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확인한 재승인 제도...MBN 회생의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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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확인한 재승인 제도...MBN 회생의 길은
방통위, 방송환경 왜곡한 종편 정책 대안 제시해야
MBN 개혁 '대주주 권한 축소' 만으론 안 돼
  •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 승인 2020.12.02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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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깃발 ⓒPD저널
ⓒPD저널

[PD저널=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지난 11월 27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MBN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했다. MBN은 심사평가 총점이 기준점인 650점에 미달하였으나 방통위는 재승인을 거부하는 대신 17가지 사항을 부가하는 조건으로 ‘3년 재승인’을 결정했다. 앞서 MBN '자본금 불법 충당'에 따른 행정처분에서도 방통위는 법령 기준인 '승인취소'에서 한 단계를 감경해 6개월의 업무정지를 선택했다. 종합해보면 방통위는 MBN에 무거운 징계를 내리되 퇴출하지 않고 회생의 기회를 부여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두 차례 결정이 내려질 때마다 비판이 쏟아졌다. 영업정지 처분에는 ‘솜방망이 처벌’이자 ‘봐주기’라는 평가가 이어졌고, 조건부 재승인에도 “종편 승인을 받으면 어떤 불법을 저질러도, 어떤 결격사유가 있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선례를 남긴 것”(11월 28일자 <경향신문> 사설)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와 반대로 일각에서는 “종편에 대한 권력의 분풀이”(11월 23일자 <조선일보>, 윤석민 칼럼)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TV조선과 채널A에 대한 재승인 심사까지 싸잡아 마치 방통위가 종편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승인 제도를 악용하는 것처럼 공격을 가했다.

방통위의 결정은 승인 취소와 재승인 문제를 분리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MBN의 위법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의 경우 승인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엄중한 사안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승인취소는 방송법 시행령에서 처분의 기준부터 가중·감경사유까지 정하고 있어 법적인 근거도 명확하다. 이에 따른 결정에 언론 통제를 들먹이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

한편 재승인 심사는 방통위에 부여된 재량의 범위가 훨씬 넓다. 가장 논란이 벌어지는 기준 점수에 미달한 경우 별도의 기준 없이 조건부 재승인 또는 재승인 거부 중 하나를 방통위가 선택하도록 재량에 맡기고 있다. 또한 재승인 거부의 절차와 이후 대책에 대한 규정이 불비하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이런 제도상의 한계로 인해 총점 미달 사업자를 조건부 재승인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재승인 거부 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심사가 매우 엄격한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단지 총점에 미달했다는 이유만으로 심사의 부당성을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방통위의 이번 결정은 재승인 제도의 한계와 승인취소의 부작용을 신중히 고려하여 내린 결론인가, 아니면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고, 종편의 반발을 의식한 좌고우면의 결과인가?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판단한다. 단 하나 분명한 점은 방통위의 행보가 6개월 영업정지와 무더기 조건 부가에 그친다면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비판의 대열에 동참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30일 MBN에 대한 행정처분 의결을 앞두고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열린 '승인 취소'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방통의 대오각성'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PD저널
지난 10월 30일 MBN에 대한 행정처분 의결을 앞두고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열린 '승인 취소'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방통의 대오각성'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PD저널

재승인 제도는 분명 종편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이지만 결코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솜방망이 관행은 바꾸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요술방망이가 되는 건 아니다. 재승인 제도를 통해 종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한다. 지금처럼 유례없는 재승인 조건을 계속해서 쌓아올리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방통위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방통위의 선택이 종편 퇴출이 아니라면 대안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 개별 종편사와 재승인 심사를 넘어 지난 10년간 방송환경을 왜곡해온 종편 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脫)종편의 로드맵을 마련하고, 미디어정책을 전환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야 한다. 이번 결정에 대한 최종 평가는 그 성패를 보고 내려도 늦지 않다.

MBN의 회생 여부는 온전히 MBN 구성원들에게 달려 있다. 지난해 10월 자본시장법 위반에 대한 금융당국의 처분이 내려진 후 방통위 처분이 내려지기까지 1년 동안 MBN은 아무런 쇄신도 시도하지 않았다. 놀라웠던 건 승인 취소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노동자들의 무관심과 침묵이었다. 영업정지 처분 직후 “큰 충격을 받았다”는 내부 반응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지금이야 대주주를 향해 “앞으로 발생할 피해를 직원들에게 전가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최후의 순간까지 대주주의 영향력에 기대고 의지한 건 아닌지 냉정히 돌아볼 일이다.  

업무정지 처분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피해에 대해서는 대주주 일가가 책임을 지는 게 옳다. 하지만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던 대주주”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태도는 공감하기 어렵다. “대주주의 권력에 족쇄를 씌우는 일”에 앞서 MBN 구성원들이 마주봐야 할 것은 MBN을 시민 위에 군림하는 언론권력으로 바라보는 시청자의 차가운 시선과 냉정한 평가다. 매경그룹 직원으로서 책임은 면제받아야 하지만 언론인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대주주의 영향력을 줄이는 게 개혁의 전부라 여겨서는 안 된다. 저널리즘을 바로 세워 시민들과 소통하고, 약자와 연대하라. 그게 언론개혁이고, MBN이 기사회생할 수 있는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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