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춤을 향한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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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이고 엄격한 조지아 국립무용단 댄서들의 경쟁과 성장 그려

25일 개봉한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스틸컷.
25일 개봉한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스틸컷.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신지혜의 영화음악> 진행] 아직 앳된 얼굴을 벗지 못한 청년 메라비. 그는 조지아의 전통춤을 추는 댄서다. 어릴 때부터 함께 춤을 춘 절친이자 연인인 메리와 2인무를 춘다. 메라비의 삶은 온통 춤으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시 조지아의 전통춤을 추었던 부모님과 그 자신 그리고 친구들과 선생님은 모두 댄서이니까. 

연습이 끝나고 비밀스럽게 나누는 그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얼굴 이라클리로부터 비롯됐다. ‘누구의 후임이야’ 누군가의 물음에서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는 댄서들의 세계가 보수적이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계에 속해 있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메리바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선생으로부터 늘 지적을 받는다. 조지아의 전통 춤은 ‘남성성’을 강조하는 춤이라고. 다른 남성 댄서들보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춤을 추는 메라비의 춤은 그래서 어딘가 ‘전통’과는 잘 맞지 않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춤을 ‘전통’에서 조금 떼어 놓고 본다면 메라비만의 유언하고 부드러운 몸의 선은 충분히 아름답다.

그에 비해 이라클리는 첫 연습부터 모든 사람의 눈을 잡아끈다. 강하고 힘있는 춤에 선생은 흡족한 표정으로 이라클리가 춤을 잘 춘다고 이야기한다. 아침 일찍 연습실에서 마주친 메라비와 이라클리는 서로의 춤을 지지하며 함께 연습을 하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는 친근함과 따스한 감정이 서서히 자리 잡는다. 

영화는 메라비의 부모의 이야기를 조금 흘려주면서 전통춤을 추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 사람의 삶에 어떻게 깊이 관여하는지 슬쩍 전달해 준다. 그리고 어린 청춘들이 결혼으로 전통을 배반하지 않고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통과 미래 사이에 서 있는 조지아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투영한다.

영화의 마지막은 오디션 장면이다. 발목을 다친 메라비가 오디션장에 나타나 자신만의 춤을 춘다. 조지아의 전통춤은 힘이 있어야 하고 남성성이 강조되는 것이라고 늘 이야기하던 대가들도 메라비의 춤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그의 춤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의 춤이 무엇을 변화시킬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춤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고 그의 춤은 이제 전통의 낡은 관습을 벗어던지고 전통의 현재화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마지막 오디션 장면은 그래서 너무나 뭉클하다. 한 사람의 몸짓이 얼마나 강할 수 있는가. 한 사람의 몸짓이 얼마나 많은 말을 할 수 있는가. 메라비의 춤은 바로 그 것을 관객들에게 강렬하게 전한다. 

영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는 조지아의 전통춤을 추는 메라비를 중심으로 기본적인 관계들을 설정해 놓고 있다. 할머니, 어머니 따로 사는 아버지 (부모는 춤과 사랑으로 연결된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청춘은 춤과 함께 가버리고 그 잔해를 움켜쥐고 혹은 외면한 채 살아가고 있다) 역시 전통춤을 추지만 춤이 그에겐 그다지 소중하지 않은 형 (메라비의 형은 ‘전통’적인 춤을 잘 춘다. 남성적인, 힘이 있는 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전통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리고 파트너이자 친구이자 연인인 메리 그리고 누군가의 후임으로 팀에 합류해 메라비와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는 이라클리.

메라비를 중심으로 한 이들의 관계는 각자 무언가를 관객들에게 이야기해 준다. 단순히 가족 혹은 친구, 연인의 관계인 듯 보이지만 이들 각자는 메라비에게 각자의 영향을 주고 있고 관객들에게 자신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 한다. 그래서 메라비와 주변 사람들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메라비가 속해 있는 전통과 메라비가 나아갈 방향과 성장 혹은 확장이 눈에 들어온다. 크게 화려하거나 거창함이 없는 플롯이지만 단단하고 확실하게 전해져 오는 메시지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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