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공포' 부채질하는 언론..."사망 통계 보도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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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공포' 부채질하는 언론..."사망 통계 보도 신중해야"
'예방 접종 이력' 사망자 증가 현황 경쟁적으로 보도
'독성 백신인가' 자극적인 제목에 '백신 사망자' 단정적 표현도
  • 이준엽 기자
  • 승인 2020.10.27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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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에서 만 62~69세 사이의 어르신들의 무료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독감백신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에서 만 62~69세 사이의 어르신들의 무료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이준엽 기자] 독감 백신과 접종자 사망 사례 간에 '연관성이 낮다'는 정부 발표에도 '독감 백신 불신'을 키우는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우려되는 가운데 퍼지고 있는 '백신 공포'를 언론이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질병관리청은 한 고등학생이 독감 예방 접종 이틀 뒤 사망한 사례를 계기로 백신 안전성에 의문이 커지자 피해조사반 조사를 거쳐 지난 26일 "신고된 46건 모두 예방 접종과 인과성은 매우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과성은 주로 전신에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아나필락시스 쇼크와  길랭-바레 증후군을 기준으로 따지는데 신고 사망자 중에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질병관리청은 25일까지 사망사례로 신고 된 총 59건 가운데 현재 조사 중인 13건을 포함해 추가로 신고된 사례에 대해서도 피해조사반 회의를 개최해 인과성을 판단할 예정이다. 

'인과성이 낮다'는 보건당국의 발표에도 불안감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목동에 있는 한 내과를 찾은 A씨(69, 남)는 “독감예방접종은 매년 했는데, 올해는 독감 예방 접종을 맞고 60명이나 죽었다는 얘기에 불안해서 맞지 않으려 한다. 주변에서도 독감예방접종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을 맞으러 왔다는 B씨(55, 남)는 “불안하기는 하지만 매년 예방접종을 했기 때문에 왔다"면서 "아들은 회사에서 무료로 접종해준다고 해도 불안해서 주사를 안 맞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27일 방송된 TV조선 '뉴스 퍼레이드' 리포트 화면 갈무리.
27일 방송된 TV조선 '뉴스 퍼레이드' 리포트 화면 갈무리.

독감 백신 불안은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 와중에 백신 상온 노출 사고와 고등학생 사망 사례까지 겹쳐 확산된 측면이 크다. 하지만 과도한 공포심까지 생긴 배경엔 백신 접종과 사망 사례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도한 언론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다. 

고교생 사망 이후에 백신 접종 이후 지역별로 '사망 사례 신고 건수' 증가를 경쟁적으로 보도한 게 대표적이다.   

<조선일보>는 <독감 백신인가 독성 백신인가...오늘만 6명, 모두 9명 사망>(10월21일)에서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예방 접종과 사망 사례를 연결지었다. '독감 백신 사망자' '백신 사망' 등 선후관계를 인과관계로 해석하게 하는 제목도 빈번하게 보인다.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사망자 계속 나오는데 정부 “인과성 낮아, 접종 예정대로>(세계일보, 10월26일), <뭐야, 이거 맞고 잘못될 수 있는가 걱정되는 ‘백신 불신’>(국민일보 10월26일) 등 불안감을 조장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TV조선 아침 뉴스인 <뉴스 퍼레이드>는 27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현황 리포트에서 관련이 없는 '독감 백신 이후 사망 신고 사례 건수'를 덧붙이기도 했다.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다시 세 자릿수로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독감백신을 맞은 뒤 숨진 사례는 59건으로 늘었다"는 앵커 멘트로 시작한 리포트는 "싱가포르는 자국 내 4종류 백신 가운데 국내 접종 후 사망자가 나온 2개 백신제품의 사용중단을 권고했다"는 소식까지 전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2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사망 사례가) 백만 명 중에서 나온 건지, 열 명 중에서 나온 건지를 봐야 하는데 한 명 한 명 카운트해서 경마식 보도를 하고 있다”고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백신 공포'를 조장하는 보도가 이어지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는 27일 각 지본부에 '중계식 보도 지양과 정확한 용어 사용'을 당부하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언론노조의 독감 관련 보도·방송 지침에는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 후 사망신고’ 통계만을 단순 중계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막연한 불안감을 키울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한다", "인플루엔자 관련 보도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만큼 흥미 위주의 보도와 방송을 지양하고, 미확인된 정보나 괴담식 소문을 인용 또는 보도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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