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조직 '기획 위주' 재편..."무늬만 스튜디오 체제" 우려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작 기능 축소하고 기획 기능 확대..."적합한 연출PD, 외부에서도 찾을 것"
"조직개편, 타사 드라마 스튜디오 흉내 급급"

[PD저널=안정호 기자] MBC가 조직 개편을 통해 드라마 기획과 연출 등의 업무를 맡았던 드라마 PD의 권한을 축소했다. 올해 선보인 드라마 성적이 저조했던 MBC는 앞으로 드라마 제작 기능을 축소하고 기획 위주로 드라마 조직을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MBC는 10일 드라마 부문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드라마본부장 밑에 드라마 스튜디오를 둔다. 드라마 스튜디오는 강미영 편성국장이 대표(국장)를 맡고, 드라마전략부와 EP3팀제로 구성된다. 부장급인 EP는 非연출 출신으로 그동안 기획‧제작 업무를 담당했던 PD들이 맡는다. 각 EP팀에 소속된 기획PD는 대본 발굴에 집중하고, 제작PD들이 연출자를 섭외하는 역할을 맡는 식이다. 연출을 담당하는 PD들은 팀에 소속되지 않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로 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기획 스튜디오와 제작 스튜디오로 이원화된 조직에서 제작 파트를 없애고 기획 기능에 방점을 둔 개편이다.

박성제 MBC 사장은 지난 1일 59주년 창사기념식에서 “드라마 체제를 연출 시스템에서 기획 시스템 위주로 조직을 재편하는 작업을 이달 중 완료할 것”이라고 드라마 조직 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기획 기능의 강화는 드라마 PD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복안이라는 설명이다. 2015년 이후 15명의 드라마PD가 MBC를 떠났고 현재 28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지웅 MBC 기획조정본부장은 통화에서 “과거처럼 MBC의 드라마라고 MBC 소속 PD만 연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기획의도와 대본에 적합한 연출자를 외부에서 데려올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각 EP에 소속된 PD들이 내외부를 따지지 않고 연출자 섭외할 것”이라고 전했다.

드라마 기획 제작 유통을 전담하는 스튜디오 모델을 차용했지만, 독립적인 드라마를 유치하고 투자받는 스튜디오 드래곤, 스튜디오S와는 다르다. 이 때문에 '무늬만 스튜디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온다. 

한 MBC 드라마PD는 “MBC 드라마에 대한 투자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CJ나 JTBC와 같이 드라마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한 조직 개편이라면 실효성이 있지만 그게 아니라 스튜디오 체제를 흉내내는 것이라면 자칫 구성원 개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제작비를 줄이고 드라마를 축소하는 상황에서 패키징이 낮은 수준의 드라마를 가지고 올 수도 있고, 그동안 MBC가 견지했던 휴머니즘과 따뜻한 시선이 담긴 드라마 톤이 사라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드라마PD도 지난달 26일 발행된 언론노조 MBC본부 노보에서 "수익을 내는 회사의 조직 형태만 가져온다면 경쟁력이 올라갈까”라고 반문하며 “지금의 조직개편이 타사의 겉모습을 흉내내는 데 급급한 건 아닌지 살필 일”이라고 지적했다. 

MBC는 스포츠국의 중계와 제작 업무를 자회사로 이관하는 개편안도 내부 검토 중이다. 스포츠국 조직 개편은 개편안에 반발하고 있는 스포츠국 구성원의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