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시간여행 끝에 남는 건 현재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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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시간여행 끝에 남는 건 현재의 소중함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 복잡한 평행세계 익숙한 감정적 코드로 몰입도 높여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0.10.13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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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드라마 ‘앨리스’ ⓒSBS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 ⓒSBS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SBS <앨리스>는 앨리스라는 시스템을 개발해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2050년의 미래인들이 과거로 돌아가 벌어지는  혼돈상황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는 시간여행을 통해 같은 얼굴을 가진 인물이 마주하게 되는 상황을 통해, 미래인과 과거인이 같은 인물이 아닌 평행세계의 다른 인물이라는 걸 보여준다. 즉 2050년에서 ‘종말 예언서’를 찾기 위해 1992년으로 간 윤태이(김희선)는 그 곳에서 한 아이를 구하게 되는데, 그 아이는 다름 아닌 어린 윤태이다.

사실 시간여행 장르로 보면 이렇게 자신이 자신을 구하는 설정은 일종의 ‘타임 패러독스’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두 명의 윤태이를 각각의 평행세계에서 온 다른 인물로 본다. 즉 이 상황은 미래인 윤태이가 과거인 윤태이를 살려낸 것이 된다. 

훗날 박선영이라는 이름으로 1992년에서 살게 된 미래인 윤태이가 낳은 아들 박진겸(주원)은 그래서 당시 어린 아이였던 과거인 윤태이가 성장해 30대 괴짜교수가 된 모습을 보고는 혼돈에 빠진다. 그가 죽은 엄마라고 착각하지만 그건 미래인 윤태이를 과거인 윤태이로 오인한 것이다.

박진겸과 과거인 윤태이는 이 앨리스라는 시간여행 시스템 때문에 생겨나는 사건들을 함께 조사하면서 가까워진다. 그러면서 박진겸은 점점 이 과거인 윤태이가 엄마 박선영과는 다른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되고, 연인 같은 감정에도 빠져든다. 

같은 얼굴을 가진 미래인과 과거인이 한 공간에 존재하는 이 상황은 복잡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박진겸이 미래인 윤태이와 모자 관계의 절절한 사별을 보여주다가, 과거인 윤태이를 만나 유사 연인관계 같은 감정을 드러내는 식이다. 박진겸과 윤태이는 자신을 도왔던 인물들이 어느 날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순간을 맞이한다. 미래인이 과거인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생겨난 일들이다.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 ⓒSBS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 ⓒSBS

사실 ‘시간여행’ 드라마는 최근 드라마에서 자주 접하는 장르다. KBS <고백부부>나 tvN <아는 와이프> 같은 드라마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들은 시간여행이라는 장르적 장치에 천착하기보다는 그런 설정을 가져와 부부관계나 가족관계를 되돌아보는 멜로드라마나 가족드라마의 성격이 더 짙었다.

올 상반기에 방송된 김은숙 작가의 <더 킹 : 영원의 군주>가 ‘평행세계’ 소재를 전면에 내건 시도를 했지만, 생각만큼 좋은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다소 복잡한 세계를 효과적으로 설명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간의 시도들을 염두에 두고 보면 시간여행에 평행세계라는 장르적 장치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앨리스>는 그래도 괜찮은 성적과 반응을 얻고 있다. 미래인과 과거인이 겹쳐지는 복잡하고 낯선 세계관을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드라마나 멜로드라마의 익숙한 감정적 코드들에 집중하는 방식을 효과적으로 쓰고 있어서다. <앨리스>에서 시간여행은 오히려 인물들의 만남과 이별이라는 전통적인 드라마 공식을 극대화하는 장치로서 활용된다. 

중요한 건 이 복잡한 세계관의 드라마가 과연 그저 시청자들을 혼돈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라 온당한 메시지를 갖고 있느냐다. 그런 점에서 보면 ‘현재의 소중함’이라는 메시지는 평이해 보이지만 <앨리스>가 그리는 시간에 대한 생각을 잘 담아낸 것으로 보인다. 미래인과 과거인의 대결구도 속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라는 메시지가 점점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이 메시지는 막연한 꿈이나 다분히 도피적인 과거에 대한 향수가 점점 대중문화의 중요한 소재나 코드로 등장하는 시대에 더욱 특별하고 소중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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