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 방송 '조기 상용화' 밀어붙였던 정부, 결국 정책 대폭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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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지상파 경영 악화에 전국 확대 계획 2년 미뤄...2023년까지 전국망 구축 계획
지상파 직접수신률 2.5% 현실 외면했던 정부, "유료방송 통한 지상파 UHD 방송 시청, 기술지원 할 것"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3일 열린 제55회 방송의 날 축하연에 앞서 지상파 UHD 콘텐츠 시연영상을 관람하며 박정훈 SBS 사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3일 열린 제55회 방송의 날 축하연에 앞서 지상파 UHD 콘텐츠 시연영상을 관람하며 박정훈 SBS 사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 뉴시스

[PD저널=박수선 기자] '세계 최초' 타이틀을 달고 시작한 지상파 UHD 방송 정책이 5년만에 대폭 수정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과기정통부는 9일 ‘지상파 UHD방송 활성화 계획’을 마련하고, 미디어 시장 변화와 방송사 경영 악화 등을 반영해 시‧군 지역 지상파 UHD 방송 도입 일정과 콘텐츠 확대 계획 등을 수정·보완했다고 밝혔다.

지상파 UHD 방송의 시군 지역 도입 계획은 2021년에서 2023년으로 2년가량 미뤄졌고, 방송사의 UHD 콘텐츠 의무 편성 비율도 25%(2023년), 35%(2024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6년까지 50%를 채우는 것으로 조정됐다.

또 지상파를 직접수신하는 가구뿐만 아니라 유료방송을 통해서도 지상파 UHD 방송을 볼 수 있도록 기술개발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대형 다큐멘터리 등 프리미엄 UHD 콘텐츠 제작과 인력 양성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양한열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국내 지상파 방송사는 세계 최초로 지상파 UHD를 도입했으나, 국내외 UHD 산업 활성화의 지연, 투자 여력 약화, 직접 수신 환경 미흡 등으로 UHD TV를 구입한 국민께서 다양한 UHD를 쉽게 시청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며 “달라진 방송환경과 시청자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2015년 지상파 UHD 방송을 도입하면서 내세운 무료 보편 서비스 확대 등의 취지는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도입 일정을 조정하는 계획으로 UHD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은 박근혜 정부 시절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조기 상용화'를 목표로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던 정책이다. 당시 지상파 방송사들도 주파수 700㎒ 대역 할당을 요구하며 호응했지만, 이후 방송 시장이 급변하면서 UHD 방송은 '계륵'이 됐다. 경영 악화로 고사 위기에 몰린 지역지상파 방송사들 사이에선 도입 2년 유예가 '땜질 처방'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지상파 UHD 정책의 궤도 수정은 정책 실패를 인정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직접수신 환경 개선이 없는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이 그동안 꾸준하게 나왔지만, 방통위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2.6%. 유료방송 가입자 중에 지상파방송을 수신하는 가구를 합산해도 지상파 직접수신 가구는 14.8% 수준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지난 10월 열린 KBS 국정감사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사가 이렇게 적자가 나는데 UHD 방송에 투자를 하겠느냐”며 "UHD 전송을 지상파로 하는 정책이 적절하는지 점검하고, 혁신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당시 양승동 KBS 사장은 “올해부터 IPTV, 케이블과 UHD 방송을 못 보는 부분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답했다.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상파 방송을 유료방송을 통해 보는 가구가 97.5%에 달하는 수신 환경을 지상파 UHD 도입 초기에 고려 안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직접수신 확대를 통해 유료방송 의존성을 탈피해보자는 계획이 무리했다는 것인데, 유료방송 플랫폼을 통해 지상파 UHD를 볼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조성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방통위‧과기정통부는 ‘지상파 UHD방송 활성화 계획’ 이행 현황을 공동으로 점검하고, 특히 방송망 구축, 시설 및 콘텐츠 투자 등 관련 의무는 지상파 방송사의 재허가 심사 조건으로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전국망 구축 완료 시점인 2023년에 정책방안의 성과와 한계를 검토한 후 필요할 경우 조정‧보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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