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폭로전 중계하는 언론, ‘클릭 장사’ 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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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폭로전 중계하는 언론, ‘클릭 장사’ 혈안  
유튜버 '사생활 폭로' 퍼나르는 보도, '생활문화 섹션' 뉴스 상위 차지
'악성 댓글' 먹잇감된 유튜버들...댓글엔 "관심 없는 기사 왜 봐야하나"
“유튜버·언론사 조회수로 수익 연결되는 구조 같아...폭로 저널리즘 행태"
  • 이준엽 기자
  • 승인 2020.10.21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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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사나이' 출연으로 인기를 얻은 이근 대위를 상대로 한 의혹 제기로 시작된 폭로전에 가담한 유튜버들과 해명 영상을 올린 이근 대위.
'가짜사나이' 출연으로 인기를 얻은 이근 대위를 상대로 한 의혹 제기로 시작된 폭로전에 가담한 유튜버들과 해명 영상을 올린 이근 대위.

[PD저널=이준엽 기자] 유튜버 예능 <가짜사나이> 출연진에 대한 의혹 제기로 시작된 유튜버들 간의 폭로전이 점입가경이다. <가짜사나이>로 유명세를 얻은 이근 대위의 성추행 의혹·‘사망 사건 연루설’을 제기한 김용호 전직 기자에 대한 성추행 의혹이 다른 보수 유튜버를 통해 나오는 등 물고 물리는 진흙탕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인터넷 언론도 무차별 폭로전을 중계하면서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키워드를 단 기사로 유튜버 사생활 의혹을 확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튜브 채널 '연예부장 김용호'에서 이근 대위가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지난 11일부터 21일(오후 5시 20분 기준)까지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이근 대위 폭로’ 키워드로 검색되는 기사 건수가 총 763건이다. 

연예매체뿐만 아니라 종합일간지‧경제지도 온라인판 기사를 통해 조회 수 장사에 뛰어들었다. 지난 20일 네이버의 생활문화 섹션 '많이 읽은 뉴스'는 최근 유튜버들의 사생활 논란과 행보를 다룬 기사가 상위에 올랐다.

이근 대위의 활동 재개 소식을 전한 보도와 <로건 와이프, 악플 고통 호소 -> 유산...“원인 제공자 엄중 처벌”>(한국경제), <스카이다이빙학교장 “이근, 故정인아 사망사고와 관련 없다”>(이데일리) 등 폭로 내용과 유튜버들의 대응을 전한 기사가 1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10위권에 들었다. 

지난 20일 네이버 생활문화 섹션 많이 읽은 뉴스 7~10위에 오른 유튜버 논란 기사.
지난 20일 네이버 생활문화 섹션 많이 읽은 뉴스 7~10위에 오른 유튜버 논란 기사.

기사에 달린 수천개의 댓글 중에는 의혹을 받는 유튜버를 비방하거나 인신공격하는 글도 여럿이다. 연예인을 상대로 한 악성 댓글로 연예뉴스 댓글창이 폐지됐지만, 유튜버들은 온라인에서 ‘악플’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유튜버는 연예인과 달리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 등으로 불린다는 점을 '생활문화' 섹션 기사 송고의 명분으로 내세울 수는 있다. 하지만 언론이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대중에 신상이 노출된 유튜버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실제 기사 댓글 창에는 사실관계 확인 없이 사생활 폭로를 일방적으로 전하는 보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유튜버 기사 좀 생활/사회 섹션에 올리지 말아 달라. 댓글금지인 연예 섹션으로 보내라." "관심 없다. 보기 싫다” 등 불만을 표출하는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원용진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는 “조회 수 장사는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은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라며 “유튜버들은 수익 때문에 자극적인 내용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인데, 기성언론도 '조회 수'라는 이익이 있기 때문에 중계하듯이 폭로전을 보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언론이 유튜브들 간에 일어난 폭로를 더욱 확산시키는 저널리즘을 구사하고 있다. 언론이 폭로 유튜버를 비판하지만 결국 자신들도 돈벌이에 몰두하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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