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투위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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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투위는 끝나지 않았다
  • 정길화 / MBC 시사교양국 부장
  • 승인 2004.11.0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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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지난 10월 22일 하오 6시 광화문 프레스센터.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의 자유언론실천선언 30주년 기념식이 거행되었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행사장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분들이 많이 보였다. 이들은 30년 역전의 용사 동아투위 선배들이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지만 이들의 형형한 눈매에 서린 맑은 정기는 유수와 같은 시간도 어떻게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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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10월 박정희 정권의 언론 압살에 항거하고 자유언론을 지키고자 ‘자유언론실천선언대회’를 열고 ‘자유언론실천선언’을 결의했던 그 젊은 언론인들이 이제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날은 동아투위 선배들이 마련한 제16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시상식도 있어 언론계의 젊은 후배들도 함께 했다. 세대를 넘어 참언론과 언론개혁을 소망하는 이들이 느껍게 연대한 자리이기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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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다시피 그 30년 전은 박정권의 폭압이 절정에 달했던 때였다. 정권은 그들의 절대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강압과 유린으로 밀어붙였다. 학원, 종교, 노동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소리는 거세되었고 언론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언론사주들이 정권의 당근과 채찍에 철저히 순치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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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신문과 방송은 언론인의 손을 떠났다. 이 땅의 제도언론은 파산 선고를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한 때 이를 분연히 거부하는 결단이 있었으니 바로 ‘자유언론실천선언’이었다. 당시 동아일보 편집국에서 이 선언이 발표되던 때를 포착한 역사적인 사진을 보면 참석자의 면면에서 그야말로 긴장된 분위기 속에 강인한 의지가 두루 흐르고 있음을 살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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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2001년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일원으로 ‘자유언론실천선언’ 편을 제작하였던 바, 이 과정에서 당시의 상황을 소상히 살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언론 자유를 찾고 지키고자 하는 노력은 그 전에도, 후에도 없지는 않았지만 순교자적인 결단과 용기에 있어 그리고 수많은 후발 행동을 견인한 선구자적인 상징성에 있어 ‘자유언론실천선언’은 우리 언론사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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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사회 존립의 기본요건인 자유언론 실천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당시의 선언은 당연하고 상식적이라 오늘의 시점에서 보면 외람되지만 ‘나이브’하기조차 하다. 특히 “기관원의 출입과 언론인의 불법연행을 일절 거부”하면서 “불법 연행이 자행되는 경우 그가 귀사할 때까지 퇴근하지 않기로 한다”는 결의 내용은 격세지감이 든다고 할 만하다. 오늘 우리에게 적어도 그런 일은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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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자유언론실천선언’이 없었다면 이런 현실이 가능했을까. 선언 이후 전국민적인 성원 속에 전개된 격려광고 투쟁과 이듬해의 3.17 강제 축출 사태가 있었기에 그리고 30년간 추호의 흔들림 없이 지속된 동아투위가 있었기에 지금 후배 언론인들이 향유하는 언론 자유가 있게 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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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투위야말로 이땅의 민주화 과정에서 자유정신의 원천이며 투쟁을 선도하는 인맥의 수원이었기 때문이다. 쫓겨난 백수십 명의 젊은 언론인들은 현장에서 못다한 순수와 지성의 투지를 민주화 현장의 실천으로 승화시켰다. 유신체제의 종언도, 서울의 봄도, 87년 대항쟁도, 정권 교체도 따지고 보면 자유언론실천선언과 동아투위가 그 남상(濫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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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10월 22일은 동아투위의 고난에 찬 행보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하릴없이 확인해야만 하는 날이기도 했다. 그들이 갈구했던 자유언론은 작금 ‘비판언론’이라는 해괴한 참칭에 의해 농락당하고 있다. 정통성 없는 권력이 마침내 타도된 그 자리에 들어선 언론권력의 오만함은 진실을 기만하고 있다. 동아투위 중 일부는 유명을 달리했으며 무심한 세월은 남은 이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진정한 자유언론을 위한 이들의 투쟁은 이제 언론개혁이라는 과제로 이행하였으나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이는 첫걸음도 제대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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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현실적으로 이들이 보상을 받거나 그 명예가 회복되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이날 문영희 동아투위 위원장은 “여생을 다하는 날까지 자유언론과 언론개혁을 위해 투쟁하겠다”는 자못 비장한 말씀을 하였다. 여생이 다하는 날까지 투쟁하시겠다니…. 송구스럽고 숙연한 마음에 그저 머리를 숙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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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화 / mbc 시사교양국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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