐값에 매각한 것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참여한 권태호 <한겨레> 기획부국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어느 정도의 정파 보도는 불가피하다”며 남 교수의 발제에 동의했다. 특히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보도하는 공중파 방송과 달리, 독자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신문사의 경우 독자들의 이해관계와 관심에 대해 어느 정도 복무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권 부국장은 “한겨레에서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을 비판하는 기사를 쓸 때, 한겨레 독자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럼 다른 기사보다 더 논리적 흠결이 없는지, 사실관계가 잘못된 건 없는지, 더 엄정하고 엄밀하게 취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 이런 기자들의 자기검열, 사전검열을 지적하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그렇게 했나?’라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과거의 보도가 잘못된 것이지, 지금의 보도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면서 “자기검열이 검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역검열’ 사례도 있다. 권태호 부국장은 최근 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의 입국 사실 보도를 예로 들었다. 보도  취재기자는 ‘남북 관계 파장 크지 않을 거다’, ‘조성길은 최고위급이 아니다’고 보고했지만, 이런 내용을 보도할 경우 ‘현 정부의 난처한 상황을 <한겨레>가 방어한다’고 보일까 우려했다는 것이다.

또,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보도에서 팩트와 사실관계를 우선해 보도할 경우 현 시스템에서 강자에게 결과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면서 “사실관계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 공감이 부딪칠 때 어떻게 보도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을 언론 신뢰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순 KBS <저널리즘 토크쇼J> 팀장은 ‘선정적 정파주의’는 결국 ‘수익구조의 문제’라고 짚었다. ‘선정적 정파주의’를 위해 더 자극적으로 편을 가르고 반목하는 상황을 언론이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요원 직접 고용 문제로 ‘2030’ 청년들의 분노 정서가 조회수로 연결된다는 것을 확인한 여러 언론이 모든 사안을 ‘2030이 분노했다’는 키워드로 기사를 작성하고, ‘단독’ 기사를 남발한 게 대표적이다.

김양순 팀장은 “문제는 정파성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고 했다. 김양순 팀장은 “언론이 사실을 보도하고 있음에도 사실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사실을 뒷받침할 근거가 아닌 ‘말’만 보도하기 때문”이라면서 “‘누가 이렇게 말했다’는 건 사실이지만, 그 말을 뒷받침할 근거와 증거가 없다면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파성을 인정하되, 정파성을 증명하기 위한 사실을 단단히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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